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역사상 가장 길었던 파업이 170일을 끝으로 멈췄다. MBC 노조는 16일 오후 대의원 대회에서 의결된 파업중단 안건이 17일 오전 열린 조합원 총회를 통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음을 알렸다. MBC 노조의 정영하 위원장은 “조합원 총회에서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파업중단을 가결했으며 현장에서 사장퇴진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18일 오전 9시를 기해 업무에 복귀한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에 총파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실익이 없고 파업 중단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앞당기는 전술이 더 효과적”이라며 파업 중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MBC 노조는 이번 파업 중단은 ‘잠정적 중단’일 뿐이며 다시 사측의 탄압이 심해지고 상황이 악화되면 다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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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총회 [출처: 언론노조 노보 이기범 기자 제공] |
정영하 위원장은 “공정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국회를 압박할 만큼 커졌고 그 민의를 모은 결정이기 때문에 민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파업의 성과를 평가했다. MBC 노조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방송사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 만큼 오는 8월 9일 새 방문진 이사가 확정되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파업 중단 결정과 향후 이어질 현장 보도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7일 오후 정성호 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내 “새누리당은 8월 방문진 이사 교체와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여야 간 개원 합의를 지켜야 하며 김재철 사장은 강제퇴진 당하기 전에 조속히 자진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논평은 이어 “MBC사측은 해고자 등 노조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사측은 어떠한 보복인사도 없어야 한다”면서 복귀 후 노조에 가해질 수 있는 보복인사와 부당 징계에 날을 세웠다.
MBC 노조에서는 파업기간 중 정영하 위원장 등 4명의 해직자 발생했고, 더 많은 수의 징계자가 생겼지만 이들에 대한 구제 대책 없이 파업 중단을 선언해 향후 현장에서의 투쟁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정영하 위원장은 총회보고에서 “징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 중단 논의가 진행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파업 중 단행된 사측의 조직 개편도 향후 현장 복귀 후 공정보도에 장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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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총회중인 MBC 노조 조합원 [출처: 언론노조 노보 이기범 기자 제공] |
MBC 사측은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했고 보도제작국을 해체했다. 라디오본부는 라디오국으로 위상을 격하했다. 시사제작국 산하에는 ‘팩트감시팀’을 신설해 아이템 검열을 강화하기도 했다. 당시 이 조직개편은 시사, 교양 PD들의 협업 체계를 방해, 격리하고 대선 보도를 편파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김재철 사장은 16일 열린 임원회의를 통해 국장 부장급 간부들에게 “방송에 정치가 개입돼선 안 된다”는 지시를 내려 현업 방송 제작에 검열이 강화될 것을 암시했다.
이에 MBC 노조는 부당지시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조는 부당지시가 계속되고 부당징계와 보복성 인사가 감행되면 언제든지 파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KBS 새노조와 연합뉴스, 국민일보 노조에 이어 MBC까지 파업을 중단하면서 지난 1월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와 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된 방송사들의 공동파업 투쟁이 모두 마무리됐다.
각 방송사들은 모두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쟁취를 목표로 파업 투쟁에 들어갔고 각자 최장기 파업을 이어갔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로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각 노조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보도투쟁을 통해 공정언론 쟁취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MBC 보다 먼저 현장에 복귀한 KBS 새노조는 MBC 노조의 파업을 취재하는 아이템을 기획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마찰을 빚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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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론노조 노보 이기범 기자 제공] |
공정언론 쟁취를 위한 투쟁 후반전은 MBC 노조의 파업중단으로 ‘현장 보도 투쟁’이 됐다. 아직도 낙하산 사장단과 정권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 노조들의 보도투쟁이 보복인사와 부당징계의 칼끝을 넘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