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개항이 초읽기에 들어간 29일 새벽 계류장에서 날개를 접은 항공기들이 조용히 출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첫 출항은 이날 오전8시30분입니다.
43년 역사 나래 접는 김포공항 "신공항에서 만납시다"
"이륙해도 좋다(Clear for take-off) ."
28일 오후 9시50분 서울 김포공항 관제탑. 관제사가 김포공항을 떠나는 마지막 국제 여객기에 이륙 허가를 지시했습니다. 43년간 한국의 관문 역할을 했던 김포국제공항이 그 역사를 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알았다. 40년간 고생 많았다. 인천국제공항도 잘 운영되길 바란다. 굿바이 김포. " 타슈켄트행 우즈벡항공 514편 카디로브 박티에르(45) 기장은 평소보다 유달리 긴 인사말을 남기고 하늘로 향했습니다.
28일 오후9시50분 이륙한 타슈켄트행 우즈베키스탄항공(HY)514편 바흐티에르(46) 기장의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김포국제공항이 40여년간 맡아 온 국제선업무에 작별을 고하고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전환됐습니다.
항공사 등 상주기관 직원들은 이날 인천공항으로 옮기는 이삿짐 싸기에 분주했고 김포에 남는 한국공항공단 직원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삿짐과 함께 떠나는 직원들을 배웅했습니다.
= 인천공항 첫 이륙 기장 고종만씨 =
"내 생애 가장 긴장되는 순간"
"내 생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첫날인 29일 여객기 1호(B777)이륙을 하는 대한항공 KE621편 기장 고종만(高鍾晩ㆍ41)씨는 "새 공항에서 역사적인 첫 이륙비행을 하는 만큼 승객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기장은 승객 376명을 태우고 이날 오전 8시30분 인천공항을 이륙해 오전11시20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는 "동북아 중추공항이 될 인천공항에서 첫 손님을 모시게 돼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평상심을 유지해 조종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기장은 "27일부터 첫 비행에 대한 항로를 반복해 연구했다"며 "인천공항은 김포공항보다 조종사들이 운항하기엔 훨씬 편안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승객들을 더욱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고 기장은 공군2사관학교를 나온 뒤 1981년 임관, 92년9월 소령으로 전역한 뒤 대한항공에 입사해 8년간 7,517시간의 비행시간을 갖고 있는 베테랑 조종사입니다.
= 인천공항 이착륙 김포공항보다 쉬워진다 =
건설교통부는 23일 인천국제공항으로의 접근 및 이착륙을 위한 비행로 37개를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포공항은 18개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주변 비행로는 계기비행 이착륙용 비행로가 20개며 공항 출발과 접근을 위한 비행로가 17개입니다.
이같은 비행로 확충은 인천국제공항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로부터 공항부근 공역을 이양받은데 따른 것입니다.
건교부는 최근 공군의 서해안 공중전투훈련장의 일부와 해미 접근관제구역 일부의 공역을 1만4천피트에서 1만1천피트로 축소해 건교부 산하 서울 접근관제소의 관할 공역으로 편입했습니다. 또 주한 미공군 오산 접근관제소가 관할하던 오산 상공과 영종도 남쪽 상공 공역도 줄여 관제권을 서울 접근관제소로 이양했습니다.
건교부측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군 관할 공역을 대폭 이양받아 인천국제공항이 김포공항보다 다양한 접근 루트를 확보, 훨씬 쉽고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습니다.
= 인천공항 괴담 "밤에 귀신 출몰" 소문 =
"어제 金씨도 귀신 봤대. "
"그제는 교통센터 작업 인부들도 봤다던데. "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공항 괴담' 이 돌고 있어 청원경찰 등 여객청사에서 야간근무하는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소문의 시작은 20여일 전 오전 2시쯤 한 청원경찰이 공항 여객청사내 투명한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서 귀신을 보고는 기절했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그후 주차장 건물 꼭대기에서 모녀 귀신을 봤다는 얘기에 높이가 20m 이상 되는 건물에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사람이 허공을 걸어다니더라는 등 믿기 어려운 소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거짓말 같은 얘기들이 돌게 된 배경에는 공사 도중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있습니다. 숨진 인부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작업장 내 사고현장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는, 조금은 황당한 얘기를 하면서 이 소문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적 경사인 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괴담이 돌자 인천공항공사측도 부담스러워하던 끝에 다음주 중으로 숨진 인부들의 영혼을 달래줄 위령탑을 공항 내에 세우기로 했습니다.
공단측은 "국제공항이라는 공공건물에 위령탑을 세운다는 게 낯설기는 하지만 공항의 안전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필요할 것 같아 결정했다" 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