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정국은 이래저래 뒤숭숭합니다. 일본 총리 기시다는 아베 사망이후 아베 그늘에 벗어나 제대로 된 기시다 정국을 구상했습니다. 마침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이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일본을 적극적으로 동원했습니다. 미국의 부름에 일본 총리 기시다는 감읍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등에 엎고 기시다의 세계를 만들어보려던 그 야망이 총리 취임후 얼마 되지않아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과도 사이좋게 지내자며 부드러운 표정도 일부러 지어보였지만 일본내에서 지지율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습니다. 내각 총사퇴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총리 기시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자민당내의 파벌들입니다. 자민당내 파벌은 역사가 아주 오래 됐습니다. 일본안에서 예전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 즉 에도 막부시대에 만들어진 계급사회의 영향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당시 상위층에 위치한 사무라이들이 내전이 끝나고 할 일이 없어져 사회문제가 되자 통치자는 그들을 관료로 보직 변경해 고용합니다. 그들이 바로 지금 일본을 이끄는 정치집단이 되었고 그 정치집단의 대명사인 자민당이 지금껏 일본을 통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의 타인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그 심리때문에 정치체제를 바꿀 의지도 행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민당은 대대손손 파벌을 조성하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죠. 그런 역사속에 지금 자민당내 파벌들의 힘은 엄청나게 막강합니다. 일당 독주체제가 지속되는 데 어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행한 정치자금 파티 즉 모금행사에서 비자금 스캔들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일본의 여론은 악화됩니다. 초조해진 일본 총리 기시다는 파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자민당이 공식 출범한 1955년 이후 거의 70년이나 된 파벌 정치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것이죠. 파벌 정치를 뿌리채 뽑겠다는 말입니다. 사실 총리 기시다는 일본 정치계에서 다소 유약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특히 강경 극우인 아베와 비교해서 더욱 그런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우유부단하다던가 결단력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기시다는 자신이 지금 처한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지금껏 일본 정치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이른바 성역같았던 파벌 해산 카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기시다의 파벌 해산 카드를 다르게 해석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기시다의 지금 결단은 계파 해소도 정치 쇄신도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계파의 새로 판짜기거나 일종의 권력 투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또한 기시다는 이번 정치자금 스캔들은 비자금 조성이 문제인데도 이를 파벌 정치 자체의 문제로 국한시키면서 논점을 흐리게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가오면 반드시 계파와 비슷한 그룹이 다시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 기시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또 있습니다. 아베의 피격사망 이후 일본 정계를 강타했던 통일교 악령이 다시 일본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종교 정책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상과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이 과거에 통일교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시다는 각료들의 통일교 관련 사실이 정치권에 재점화되자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지지율이 바닥인데 또 다시 통일교의 악몽에 휩싸일 경우 정말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에서 차기 총리와 관련한 기사가 이어지고 있고 국민들도 차기 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은 일본 총리 기시다를 오는 4월 10일 국빈으로 미국에 초빙했습니다. 뒤진 트럼프와의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동맹국의 수장을 워싱턴으로 불러 외교적 과시를 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본 총리 기시다의 지지도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총리를 그만 둬야하는 상황까지 몰릴 경우 바이든 입장에서도 기시다 초청의 이득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인물을 굳이 국빈초청해서 회담을 연다하더라고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이가 여긴다는 말입니다. 아베 이후 일본 정계를 재편하고 자신의 장기 집권을 노리던 기시다입장에서는 요즘 하루 하루가 피곤한 나날일 것입니다. 이래저래 갈 길 먼 기시다에게 힘든 정치 여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