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면담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 |
"지난 20년 동안 외교부는 뭘 했습니까?"
25일 오후 외교통상부 장관실로 김성환 장관을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4)의 첫 마디는 싸늘했다. 당황한 김 장관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할머니의 질타는 작심한 듯 이어졌다.
"할머니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외교통상부는 일본 외교부입니까, 한국 외교부입니까? 20년 동안 할머니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시는 것이 통쾌합니까?"
지난 1992년 1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20년째인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당시 234명이었으나 그간 171명이 숨지고 현재 63명만 생존해 있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무려 87세.
'통쾌하냐'는 말에 난처해진 김 장관이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가 있겠냐'며 설득하려 하자 이 할머니는 "책임지세요. 저희들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조선의 딸로 태어난 것 뿐입니다.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또 "박 대통령 시절에 유상무상으로 (보상)받았다고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당초 모두인사 발언 정도만 공개하려다 이 할머니의 상기된 발언이 끊이지 않자 외교부 관계자들은 황급히 취재진을 밖으로 내보냈다.
"바로 중재위로 가라" - "한 두달 더 기다려야"
이날 면담은 김 장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과의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침 일본 대사관 앞에서 1006회 수요시위를 마친 이 할머니와 강일출 할머니 등 2명이 외교통상부를 찾았다.
김 장관 앞에서 울분을 토한 이용수 할머니는 집이 있는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강일출 할머니(84)는 "일본이 한국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후손이 또다시 유사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면담에 배석한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할머니들은 청구권소송 관련 문건도 정부 스스로 공개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통해 마지못해 공개한 것이나, 작년 헌재 결정 이후에 비로소 뒤늦게 일본과의 협상에 나선 외교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서운함을 쏟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연세가 많아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가 양자회담에 응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해 곧바로 중재위원회로 갈 것을 요구했다"며, 이에 김 장관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한 두달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 한국 정부 양자협의에 묵묵부답... 중재위 갈까
정부는 지난해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규정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인 9월 15일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 동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양자협의를 공식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협정에 위안부 문제 등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이 협정으로 모든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일 정부는 현재까지 일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양자협의 제안은 지난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의거한 것으로, 이 협정 1조와 2조에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체약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타결하며, 이에 의해 해결할 수 없을 땐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