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근시가 실명위험까지? ‘열공망막박리’ 원인과 치료법
망막이야기
최근 필자의 병원에 20대 여성 환자가 좌안의 휘어 보이는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양안 모두 -8 디옵터 정도의 고도근시였으며 안저검사 결과 좌안에서 망막열공이 관찰되었는데, 망막 주변부 망막박리가 황반까지 침범된 '열공망막박리'로 최종 진단했다.
최근 젊은 층의 고도근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근시 환자는 총 120만 6397명이며, 이 중 10대 환자는 44만 7608명(약 37%)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실제 근시는 주로 5~15세 성장기에 발생하고, 성인이 되면서 고도근시가 될 확률이 높다.
눈 속 대부분을 유리체라는 투명한 젤리 같은 조직이 채우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액화(젤리형태가 액체로 변함)나 후유리체 박리(유리체의 수축으로 유리체의 뒷면과 망막층이 분리)가 발생한다. 고도근시에서는 유리체 액화와 후유리체 박리가 보다 이른 나이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과정 중에 망막에 열공이 생기면서 망막박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렇듯 고도근시는 망막박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망막박리’의 증상으로는 열공이 발생하는 초기에는 비문증(날파리증)과 광시증(빛이 번쩍이는 증상) 등이 있고, 망막박리가 생기면 시야 가림이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 등이 생길 수 있다.
주변부 망막에 열공이 생기거나 열공 주변에만 국한된 박리가 생기는 경우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우연히 안과 검사에서 발견될 수 있다. 주변부 망막열공이나 주변부 망막변성은 열공성 망막박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방적인 방벽 레이저치료를 한다. 망막열공을 가진 환자의 약 20%에서, 주변부 망막변성인 격자변성의 5% 정도에서 망막박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망막박리로 발전할 위험도는 여러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예방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망막박리가 황반부를 침범하면 중심시력이 나빠지고 선이 휘어 보이거나 글을 읽는 등의 활동이 어렵다. 만약에 망막박리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눈 모양이 유지되지 않아 심한 경우에는 안구위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열공성 망막박리의 경우 매우 초기, 주변부에 국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중심 망막(황반)을 침범하기 전에 신속하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공막돌륭술은 눈의 가장 바깥층인 공막에 실리콘 밴드를 대주고, 안구 벽이 망막열공에 가깝도록 해주어야 한다.
망막열공이 닫히면, 망막 아래에 있던 망막 하액들은 자연적으로 흡수되어 망막이 재유착된다.
공막돌륭술이 안구 밖에서 시행되는 수술이라면 유리체절제술은 안구 내에서 시행되는 눈 속 수술이다. 열공이 눈의 뒤쪽에 위치하거나 열공의 수가 많거나 배열이 여러 위도에 불규칙하게 나뉘어 있어서 돌륭물질을 대기 어려운 경우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유리체 견인이 공막돌륭술로 해결되지 않거나 심한 유리체 혼탁이 있어 안저관찰이 곤란한 경우 등도 유리체 절제술이 더 효과적이다. 망막을 재유착시킨 후 냉동치료나 레이저치료를 시행하고 눈속 충전물을 주입하여 망막열공의 안구 내 밀착을 강화시킨다.
모든 치료가 그러하듯 망막박리의 치료도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최대의 치료 효과를 얻는 것이중요하다. 환자의 전신상태, 망막박리의 상태, 백내장 유무, 열공의 숫자 및 위치, 술자의 경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무엇보다 망막박리 치료의 관건은 얼마나 망막열공을 완전하게 폐쇄시키는가에 따라 결정되므로, 꼼꼼한 술전 검사를 통해 망막박리의 원인이 되는 열공을 모두 발견하도록 한다.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로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가장 최선의 치료이듯, 망막박리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비문증이나 광시증이 갑자기 생기거나, 고도근시, 반대편눈에 망막박리의 병력, 망막박리의 가족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심각한 시력저하를 예방하는 길이다.
(2021년 1월 헬스조선 건강칼럼) / SNU청안과의원/김태완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