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째 손자녀석의 돐잔치를 점심식사를 겸해 인근 중국식당에서 가까운 가족 몇명이 모여서
하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초청을 하고 싶었지만 요즘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돐반지 하나에
67만원이나 한다니까 큰 부담이 되기에 가족끼리만 하기로 했던 것이다.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행사를 진행할 이벤트 진행자를 불렀는데 30만원이나 주었다고 한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진행자가
손주녀석의 에미 애비를 앞으로 불러내어 손으로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여러가지 상징적인 물건중
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잡는 가를 보면서 앞날을 점친다고 했는데 손주 녀석은 나무망치를 잡았다.
청진기도 있고 마패도 있고 엽전도 있었는데 요즘 정부와 으료계가 하두 싸우니까 의사는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나무망치는 법관이나 고위공직자를 상징한다고 했다. 법정이나 지자체의 회의장 등에서
중요한 의안이나 판결을 마칠 때 두드리는 망치가 아닌가 싶다. 할애비에게도 덕담 한마디를 부탁한다고
해서, "무병장수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인재가 되어라"고 하였다.
저녁때는 아이들이 집에서 집사람의 퇴임잔치를 집사람이나 나도 모르게 준비하였다. 거실벽에는
'ooo의 퇴임을 축하합니다' 라는 예쁜 글씨로 쓴 플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서재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외손주녀석이 나오라고 해서 문을 고 나갔더니 케이크와 음식이 한상 차려져 있고 자리에 앉으니
외손자 외손녀 손자들의 축하 꽃다발 증정과 선물 그리고 축하 노래 재롱잔치가 펼쳐졌다. 자녀들이
부모 몰래 에미의 정년(?) 퇴임식을 준비한 것이다.
정년( )이란 '관청이나 학교, 회사 따위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직원이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그리고 '정년퇴임'이란 직장에서 직원이 퇴직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가 되어 맡고
있던 직책이나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의사나 간호사는 관공서가 아니면 정년이 없는
것으로 안다. 에미도 작은 요양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자신이 일흔 넷이나 됐으니
오는 2월말을 끝으로 스스로 물러 나는 것이다. 이제껏 남을 위해 봉사를 했으니 남은 인생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로 한 모양이다.
나도 공무원으로 30년을 봉직하다가 정년을 맞았다. 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나는 2월말이나 8월말로 정년
이 된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년퇴임식을 마련해 준다. 나의 정년 때는 동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혼자뿐
이어서 대학당국에서 정년퇴임식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을 사양하고 말았다. 크게 잘한 업적도 없는데
국가예산을 허탕에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십여년도 더 지난 시점에 에미의 퇴임에 즈음해
자식들이 본인의 퇴임잔치를 함께 열어주니 감개무량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