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먹고 죽자는 ‘먹방’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입력 2024.02.13. 03:00업데이트 2024.02.13. 07:36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02/13/OPU7XH7OYBCFZMD5TPF4A5Q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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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기 위해 먹는 ‘大食 차력’
허리띠 푼 만큼 해이해진 입
신체·문화적 건강에 악영향
최소한의 경고 필요한 시점
차력(借力)은 목숨을 건 묘기다. 공업용 철근을 목으로 눌러 구부리거나 트럭에 묶은 밧줄을 입에 물고 끌어당기는 건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대단한 무공이 필요하다. 이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북한이나 동남아 전통 시장 같은 곳에서는 차력쇼가 열린다. 몇 년 전 태국에서 불붙은 꼬챙이를 입으로 삼키는 남자를 봤다. 내 목구멍이 다 얼얼해지는 장관이었다. 어릴 적 기억에 그들은 대개 약장수들과 함께하곤 했다. 물론 눈속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쇼가 시작되기 전 “애들은 가”를 반복하던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 따라 하면 다치니까.
작금의 차력쇼는 단연 ‘먹방’이다. 먹는 방송. 대패 삼겹살 20인분을 혼자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수제 버거 수십 개를 거의 마시듯 식도로 넘기는 건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타고난 몸뚱이가 필요하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이 기현상(‘Mukbang’)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이 세계에서는 대식(大食)이 기본이다. 이를테면 몸무게가 약 48㎏인 유튜버 ‘쯔양’은 짜장면 여덟 그릇과 군만두와 콜라 두 병을 예사로 먹어치운다. ‘히밥’이라는 예명의 과식 전문가는 라면 스물다섯 봉지를 끓여 먹는다. 계란에 떡국 떡까지 넣어서. 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일 터이나, 계속 그렇게 먹다가는 오래 못 살 것이다.
이들의 위대(胃大)한 차력은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전파된다. 절대로 1인용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대형 솥에 한가득 끓여 비빈 ‘불닭볶음면’ 따위를 배경으로 이들은 구경꾼을 불러 모은다. 이들은 ‘푸드 파이터’라고도 한다. 음식과 싸운다니.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위장에 쑤셔넣는다고 봐야 한다. 이런 괴식의 의학적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도저히 소화할 수는 없으니 삼키고 토한 뒤 영상에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연명하다 들통나 업계에서 버림받은 인물도 있고, 건강이 악화돼 실제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최소한 “애들은 가”라는 안내 방송은 필요하다.
최근 '먹방 유튜버'가 되려는 자들의 현실을 비꼰 패러디 영상. 충격 요법으로 이목을 끌어야한다는 PD의 제안에 사발면 10개를 한 번에 끓여 입에 욱여넣는 개그맨 이우일. 이윽고 통삼겹살에 산낙지까지 넣어 먹는다. 다 먹고 살려는 발버둥이란 걸 알지만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 /유튜브
정부가 한 차례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다. “폭식 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할 계획”을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표했다. 비만 관리 대책의 하나로, 영상에 주의 문구 정도를 넣자는 자정 요구였다. 강제성도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식생활 규제’라는 비판에 막혀 유의미한 후속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과거 이빨로 캔맥주를 찢어 마시던 왕년의 차력왕 배우 정동남처럼, 이제 유명 먹방인들은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TV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술방’까지 치고들어왔다. 먹방에 술이 합쳐진 것이다. 소주를 병째 원샷하는 건 귀여운 수준이다.
