올스타전도 끝났다. 이번 토요일부터 다시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토요일이면 야구 뜯어먹기의 전반기 팀별 결산도 끝날 것이다. 이제 후반부로 접어 들었다. 오늘은 전반기를 5위로 마감한 한화 이글스이다.
한화 이글스 - 37승 44패 4무 승률 .457
성공들
1. 한화는 작년에 7위를 했다.... 구대성은 일본으로 떠났다. 송지만은 지난 시즌 올림픽 브레이크 때에 발목에 큰 부상을 입어 올시즌 활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송진우, 장종훈, 강석천 등의 주축 선수는 모두 한 살을 더 먹었다. 이 팀이 겨우내 보충한 선수는 김정수 뿐이었다..... 그럼에도 한화는 전반기에 5위를 했다. 성공이다.
2. 90년대 초반이래 이 팀을 이끌어 갔던 김영덕-강병철-이희수 감독은 모두 짜내기형 감독들이었다. 이들은 팀이 몇 승을 더 올리게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리빌딩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들은 아니다. 한화가 노쇠한 팀전력을 직시하고 이광환 감독을 영입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으로 보린다.
3. 구대성이 떠나자 팀은 투수력 보강이 시급했고, 결국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두 명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을 내보내야 했다. 로마이어 대신 데이비스를 데리고 있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 데이비스는 어쩌면 한국 유일의 5-tool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그는 타격의 정확도, 장타력, 스피드, 수비능력, 강한 어깨 등을 모두 갖춘 만능 선수이다.
4. 이 팀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6위, 팀방어율은 7위, 팀실책은 1위이다. 다시 말해 공격력은 6위, 투수력은 7위, 수비력은 꼴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팀성적은 전체 5위를 달리고 있다.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 감독이 훌륭한 덕분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그러나 필자는 이 팀이 많은 복을 받은 덕이라고 믿겠다.
5. 시즌 중, 이상열에 돈을 얹어주고 김홍집과 최영필을 데려온 것은 팀을 살렸다. 최영필은 트레이드 이후 3승에 2.86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6. 일본에 있는 정민철과 구대성은 모두 부진하다.... 임대 기간이 끝나는 정민철이 내년에 돌아올 확률은 70% 이상으로 보인다.
실패들
1. 이 팀에서 여러 해동안 셋업맨+마무리의 역할을 모두 해줬던 구대성(물론 가끔 선발로도 뛰었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팀의 청사진은 아래와 같았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 김정수와 이상군을 더블 셋업맨으로"... 이미 팀은 마무리로 뛴 외국인 두 명을 퇴출시켰고 이상군을 은퇴시켰다. 김정수는 2군에 있다. 결국 송진우가 구대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2. 내야의 불안정. 이것은 이 팀에 있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강석천 외에 아무도 타석에서 최소한의 생산력을 발휘해주지도 못하는 한화의 내야수들은, 강석천을 포함해서 누구도 안정적인 수비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수비라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주전, 후보선수 할 것 없이 총체적으로 수비가 좋지 않다. 트레이드를 하든지 지옥훈련을 하든지 해야할 것이다.
최고 수훈 선수
우리는 "장종훈!"이라고 외치고 싶다. 그는 4월에 .367, 5월에 .400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6월부터 극적으로 미끌어지기 시작한 그의 성적은 팀 성적과 궤를 같이 했다. 송진우, 한용덕은 정말 고맙도록 꾸준히 팀을 이끌어줬다. 그러나 팀 방어율 7위의 성적이 보여주듯, 팀을 5위까지 이끈 것이 투수들의 공은 아니다.
데이비스는 현재 팀 공격의 가히 절반이다. .339에 19홈런 12도루, 67타점, 62득점이다. 그는 팀내 타율, 장타율, 출루율, 홈런, 득점, 타점 1위이고 도루 3위이다. 호세를 제외한다면 데이비스가 현재 한국 최고의 용병 타자이다. (Sorry, Woods...)
가장 놀라운 선수
두 사람의 후보는 모두 상을 탈 값어치가 있다. 결정은 여러분의 몫이다.
김수연은 96년에 데뷔해 군복무로 3년을 쉰 뒤 작년에 복귀했다. 올시즌 일약 톱타자로 발탁된 그는 .276의 타율을 올리며 신선하게 등장했다. 사실 그 타율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작년에 .279의 타율을 올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수연은 작년에 43타수에서 볼넷을 딱 한 개 얻을 정도로 생산력이 0점이었지만 올시즌은 261타수에 43개의 볼넷을 얻으며 .362의 괜찮은 출루율을 과시하고 있다. 빠른 발에 곁들여 한화는 좋은 1번타자를 건졌다. 그는 25세밖에 안되었다.
김종석은 통산 .273의 타자이다. 그의 베스트 시즌은 95년의 .299였다. 그러나 올해 그는 .336를 치고 있고 이미 12홈런으로 그의 커리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가 부상 없이 꾸준히 나와주었다면 한화는 지금 해태 앞에 있을 지도 모른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한화가 작년에 비해 별 전력 보강 없이도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레귤러 멤버 중 특별히 실망스런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가 없는 덕분이다. 송지만은 작년 성적을 감안할 때 실망스럽지만 작년의 부상을 생각하면 고마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원래 새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검증이 안되었으므로 기대치 자체가 애매하다. 그러나 하여튼 올해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더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았다. 송진우가 선발로 남아주지 못한 것은 이들의 탓이다.
Daydream
워렌 대신 들어온 투수 윈스턴은 99년의 기론처럼 의외의 맹활약을 펼쳐주고 송진우는 1선발로 복귀한다. 부상을 떨쳐버린 김종석은 전반기와 같은 성적을 후반기에도 거두고 슬럼프를 탈출한 장종훈은 3할 1푼에 20홈런으로 시즌을 맺는다. 한용덕이 방어율 1위 타이틀을 차지하고 조규수는 13승을 거둔다. .350의 타율에 30홈런을 친 데이비스는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은 공로로 MVP에 선정된다.
4위팀을 준플레이오프에서 가볍게 제친 한화는 송진우-한용덕-조규수 트리오가 3경기 동안 4점 밖에 주지 않는 쾌투를 발판 삼아 플레이오프도 3연승으로 쉽게 이긴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난 한화는 7차전에서 장종훈이 갈베스를 상대로 9회초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결국 5-3으로 승리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감격적인 V2인 것이다.
Nightmare
한화는 시즌 말까지 3명의 외국인 투수를 더 퇴출시킨다. 송진우가 무리한 등판으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가운데, 김종석은 부상으로 보름을 쉰 뒤 예년의 성적을 내기 시작한다. 장종훈은 5-6월의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데이비스는 혼자만의 원맨쇼에 식상한 나머지 강한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요구한다. 조규수는 작년처럼 딱 10승을 채우지만 작년처럼 5점대 방어율을 넘어선다. 그리고 작년처럼 12패를 기록한다.
5월 이래 달마다 5할 이하의 성적을 거둔 한화는 엷은 선수층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전들의 부상과 함께 마구 성적이 떨어진다. 8위팀과의 최종전에서 패한 한화는 결국 반 경기 차이로 꼴찌가 되어 시즌을 마감한다. 이 경기에서 한화는 4개의 실책, 1개의 패스트볼을 기록하며 자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