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 날
갑옷 입은 놈
큰 날개만 달린 놈
삐쩍 마른 놈은 실속 없어
이틀이나 굶었는데
이게 웬 떡이야
ㅡ작가 조영래
[쪽수필]
한국 여성문학인회 행사 차 남산 문학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7호선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고속터미날 역을 지나는데 내가 찾는 티셔츠가 매장에 헐값에 걸려 있다. 이 것을 만난 것이 운수대통인데 검정비닐에 둘둘 말아준다. 잘 차려입고 행사에 가는데 검정 봉다리가 조금 거슬린다. 작아져라작아져라 하며 부피를 줄이다가 장의자에 앉아 차량을 기다리자 하니, 신사 한 분이 바시락거리더니 쇼핑백 속의 물건을 가방에 넣고 그 쇼핑백을 쓰레기통 위에 얹어놓고 문 열린 전철로 뛰어든다. 뒤이어 전철은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그제서야 나는 일어나 그 쇼핑백을 들고 와 내 물건을 넣으려는데 그 안에서 영수증과 봉투가 보인다. 오만원 권으로 물건을 사고 거스름 돈을 받아 급한 김에 가방에 투척하고 와서 그만에 잊어버린 모양이다.
나는 멍하게 배추색 지폐를 석장이나 챙겨들고 구겨지지 않은 쇼핑백에 내 물건을 넣었다. 다음 전철을 타고 문학 행사장으로 가는 내내 실실 웃음이 흘러나온다. 내가 운을 따라 간 것이 아니라 운이 나를 불러 들였으니 거미보다 더 운수 좋은 날이다.
거저 생긴 돈은 써도 아깝지 않다. 그날의 커피 값은 내가 냈다. 알 수 없는 게 운이라는 것.
첫댓글 누구에게 운수 좋은 날이 누구에게는 운수 없는 날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거미는 운수 대통이지만 애벌레는?
ㅎㅎ 오늘은 운수 좋은 쪽만 조명하기요.
@오정순 그래요.
좋은 일, 좋은 날에는 초치기 없기요.
@정호순 그럼요 센스 만점입니다
호박잎에 가려진 호박을 발견 했을때
어이쿠 대박이군!
해질녘 서산마루에 불타는 황혼을 보았을때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개가 바람결에 일렁일때
오늘 하루도 살아낸 기적을 감사하면서
내일이라는 기적을 기도합니다
우리는 종종 얻고자 한 것을 취하면 상대방을 잠시 잊기도 합니다.
운동 경기에서 이겼을 때, 더욱 미안해질 때가 있어요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는 앞에서 이긴 편의 환호성은 잔인하기조차 하거든요.
저 애벌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막히게 운나쁜 날이기도 하지요
저도 속으로 웃었어요 전철 안에서 생각났으면 얼마나 허망할까 싶기도 하여서요
잃고 보상받아가며 인생이 굴러갑니다
쓰레기통으로 갈 뻔한
이만 원을 운수좋게 버신 건가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그런 행운이 올까요.
오늘은 운수 좋은 쪽만 생각하기^♡^
그럼요 그럼요
배추색끼리 글이 만난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자주 와요. ㅋㅋ
해외여행 중 한국 사람 여권을 주웠는데
돌려주고싶어 미치겠더라고요
얼마나 알면 힘들까 싶어서요
마침 한국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는 강당에서
앞줄부터 찬찬히 여권 사진과 닮은 사람을 찾다가 만나서 전해주기도 하였지요
내가 운수 좋은 날이지요
못찾아주면 그 괴로움을 어쩌겠어요 ㅠ
눈오는 날 공원에서 열쇠 꾸러미를 주워서 들고다니며
임자를 찾아주기도 했다지요 ㅋㅋ
이끌림을 받는가봐요
쌤은 운수가 대통이십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선생님
우연 같은 일들이 나를 당길 때~~^^
색은 색을 알아보고
기운은 기운을 당긴다는 생각이 들지요
아주 신묘하지만 가능하면 투명하게 생각하고
발현하도록 노력하면 수고를 덜 하고도 무언가에 이끌려
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가 돌아와서
방송이라 생각하고 생각을 뿜습니다.
솔직하고 건강한 기원하기 길들이려고 하지요
그 운이란 것이 바란다고 와주면
얼마나 좋을까요.ㅎ
선생님의 운수 좋은 날이 커피향 풍기는
해피앤딩이라 좋네요.ㅎ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는 가볍지만
나는 이런 날을 통해 여러가지 우연 아닌
보이지 않는 어떤 법칙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필요를 채울 사람이 우연인 듯 만나게
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거예요.
수도 없이 겪는 거예요
배추색 애벌레와 배추색 만원 권도 글에서 만남입니다 ㅋㅋ
설명은 못해요 아무튼요
거미의 배추벌레 행운,
선생님의 배추색 만원 행운 모두 묘하게 연결된 인연인듯합니다^^
주의깊게 살피다 보면
재미난 결과가 참 많습니다
4년 전인 2019년도에
쓴 것인데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보다 더 좋은 글도 많지만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제 에피소드와 연결하기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글을 선택했을 수가 있어서
마음 쓰였습니다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