콧구멍까지 한껏 벌려 미어질 듯 음식을 넣고 우물거려야 “먹을 줄 안다”고 손뼉 치는 사람이 늘수록 정량(定量)에 대한 예의는 줄고 있다. 어푸어푸 수영하듯 고갯짓하며 국수 면발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면치기’가 유행할수록 대대로 전수돼 온 밥상머리의 품격은 멀어지고 있다. 19세기 한 프랑스 미식가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설명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 설명 방식이 ‘어떻게 먹느냐’로 바뀔 시점이 됐다. 폭식 먹방을 가만 보고 있자면 도리 없이 그들의 배설량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지독한 비애를 야기한다. 그 어떤 양분도 되지 못하고 한 무더기 똥이 돼버린 음식처럼, 우리의 관심이 너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상혁 기자
둥이할머니
2024.02.13 05:33:02
이기사를 써준 정기자님께 동감의 감사를드린다.뉴스와 몇개의 연속물들 아니면 잘 보지않아 모르지만 먹방프로를 어쩌다보면 이런게 왜 인기가 있는지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인간이 아무리 대식가라도 그많은 음식이 짧은시간에 들어간다는것이 나는 놀랍고 사고날까 두려움까지 있었다.그들이 얼마나 인기있고 유튜브등에서 돈벌이를 하는지 모르지만 동물도 그렇게 많이는 먹지않을것 같아서 이런프로는 점차 없어지는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한다.내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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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산신령
2024.02.13 06:16:49
먹방 없애라 일부 개그맨들 먹는것 가지고 쇼한다 건전한 머방이 되어야한다 도리어 애들 교육상 해가되어 아동비만의 원인이 되다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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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2.13 06:15:24
요즘 먹방, 식방이 너무 많다. 돼지처럼 소처럼 먹기 위해 사는 인간 같다.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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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2.13 06:25:10
저녁 시간에 실내 자전거를 타려면 (지루하니까), TV를 켜면 방송국마다 먹자 골목이다. 여기도 먹방. 저기도 먹방. 리모컨을 돌리다가 욕이 절로 나온다. " @#%! 저것도 방송이라고 맨날 만들어 대니..." 결국 꺼버린다. (머리 아픈, 부화가 치미는 정치 뉴스는...) 전깃세가 아깝다. 밤이고 낮이고 켜면 먹방. 국내도 부족하여 해외 원정까지... 가장 쉽게 저렴하게 재작하는 방송을 끝없이 보여줘야 하는 저들도 노고도 딱하다만, 세상은 넓고 음식점은 욱시글하다. 방송국이 존재하는 한 먹방 또한 존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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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따구
2024.02.13 06:50:21
진작 지적됐어야 할 내용입니다. 폭식장면이 박수받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걸 막는 건 언론이 해야할 일이지요. 폭식의 폐해에 대한 후속기사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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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2024.02.13 06:39:58
먹방과 트롯트 방송은 법을 만들어 규제해야한다. 세상이온통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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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다람
2024.02.13 07:25:27
개인적으론 징그러워서 보지 않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직업이 있는데 짐승보다 못한 우격다짐식 식사로 어린애들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내보내지 못하게 막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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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은구름
2024.02.13 07:40:30
좋은 지적을 해준 기사라고 생각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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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잉여
2024.02.13 08:27:15
저런 과도한 먹방은 음식에 대한 존중이나 예절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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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2024.02.13 08:06:08
625 전쟁으로 인하여 못먹고 못입고 산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서인가? 먹는것에 목숨을 건것처럼 무자비하게 먹어치우고 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우려되고 염려 스러운것은 이것을 따라하는 청소년들과 어린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얻은 타이틀이 한국이 세계 먹방의 종주국이란다 지금은 그래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고 교육 수준과 의식 수준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다고 자부하는데 이제는 이런 일들은 청소년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악영향이 가지않도록 가려서 조치도 하고 방송도 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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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박
2024.02.13 07:50:14
건강과 전혀 무관하게 진향허는 프로그램.. 먹는것만쿰 미련해 보이는 것은 없다. 건강을 잃어보고 느끼면 그때는 이미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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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ulla
2024.02.13 08:36:29
정동혁 기자님 잘 지적하셨습니다. IN-OUT에 대한 법칙이 있지요. 먹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품격조차 없는 화면을 "보기 싫으면 돌려라"가 정부의 답변일 수는 없습니다. 40년 전 신입사원으로 함께 입사했던 외국인 친구가 했던 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한국은 뭐든 세계 제1 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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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1
2024.02.13 08:08:01
먹방을 일명 음식 포르×라고 하는데 일상에서 포르×가 방영제한 되듯이 먹방도 건강유해 영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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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2024.02.13 08:01:03
미친 것들이지. 뭘 그런 걸 한 번 봤으면 됐지. 자꾸 봐주니까 양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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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1
2024.02.13 07:47:27
가난하고 비참하게살아온 과거를 보상받기위해 짐승짓거리를 하는것이겠지.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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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2024.02.13 08:57:00
방송국 PD와 작가들의 빗나간 경쟁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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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ulla
2024.02.13 08:41:44
병원, 권위있는 의사들이 입 다물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때문인가? "고혈압, 당뇨, 순환기계통, 소화기계통" 모두 문제 있을 텐데 왜 입 다물고 있을까? 각병원 과장님들! 밥그릇 투쟁만 하지 마시고 이런 것에 투쟁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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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2024.02.13 08:02:28
미련한 짓거리에 세상에 이런 하는 마음으로 한두번은 신기해 본다...그것도 자세히는 안보고 초기에 준비하는 모습과 음식 양을 3초 정도...중간에 먹는 모습 또 3~4초...그후 다 먹었나 끝으로 가사 보고 다른것 본다..이후로는 썸네일만 보고 안보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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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禹
2024.02.13 08:47:37
먹고죽자는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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