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묘역을 참배하고 헌화했습니다.
새벽 5시에 울산 두북을 출발한 스님은 6시에 봉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매년 5월 23일이 되면 항상 이른 새벽에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날이 밝으면 참배객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꼭두새벽에 참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 봉화산 정토원
이른 아침,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봉화산 정토원입니다. 정토원 대웅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이곳에서 화장한 유골을 안치하고 49재가 치러졌다고 합니다. 스님은 위패를 향해 천도 기도를 한 후 대웅전을 나왔습니다.
▲ 대웅전에 모셔진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위패
이곳에는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선진규 법사님이 원장으로 있는 곳입니다. 선 원장님은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가 법사로써 포교활동을 시작해 수많은 포교사를 양성한 불교계의 어르신입니다. 스님이 인사를 하자 선 원장님은 맞절을 하며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 봉화산 정토원 선진규 원장님
또 스님이 방문한 걸 환영한다며 쌀눈으로 만든 건강식과 따뜻한 차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불교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시간이 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특히 지금 조계종에서 군법사가 부족해서 군법사가 없는 군법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만약 군법사가 부족하면 다른 종파 스님이라도 임명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는 허용하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선 원장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선 원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법륜 스님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야기를 좀 해달라며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부처님오신날에 정토원에서는 ‘화합, 상생, 지혜의 정치를 염원하는 300 당선인 축하 기원 점등식’을 거행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연등에 붙인 명패에는 당명, 무소속을 빼고 ‘국회의원 000’ 식으로 이름만 적었다고 하면서 한국 정치가 제발 화합을 좀 했으면 하는 바램을 얘기했습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인데, 이에 대해 스님도 “특정인이 노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러 오는 것을 반대하는 행위는 옳은 태도가 아닌 것 같아요.” 라며 화합을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해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 지난 부처님오신날에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염원하며 단 300개의 연등
정토원에서는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도 대접해 주었는데, 구수한 숭늉과 갖가지 나물 반찬으로 맛있게 식사를 한 후 감사 인사를 하고 봉화산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곳인 부엉이 바위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부엉이 바위
햇살이 내리쬐긴 했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라 참배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스님은 국화 꽃을 손에 들고 마음을 정갈히 한 후 중앙 박석을 따라 헌화대로 향했습니다. 헌화대 앞에 선 스님은 헌화를 한 후 합장을 하고 해탈주 삼독을 했습니다.
▲ 헌화대
그리고 무덤 앞으로 다가가 다시 한 번 추모 기도를 한 후 주위를 한바퀴 돌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덤 아래에는 대통령님과 함께 참여정부의 기록과 국민들의 추모 영상 DVD를 함께 안장했다고 합니다.
▲ 무덤
그리고 무덤에는 따로 비문이 새겨져 있지 않고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 새겨져 있었고, 박석 하나하나에 새겨진 국민들의 존경과 추모, 애도와 사랑의 글 전체가 비문을 대신했습니다. 추모글이 새겨진 박석과 자연박석이 어우러져 묘역 전체가 사람 사는 세상인 마을, 도로, 냇가 등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듯 했습니다.
참배를 마치고 조용히 묘역을 걸어나온 스님은 다시 울산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하니 점심 무렵이 되어서 스님은 곧바로 텃밭에 들어가 상추와 취나물을 뜯고 씻어서 반찬으로 내는 일을 했습니다.
▲ 밭에서 상추를 따고 있는 스님
두북에서는 계속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방금 밭에서 딴 채소와 나물들을 반찬으로 냅니다. 오늘도 싱싱한 채소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스님이 밭에서 따온 상추와 고소, 각종 나물
식사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햇살이 누그러질 무렵 경주 통일암으로 향했습니다. 통일암에는 대나무 숲이 있는데, 지금 한창 죽순이 막 올라오고 있어서 죽순을 캐었습니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누군가가 대나무를 마구 베어갔는데, 베어진 자리에는 항상 새로운 죽순이 마구 올라온다고 합니다. 스님의 예상대로 곳곳에서 죽순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 땅 위로 막 올라온 죽순
삽을 발로 콱 누르면서 한번 내지 두 번 정도 땅을 파면 금방 죽순을 캘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죽순을 캤는데, 어느덧 캔 죽순이 큰 포대 두 개를 가득 채웠습니다. 같이 동행한 분들이 “스님, 그만하고 이제 갑시다” 라고 말을 했지만, 스님은 “먹을 것이 이렇게 지천에 깔렸는데 어떻게 그냥 갈 수가 있어?” 하면서 쉼없이 계속 일을 했습니다.
죽순을 다 캐고 나서는 그 자리에서 바깥 껍질을 깨끗이 벗겨내는 일을 했습니다. 포대에 가득 찬 죽순을 바라보며 스님은 “이걸 시장에 내다 팔면 값이 얼마인지 알아? 몇십 만 원도 더 될거야.” 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오늘 캔 죽순은 나중에 초고추장에 버무려서 반찬으로 내기 위해 밤늦게까지 뜨거운 물에 푹 삶았습니다. 이 죽순을 누구한테 주려고 하는지 묻자 스님은 “6월초에 동남아에서 스님들이 정토회를 방문하는데, 그 때 내려고 한다”며 더욱더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죽순 두 포대를 가득 싣고 다시 울산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창밖으로 경주 남산의 전경이 훤히 보였습니다. 경주 남산을 멀리서 보면 바위가 듬성 듬성 많이 보이는데, 이 모습을 보고 스님이 퀴즈를 하나 내었습니다.
“경주 남산에 바위가 안 보이면 통일이 될 것이다, 이런 말을 누가 한다면 무슨 뜻이 될 것 같아?”
▲ 경주 남산
한참 생각을 시간을 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있자 스님이 그 뜻을 말해 주었습니다.
“통일이 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야. 그런데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뜻대로 안 되는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뜻대로 안되니까 우리의 책임이 더 커지게 되고, 책임이 커지면 더욱더 역량을 키워야 하고, 역량이 커지면 우리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지게 되거든.”
지나가는 말로 하신 말씀이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습니다.
울산 두북에 도착한 스님은 어제 마무리짓지 못한 농사일을 더 했습니다. 텃밭에 장미 나무가 여러 개 있는데, 넘어지지 않게 나뭇가지 밑둥을 끈으로 묶어 두었더니 가지들이 서로 엉키고 장미꽃이 너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아 보여서 스님은 장미꽃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철사로 지지대를 만들어서 엉킨 나뭇가지들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했습니다.
또 키가 큰 나뭇가지들은 끈에다가 돌멩이를 매달아 묵어서 담벼락 너머로 넘기기도 했습니다. 한참 동안 작업을 하고 나니 장미꽃이 제법 분산이 되면서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한편에서는 메마른 작물들에게 물을 듬뿍 주는 일을 했고, 또 한편에서는 방금 따온 죽순을 더욱 깨끗하게 다듬고 뜨거운 물에 삶는 일을 했습니다. 국통이 작아서 여러 차례 나누어 삶다보니 죽순 삶는 일은 밤 11시가 넘어서 끝이 났습니다.
▲ 죽순을 삶고 있는 모습
▲ 초고추장에 버무려서 반찬으로 만든 죽순
그리고 텃밭 곳곳에서는 지난 3월에 심은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북한에 보내려다가 못 보낸 씨감자도 이제 제법 무성한 잎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가지, 고추, 토마토, 복숭아, 배, 고소, 겨자채, 당근,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스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잘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텃밭의 채소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다가 오후 1시 30분에는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저녁 7시에는 포항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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