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 옆을 그냥 못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참새는 우리나라 농촌에 사는 텃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추운 겨울 밤이 일찍 찾아오면 참새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초가집 추녀밑으로
파고 들면 호롱불을 들고 그물망이 붙은 장대로 참새를 좇아 잡거나 사다리를 놓고 참새가 숨은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잠자는 참새를 잡아내곤 했었다. 또 흰눈이 소복히 내린 아침에는 바지게
를 짧은 막대로 받쳐 놓고 바지게 위에는 큰 돌을 눌러 놓은 다음 바닥에는 참새가 좋아하는 나락
이나 쌀을 뿌려 놓으면 눈때문에 먹이감을 찾지 못한 배고픈 참새들이 주위를 살펴본 후 조심스레
바지게 밑으로 들어가면 방에서 문구멍으로 보고 있다가 막대기에 연결된 줄을 확 끌어당긴다.
예전에는 포장마차에서 참새꾸이도 나왔는데 요샌 통 볼 수가 없다. 소주 안주엔 닭똥집도 괜찮지만
참새꾸이가 제격이다. 화롯불이나 모닥불에 참새털을 뽑고 바싹 구워 놓으면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다. 요즘도 산에 친구들과 등산을 갈 때 Y자형 나무를 보면 어릴 때 만들었던 새총 생각이 난다
양쪽 가지에 고무줄을 매고 가운데는 천이나 가죽을 대어 돌멩이를 장전하여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를
향해 유효사정거리까지 몰래 살금살금 기어가서 고무줄을 힘껏 당겨 돌멩이를 발사하는 총이었다.
엊그제 걷기운동을 마칠 때쯤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과일특공대를 지나는데 군고구마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두고 그냥 지나갈리가 없다. 냄새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조그만 통이 눈에 띄었는데
그 속에 중간 긁기의 고구마가 곱게 구워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선 벌써부터 군침이 나오고 있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새벽에 일어나 쇠죽을 끓이면서 아궁이에 청솔가지를 꺾어 불을 땠다. 처음에 불을 지필
때는 짚이나 거부지기에 불을 붙인 다음 마른 가지나 장작으로 불길을 살린 뒤 청솔가지를 넣는다. 청솔가지
는 처음에는 연기가 나고 불이 잘 붙지 않으나 조심조심 불길을 살려 놓으면 한번 붙은 후로는 오래 간다.
쇠죽을 다 끓이고 난 후에 아궁이에는 불이 남아 있다. 숯불을 화로 담아 방안에 들여 난방도 하고 불씨를
보관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성냥도 귀해 성냥 알 한개비도 아껴 써던 시절이었다. 성냥을 사려면 십리나
이십리나 걸어거야 하는 닷새만에 서는 장날에 쌀 자루를 머리에 이고 나가 팔아서 사야했으므로 평소에는
제럽(삼대 말린 것)에다 유황을 찍어 묻힌 것을 썼다. 이것은 안전성냥처럼 마찰로 인해 불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불이 있는 열원에다 유황을 갖다대어 불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아궁이에 남아 있는 숯불 속에 고구마
를 파묻어 두면 얼마 안 있어 속까지 노랗게 익었다. 다 익은 고구마를 꺼내 약간 시커멓게 탄 껍질을 벗겨내고
뜨거워서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군고구마 맛은 어디에도 비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