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국민이 대학입학시험의 병폐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나오는 ‘국공립대학의 통합전형과 공동학위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족학교, 고교등급제로 논란이 되는 ‘자율형(자립형) 사립고’와 명문대 입시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사는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에 대해서도 ‘축소 또는 폐지’하거나 적어도 ‘확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내 논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더 짓고 학생부와 수학능력시험의 반영을 자율화하고 이어 수능 과목을 줄인 뒤 대학이 완전히 자율로 정하는 3단계 대학입시안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정책과는 정반대되는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전교조를 비롯해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흥사단 등 26개 여성, 노동, 시민단체로 꾸려진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24개 의료, 노동, 시민단체가 모인 의료연대회의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에 맡겨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 면접 조사한 결과다.
이번 여론조사의 신뢰수준은 95%이며 최대허용오차는 ±3.1%포인트(P)다.
63.1% ‘국공립대학 통합전형과 공동학위제’ 찬성
결과를 보면 ‘대학 서열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의 통합전형과 공동학위제 도입’에 대해 63.1%(매우 찬성 15.2%, 찬성하는 편 47.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사람은 27.8%(매우 반대 6.5%, 반대하는 편 21.3)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남녀, 학력, 직업, 소득 등으로 나눠 봐도 거의 모든 계층에서 60%가 넘게 찬성했다. 다만 월소득 501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유일하게 반대(51.7%)가 찬성(46.6%)보다 많았다.
이철호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이에 대해 “지금처럼 교육이 시장화 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데서 대학평준화의 의지를 확인하게 됐다”며 “이런 요구와 욕구를 현실에 반영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64.7%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 ‘축소 또는 폐지하거나 현행 유지’
‘자율형(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에 대해서는 ‘축소 또는 폐지’가 32.7%로 가장 많았고 32.0%는 ‘현재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더하면 64.7%나 된다. ‘확대’는 24.0%에 머물렀다.
‘축소나 폐지’하자는 의견은 블루칼라(46.6%)와 월소득 300만원 이하(150만원 이하 26.2%, 151~300만원 36.2%) 계층에서 높게 나왔으며 ‘확대’하자는 의견은 화이트칼라(42.1%), 월소득 501만원 이상(40.1%) 계층에서 높게 나왔다.
또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인 57.4%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해 ‘없애야 한다’는 36.5%보다 20%P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 역시 유지하자는 의견은 블루칼라(72.5%) 계층에서 높게 나왔으며 없애자는 의견은 월소득 301만원~500만원(43.5%) 계층에서 높게 나왔다.
현재의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름을 ‘교육복지부’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46.9%가 찬성했으며 38.8%는 현재의 이름을 그대로 쓰자는 의견을 냈다.
전국대학교수노조 등에서 내 논 ‘등록금 후불제’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86.3%(매우 필요 30.4%, 어느 정도 필요 55.9%)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13.0%)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여기에서도 거의 모든 계층에서 80%가 넘게 압도적으로 등록금 후불제를 찬성했다.
김정명신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사교육비 고통의 원인은 고교평준화가 아니라 입시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민심의 한 단면이 보여줬다”며 “이명박 후보는 잘못된 원인을 진단하고 정책을 내놨는데 이러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보 부산교육대 교수는 “국민들이 대선후보의 정책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대다수를 위한 교육에 대한 안목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분석하며 “없는 사람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