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메, 나 죽겄소
오늘 어제 그 전날.
국정조사 생중계를 보면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28년 전의 그날이후 세월이 너무 흐른 탓에 국정조사의 원래 의미를 잊었던 탓일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청문회란 원래 ‘했지요?’ ‘맞지요?’ 에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로 질의하고 답변하는 장소란 것을 깜빡한 것은 세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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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증인은 올해 몇 살이지요?”
“네 1968년생입니다.”
“50도 안된 사람이 여기 나이 많은 분들 앞에서 그렇게 대답하면 되겠어요?”
“?”
“!”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것도 많고 사라지는 것도 많지만 나는 28년만의 국정조사가 어디서 많이 본, 그러니까 흘러가버린 세월 속에 함께 가버린 어린시절 기억속의 장면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어 섬뜩했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너무 깊게 묻혀 거의 기억하지 못하지만 5살 때 따발총 든 군인들 틈에서 목격했던 인민재판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너 반동이지?”
“아니요!”
“반동 맞아! 동무들! 이 사람 반동 아니래요?”
“맞소! 맞소! 반동 맞소!”
그리고 그는 군중의 함성과 함께 대창에 찍혀 쓰러졌다.
어린 나는 인민재판의 원칙이 그런 줄 알았다.
찍었으면 찍어라!
찍혔으면 찔러! 대신 어휘가 좀 다르다는 것 그 외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입안에 솔태향이 가득했다.
“증인! 대답하시오!”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무리 잡아떼도 5초 뒤에 들통 나요! 바른대로 대시오!”
그리고 증거제시용 모니터를 켠 사람은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어서 법리적으로나 증거물증확보가 확실하리라는 기대에 차서 짧은 머리 그가 쏟아낼 질타에 주목했다.
오랜만에 청량세포 주사해 주는가?
그러나 화면에 비친 증거는 누가 봐도 확증증거는 아니었다.
“그런 사실 없습니다. 나는 민정수석이지만 업무가 달라 전혀 모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기록한 건 그 사람의 기록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답변자에게 짧은 머리가 붉게 상기한 얼굴로 대꾸했다. 답변자보다 내가 더 경악했다.
“나! 평소 어지간해서 거칠게 말 안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예외에요.”
“!”
“증인! 당신은 진짜 천당 가기 틀린 사람이오.”
어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니 탄식인가?
국회단상에서 휴대폰 6개들고 오리지널처럼 빅 쇼까지 연출해서 뭔가 밝히겠거니 굳게 믿게 만들던 사람은 이 질의자보다 한수 위였다. 아니 손가락 수만큼 위였다.
증인 앞에서 제한된 질문시간을 희한한 퍼포먼스로 보내는 심중을 이해 할만도 했다. 영웅은 여자 앞에서 약하다 잖아?
“내가 밉지요? 원망하지 마세요. 다 이모 때문에 일어난 운명으로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여자증인의 배시시한 답변에 히죽 웃는 그.
그 장소가 뭔 카페냐? 은밀히 마주치는 눈길은 무슨 의미냐? 남녀가 주고받는 미소는 불륜 아니여? 뭐여? 사랑놀이하는 거이라고? 흐메!
국정조사!
나는 비로소 모든 증인과 모든 질의자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에 안 들면 호통치고, 눈에 쏘옥 들어오면 미소 날려 꼬시고. 그래도 성에 안차면 두드리고. 허긴 빈 깡통이 더 요란하긴 하지. 국정인기스타 되는데 조폭처럼 구는 것보다 드라마주인공처럼 구는 게 더 매력남일지 모르지.
허지만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는 것을 뭐라 그러냐 물으신다면 이런 대답이 있다.
“어물전에서 뛰는 놈은 망둥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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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본 청문회광경은 참 이상하다.
증인이라 칭하는 답변자는 무표정하고.
질의자는 혼자서 열 내고 호통 치거나 아니면 스마일윙크 보내고.
허지만 난 금세 깨달았다.
내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질의자와 답변자의 위치는 내비게이션대로지만 의무와 권위와 입장은 증인에 따라 그때 그때 바뀐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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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경제에 이바지한 주력들을 인민재판죄인처럼 주욱 앉혀 놓고 16시간동안 호통치고 어르는 것이 국정조사야?
부실한 증거는 증거주의 법리국가에서 채택하지도 인증하지 않는 해프닝이란 거 몰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측으로 다그친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답변할 사람이 막강한 권력의 중심에서 일등 했을까?
주연은 빼고 조연들과 엑스트라들로 띄엄띄엄 앉혀 놓고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변하고 혼자 지치고.
으응? 방송은 또 왜 이리 호들갑들이야?
공항장애가 아니고 공황장애 때문이라고?
이런 병신들.
지금 들어가면 몇 년살까? 공항에서 스트레스 받았으니 공황장애가 아니고 공항장애. 그게 정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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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 세월속의 잊힌 기억 속에서 간신히 28년 전 기억하나를 요행히 찾아냈다.
“증인! 줬지요?”
“죽일지도 모르는 겁난 사람이 달라는데 안줄 수 있소?”
“하하하.”
“흐흐흐.”
두 사람 다 이제 고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래서 그땐 웃을 수 있었다.
허지만 내 마음속에서 치솟는 화통은 어떻게 해?
이거 뭐하는 거야?
진짜 국정조사 맞아?!
제목은 국정농단 맞아? 그렇다면 주연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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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너네들 아냐?”
“죽어도 그렇지 않다고?”
“으메! 사람 죽이는 거.”
첫댓글 국정조사 하나마다 보나마나 입니다.
주연 빠지고 엑스트라들만 앉혀놓고 .~
맞슴니다.밎고요.~!ㅎㅎ 어느때 청문회 스타로 등장했던
사람이 생각 나네요..
그래도 미꾸라지같이 쭉빠지는가하면
시원하게 기대 이상으로 답변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래도 한두건 건지긴 했슴니다.~ㅎㅎㅎ
ㅎ
진짜 화나 팔짝 뛰겠습니다....ㅋㅋㅋ
허지만 잘되겠죠
눈온다는데 젠틀맨농장 멋지겠어요.
어느 국정조사때보다 탄핵 목적이 뚜렸하고 한데도
이번 조사가 얼버무려지고 만다는것 이 좀 아쉽슴니다.
고구마같은 대답과 미꾸라지처럼 빠지는 증인들
그리고 질문하는 자들에게도 결정적인 질문이 나오질 안는게 아쉽슴니다.
너무 판에 박혀 신경질 돋았습니다
편한밤 되세요
625때 생각이 납니다.
작가선생님 말씀에 죽창으로 찔러죽인것을 보셨다고 하는데
저도 어릴적 그런 걸 보았슴니다.년대가 비슷한가 생각해 봅니다~ㅎㅎ
국민들의 정서가 꼭 탁핵이 실현 되어야 하는게 아닌지 생각합니다.
그럴것 같네요...ㅎ
우리 라면이나 한번 나눠 먹을까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고맙습니다 비 온다는데 감기조심하세요
생각이 안납니다 모르겠슴니다.
그래도 박영선의원이 사진제시하자 늙어서 오락가락 ~~ㅎㅎ
정말 끝까지 근혜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모습인거 같았슴니다.
오! 이런 아이디도 있었군요
못집니다....ㅎ
여자들 꽤나 울었겠어요....ㅋㅋㅋㅋ
고맙습니다 눈비 온다는데 감기조심하세요
올해도 별볼것없는 청문회가 되는것 같슴니다.
잘보았슴니다.
이른새벽 다녀가셨군요.
오늘도 별다른 탈없는날되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