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가 순위 1위, ‘전선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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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노래 한 곡은 큰 위안을 줍니다. 환희에 차 있을 때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 기쁨도 커지게 마련이죠. 당당하고 힘찬 노래를 부르면 불쑥 힘이 솟기도 합니다. ‘군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든 훈련 중에도 열심히 군가를 부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고동락’에서는 국군 장병과 국민들이 사랑하는 군가들을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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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빨간 마후라’ 포스터. 빨간 마후라는 공군의 대표적인 군가다.]
(사진 출처 : 국방일보)
총성 없는 무기, 군가
군가는 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를 말합니다. 주로 군대 생활과 전투 활동을 담은 가사에 2/4 또는 4/4박자로 이루어진 행진곡풍의 선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군의 창군 역사와 발걸음을 같이 해온 군가는 군인들이 진중에서 부르는 ‘순수군가’와 일반인과 군인들에 의해 가창되는 ‘진중가요’, 국민과 군인들의 화합 · 단결 · 국방사상을 높이기 위한 ‘군민합창곡’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 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순수군가는 약 300곡 정도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군가가 왜 필요할까요? 군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장병의 정서를 순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유사시 전투가 벌어질 경우 두려움을 없애고 힘과 용기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장병들은 육체적 한계에 다다르는 고된 훈련을 받을 때 악을 쓰며 군가를 부르면 없던 힘도 생기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가를 ‘총성 없는 무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군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형전력인 셈이지요. 미국 · 중국 · 러시아 ·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군가로 쓰던 곡을 국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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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제1회 육군 군가 합창대회] (사진 출처 : 국방일보)
국군 최고의 애창곡, ‘전선을 간다’
군가 ‘전선을 간다’는 국군 장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군가 중 하나입니다. <국방일보>에서 지난 2014년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군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육군 병사 23%, 공군 병사 31%가 가장 좋아하는 군가로 ‘전선을 간다’를 꼽았습니다. 2013년 공군에서 5,833명의 공군 장병을 대상으로 ‘인기군가 TOP 10’을 선정했을 때도, 이 곡은 37.4%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전선을 간다’가 장병들에게 이처럼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행군 도중 아픈 다리 이끌며 이 군가를 불러본 이라면, 고된 유격 훈련 중 동료 전우들과 이 군가를 목 놓아 불러본 이라면, 그 이유를 알 것입니다. 처연하지만 힘찬 멜로디, 슬프면서도 숭엄한 결의가 엿보이는 노랫말이 듣고 부르는 이의 마음을 깊이 파고듭니다.
1.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2. 푸른 숲 맑은 물 숨 쉬는 산하
봄이 온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피 스며든 그때 그 자리
이끼 낀 바위는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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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에서 힘차게 군가를 부르고 있는 훈련병들](사진 출처 : 국방일보)
‘전선을 간다’의 탄생 비화
이 군가는 1980년대 초반에 탄생했습니다. 북한은 1980년 한강 하구에 무장공비를 침투시키고 서산 앞바다에 무장 간첩선을 침투시키는 무력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에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급기야 1982년에는 미얀마에서 아웅산 테러 사건을 자행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만행에 국방부에서는 장병과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 문인들과 작곡가들을 모아 GOP를 직접 답사하도록 한 뒤 그들이 보고 느낀 바를 토대로 군가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시기 제작된 군가들은 군인정신을 함양하면서 친숙한 멜로디로 구성된 곡들이 대부분입니다.
‘전선을 간다’는 국방부 정훈국이 1980년~1981년 군가 및 진중가요를 공모했을 때 군가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입니다. 당시 국방편년사를 보면, 1981년 8월 5일 군가부문 가작으로 우용삼 작사, 최창권 작곡의 ‘전선을 간다’가 수상했다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 곡은 국군홍보관리소(현 국방홍보원)에서 제작한 영화 ‘천군수첩’에 삽입돼 큰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만연하던 시절, 장병들이 굳건히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현장을 돌아보고 만든 노래가 시대를 초월해 전 국군 장병의 애창곡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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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교육훈련단 교육생들이 군가를 부르며 해안을 달리고 있다](사진 출처 : 국방일보)
군가는 군 생활 내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활력소가 됩니다. 대부분의 장병들이 매일 아침 저녁 점호 때나 식사 때, 구보시에도 군가를 듣게 되며 훈련 중에는 목이 터져라 부르짖게 됩니다. 마치 곁을 지키는 전우의 한 사람처럼 군 생활 내내 장병들과 함께 하는 것이 군가입니다. 앞으로도 군 장병의 사기를 북돋고 전우애를 고취시키는 ‘웰메이드’ 군가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충성!
첫댓글 오늘도 많이 불렸든 군가를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