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이틀째인데 앉아있다 누워있다 엎드려보았다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도 편치는 않습니다. 푹신한 돗자리매트도 주문해놓고 그거라도 잘 활용하면 나을런지 기대해봅니다. 이번 진이의 20여일 제주도 체류동안 매일 3~4시간 물놀이시키겠노라 생각했더니 여간 고된 작업이 아닙니다. 진이녀석은 파도가 쌩쌩 몰아쳐도 신나기 그지없습니다.
태풍이 다가온 탓인지 파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밀물의 절정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대거 인파들이 많아졌습니다. 여기서 두세시간 보내고 태균이와 준이가 도착하면 소금막이로 이동해볼까 합니다. 여기 농개바닷가가 태균이와 진이에게 딱이긴 한데 준이가 여기는 영 들어가질 못하니 과거에 잘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새로운 구명조끼가 어제 도착해서 잘 맞는지 한번 입어보라 했더니 얼른 입어보는 것으로 보아 준이녀석도 물에 가고는 싶은가 봅니다.
진이의 물에 대한 고갈증과 음식탐닉은 아직 끝이 멀은 듯 해서 이 두 가지만이라도 최대한 만족시켜 보내려 합니다. 세 녀석이 모두 잘 먹기는 하지만 진이가 가장 바싹 말랐는데도 먹는 양은 1.5배, 밥량만으로는 태균이의 3~4배 수준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아이처럼 진이가 딱 그렇습니다.
발달학교 운영할 때 마지막 3-4년은 제가 직접 점심식사 요리를 했던지라 자신있게 해주는 요리가 돈가스! 어제는 손바닥보다 큰 등심살 10장을 떠와서는 잘 양념을 한 후 돈가스로 튀김을 하고 감자를 삶아 찐감자와 함께 내주니 환장파티가 됩니다. 돈가스를 만들다 팔에 화상을 입었지만 소스라치게 아파하며 비명을 지르는 엄마의 통증에 공감해주는 녀석들은 하나도 없고... 야속할 새도 없이 10장이 순삭입니다!
어찌 그리 잘 먹을까요? 일년에 두 번 잠깐이긴 하지만 태균이가 신나는 나날이기도 합니다. 일단 진이 살 좀 붙여서 보내야 되겠습니다. 진이에게 과하게 에너지가 계속 빠져나가는 원인을 찾으면 좋겠는데, 내부적으로 뭘 하던지 온 힘을 바쳐 지치지않고 하는 속에서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다수영도 3~4시간해도 지쳐하질 않으니 체력고갈 신호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촉각자극 욕구가 너무 커서 체력고갈 따위는 안중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감각자극욕구는 분명 이상행동을 유발하지만 본인 스스로 해소하려는 긍정적 에너지가 클수록 발전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감각자극 욕구조차 지독한 수동형으로 풀어가는 준이녀석이 안타깝고 답답해서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준이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제 요구도 거세지지만 갈등을 줄이고자 아무 것도 시키지않고 그냥 놔둔다는 것 또한 제게는 고통입니다. 어차피 고통이라면 시켜보는 것이 맞습니다. 기대를 버릴수록 피차 편하겠지만 이런 게임유형이라면 준이가 패배자가 되는 것은 너무 확실하기에 오늘도 갈등 속에서 전쟁을 치뤄갑니다.
혼자 결정하는 것이 거의 없고 의존하면서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는 진이나 준이나 동일합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을 내려주면 진이는 바로 적극형 자립형으로 바뀌지만 준이는 여전히 소극형 의존형으로 가만히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이 쉽지 않아 속이 많이 끓습니다. 저랑 있는 세월은 분명 한계가 있는데 그 세월 안에 변화가 있을까요? 오늘 아침 샤워 때도 한바탕 씨름을 했더니 준이도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성격면에서 저랑 대칭점에 있으니 극도의 에너지를 소진하지말고 그냥 놔두는 게 답일까요? 결코 아닐겁니다. 씨름을 멈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양한 아이들을 대하고 함께 살아보았지만 변화를 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더우기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부분 더 지독한 장애로 빠지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 변화의 터전을 만들어 놓는 것은 정말 중요한 듯 합니다. 발달장애 스스로는 자립의 힘이 없기에 영원한 수동형만큼 편한 인생은 없겠지만, 이를 쫒아다니면서 다 해결해주어야 하는 주변사람들의 고통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만큼 크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상의 작은 것부터 독립을 시켜보려 하는데 결코 가능할 것 같지않아 많이 속상합니다. 오늘 아침 좀 많이 속상했습니다.
주어진 세월동안 매일 심기일전할 것! 그것만이 정답일 듯 합니다.
첫댓글 다른 것 다 떠나서 화상치료를 하러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다치셨어요.
큰일날뻔 하셨네요ㅜㅜ
날도 더운데~
진이도 준이도 수동적인거는 영원한 숙제인듯 합니다
그래도 대표님 말씀처럼 진이는 수행능력이랑 뭐든지
배울려고 하는게 장점이긴 한데
그기서 조금만더 앞으로 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암튼 덧나지 않으시게 조심하세요
진이가 넘 잘먹죠
요즘 피부때문에 조절하는 음식들이 많아서
더 식탐을 보일겁니다
더운데 맛난거 많이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앗, 3도화상 부피도 큽니다.
고생하시겠습니디.
배셀린 넉넉히 발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