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은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축일입니다. 수도 생활의 초석을 놓은 성 베네딕토 아빠스(대수도원장)의 누이동생인 성녀 역시 고귀한 봉헌의 삶을 살았습니다. 성녀가 남긴 일화 중 특히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오빠 베네딕토 성인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미 수도원을 세워 수도 생활을 하던 베네딕토는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방문하는 스콜라스티카를 수도원 동료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은 스콜라스티카가 오라버니에게 조금 더 함께 머물며 대화하자고 청했지만 베네딕토는 수도원 규칙에 어긋난다며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때 성녀가 하느님께 기도드리자 갑자기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비가 밤새도록 퍼부었습니다. 베네딕토와 그의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수도원에 돌아가지 못한 채 스콜라스티카와 밤을 지새우며 영적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성녀를 ‘편드신’ 이 일화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그의 『대화집』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누이동생이 오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요한 성인의 말씀대로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콜라스티카가 선종하였을 때 베네딕토는 여동생의 유해를 자신을 위해 준비해 놓은 묘지에 안장하였는데, 이로써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말하듯, “한마음이 되어 하느님 안에서 일치되었던 이들 오누이는 그 육신도 함께 묻히게” 되었습니다.
이 두 성인의 깊은 형제애와 영적 친교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미소 짓게 합니다. 사람 사이의, 혈육의 정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통해 얼마나 더 아름답고 온전해지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모두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성녀의 삶을 요약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마음속 깊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출전 : 2014. 2. 10.(월) 매일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