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부산 목포와 함께 3대 거항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컸던 군산.
그 후 개발이 더디어 아직도 도시 곳곳에는 일제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군산 시내를 돌다 보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착각에 빠진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심은하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골목길을 달렸던 동네도 군산 장미동 일대이다.
군산의 음식이라면 생선회와 꽃게장 아귀찜을 들 수 있다. 생선회는 다른 지역에도 많은데 그게 뭐 군산의 음식이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곳의 생선회는 다른 지역과 다르다. 흔히 전라도 밥상을 대하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수많은 음식 가지 수에 놀란다. 그처럼 전라도의 푸짐한 인심이 고대로 이어지는 게 군산 생선회다.
회를 주문하면 바다에서 나오는 신선한 해산물과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전라도 밥상처럼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아귀찜은 마산 아귀찜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지만 전라도 손맛으로 만들어 내어 맛에서만큼은 결코 뒤떨어 지지 않는다. 그래서 군산에 가면 필히 먹어봐야 할 메뉴 중에 하나가 아귀찜이다.
꽃게장도 서해에서 잡은 신선한 꽃게로 만들어 내 육질이 푸석하지 않고 인절미처럼 쫀득하고 부드럽다. 이 음식들 말고도 군산에 가면 챙겨야 할 맛들이 참 많다. 지금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나 채취량이 크게 줄었지만 생합이 입맛 당기고, 복어 알로 10여년 숙성시켜 만든 복쟁이 알젓도 군산에 가야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음식은 군산의 대표음식이 아닌 아주 소박한 음식이다. 별미랄 것도 없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이제는 별미가 되어버린 무국이다. 고기가 넘쳐난 지금은 무국을 잘 끓이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는 종종 먹었던 음식이다. 적은 분량의 쇠고기로 온 가족이 맛있는 고깃국을 먹고자 할 때에는 무국을 끓였다. 고기를 무와 함께 먹으면 양이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단백질 분해 효소인 에스테라제가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국을 끓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소금과 참기름 다진 마늘 후춧가루에 양념한 쇠고기를 냄비에 볶는다. 색이 변하면 무 썬 것과 다진 마늘을 한데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 다시마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충분히 끓으면 다시마와 기름 거품을 걷어내고 청장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고 조금 더 끓이면 된다.
가끔씩 오징어로도 무국을 끓였고. 돼지고기로는 김칫국을 끓였다. 이것도 저것도 없다 싶을 땐 된장국에 무를 어슷썰기 해서 넣기만 해도 복잡하고 걸쭉한 된장찌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가득했다.
무국은 참 간편하고 보잘 것 없는 음식 같지만 왠지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식당에서보다 가정에서 먹어야 더욱 맛있을 것 같은 무국. 하지만 군산 한일옥에 가면 가정에서 먹는 맛과 같은 무국을 맛볼 수 있다.
뚝배기에 팔팔 끓고 있는 무국을 대하면 시원하고 개운하고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뜨거운 밥 한 그릇을 말아도 좋겠다. 국밥을 한 술 떠서 후후~ 불어 입에 넣고 매콤한 양념 고추장아찌나, 볶아서 식혀놓은 김치로 싱거움을 달래주면 맛 이 끝내주지 않겠는가.
무국 말고는 김치찌개와 콩나물국 시래기 국 닭국이 있다. 시래기 국 도 특별한 맛이다. 구수한 시래기 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 아... 이게 진국이구나 생각 든다. 가격도 만만하다. 무국이 4,000원 콩나물국이 3,000원 나머지는 3,500원한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은 물 컵과 오래됨이 느껴지는 이 집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맛 이외의 또 다른 즐거움이겠다.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첫댓글 서울것좀 올려주세요..그림의 떡 ㅠ.ㅠ
저런 집이 진짜 맛있는 집인데말입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 역시 머네요.
고향인데도 몰랐던 곳이네요. 담번에 꼭 찾아가야겠습니다. ^^
아 죽이네여~ 무국 정말 시원해보여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