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1. 쇠날. 날씨: 비가 잠깐 내리다 말다 하더니 흐리고 맑고 오락가락이다. 따뜻하다.
학교살이 아침ㅡ글쓰기ㅡ텃밭ㅡ텃밭일지ㅡ점심ㅡ그림그리기ㅡ찐빵 만들기ㅡ청소ㅡ다함께 마침회ㅡ지난해 일꾼들 저녁대접하기
[3월을 되돌아보며 4월을 계획하고, 찐빵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아침 일곱 시가 되자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학교살이라 집에서보다 더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잠옷 입은 채 놀고 있다. 침낭 개고 옷 갈아입고 밥 당번이 밥을 하고 반찬을 데운다. 8시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시작하니 밥 먹고 뒷정리를 마치는 손길이 부지런하다. 평소보다 잠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으니 몸이 피곤할 텐데 다들 괜찮단다.
아침 걷기는 학교살이라 빼고 바로 아침 수업을 들어간다. 3월을 되돌아보며 4월을 계획하는 다짐 글을 쓰는 시간이다. 2월 오름잔치에서 쓴 3학년 다짐 글을 저마다 다시 읽고 3월 한 달 기억나는 공부와 더 하면 좋은 공부, 어려웠던 것들을 떠올려 보고 4월 계획을 그려보는 글쓰기가 4월을 맞이하는 채비다. 숲 속 놀이터 가꾸기와 자전거 면허시험을 많은 아이들이 3월의 추억으로 꼽는다. 새 교실, 새 선생님, 책상과 걸상 쓰기, 술빵, 원형직조, 외나무다리, 피리불기, 아침 걷기, 수학도 알찬샘 3학년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아침 다 함께 하는 공부는 텃밭 감자 심기다. 동사무소 밭에 거름을 넣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놨는데 갑작스레 밭을 다른 사람이 갈아엎고 닭장을 부쉈다는 연락을 받은 게 지난 주다. 그래서 빌려준 분께 전화를 했더니 이상한 말을 한다. 다른 사람이 쓰게 됐다는 거다. 아니 얼마 전에도 거름 넣었다고 말할 때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지금에 한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놨지만 방법이 없다. 예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화가 덜 난다. 덕분에 열리는어린이집쪽 텃밭에서 감자를 심게 됐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강원도 씨감자를 잘라 재에 묻혀 네 이랑에 심으니 금세 일이 끝이 난다. 감자 이랑이 작고 아이들이 많으니 그렇다. 고구마와 감자를 많이 심으려던 계획이 어긋났지만 어쩔 수 없다. 양재천 큰 밭에서 감자와 밀, 보리가 잘 자라서 그나마 낫다.
텃밭 일지 쓰고 알찬샘은 1층 강당에 모여 세 모둠으로 나눠 찐빵 반죽을 했다. 막걸리 술빵에 이어 이제는 찐빵이다. 전자저울에 무게를 재고, 밀가루와 막걸리, 설탕과 소금을 넣고 발효에 들어간다. 발효 빵을 만들 때면 수학과 과학에서 다뤄야 할 측정과 관찰, 발효까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다. 오후에 반죽해서 바로 구우면 되도록 시간을 맞추었다. 반죽이 조금 질은 듯 싶다.
낮에는 저마다 자유 그림을 그린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데 본디 색을 느끼는 젖은 그림을 하기로 했다가 아이들이 바꾼 거다. 상상해서 이야기를 그림으로 나타나는 아이도 있고, 그리고 싶은 것을 찾아 그리는 아이도 있다. 자유로움은 상상과 창조를 일깨운다.
그림 그리기를 마치고 발효를 끝낸 찐빵 반죽을 찐빵 모양을 잡아 선생이 미리 준비한 팥소를 넣어 찐빵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팥을 많이 넣기에는 어려운지 팥소를 조금 넣는다. 터질까봐 조금 넣은 것도 있고, 반죽이 조금 질어서 그런 것도 있다. 어쨌든 정성껏 만들어 쭈글쭈글 천연발효 찐빵이 완성되었다. 아이마다 하나씩 먹을 양으로 준비한 학교살이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없어 낮에 한 거라 아이들은 아쉬워 하지만 금요일 새참으로 다 함께 나눠먹기로 했다. 청소마치고 다 함께 마침회하는 동안 찜솥에 찐빵을 넣고 쪘더니 잘 부풀어 오른다. 선생이 만든 팥이 많이 들어간 걸 하나 꺼내 가운데로 갈라봤더니 찐빵 같다. 술빵과 찐빵 차이는 쫄깃함에 있는 듯 하다. 시중에서 파는 찐빵 맛과 차이가 난다. 부드러운 맛을 만들기 위해 뭔가를 넣은 시중 찐빵과는 다른 쫄깃한 맛이 살아있다. 처음이라반죽과 팥소가 아쉽지만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더 나아지겠다. 천연효모로 만든 찐빵으로 다 함께 새참을 먹는다. 알찬샘은 다 함께 마침회를 마치고 알찬샘 교실로 올라와 어제 남겨놓은 학교살이 새참을 더 먹고 간다. 하룻밤 이틀 낮으로 학교살이를 마친 알찬샘 아이들 얼굴을 보니 많이 피곤해서 오늘 밤에 바로 자겠다 싶다.
저녁에는 선생들이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 지난해 부모일꾼들을 모시고 선생들이 밥 한 끼 차리는 건데 해마다 한지도 벌써 7년째인가 보다. 한 해 학교와 공동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내신 고마움을 음식에 가득 담았다. 선생들이 함께 일하는 즐거움으로 맛난 음식을 차려서 좋고, 고마운 분들과 따듯한 밥 한 끼 나눌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