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오렌지)
"기타 줄이 끊어졌어요."
두 팔을 높이 들어 엑스자를 그리더니 의아해 하는 팬들에게 줄이 끊어졌댄다.
팬들의 함성에 녹화장이 떠내려갈 지경인데 이거저거 맘에 안든다고 트집잡아 벌써 같은 곡이 5번째다.
뭐...나같은 사람이야 다 똑같이 좋게만 들리는데 절대지존 이라는 저 사람은 역시 음악할땐
틀리다.하지만 확실히 그는 오늘 아주 많아 긴장 했다.잠실 경기장의 컴백 콘서트를 끝내고
이제야 정식으로 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가 아닌가.그는 복받치는 감정을 담은 말을 줄이고
음악으로 대화 했다.팬들과 그는 그렇게 첫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
어렵게 정말 어렵게 한곡의 녹화분을 완성해 내고 마이크에 몸을 기댄 그가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어제도 만난 것 처럼.너무나 사소하게.하지만 마음을 담은 한 마디는
그만 공연장 전체를 울음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썬글라스에 가려 표정조차 알 수 없는 그는 눈물이 새어나올 틈도 주지 않고 다른 곡에 빠져들기
시작했다.MBC의 첫 사전 녹화 날이었다.
"좀 웃어주지...썬글라스도 벗어주고.앵콜도 해주고."
대기실 안에서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궁시렁 거렸다.4년7개월 만인데...어떻게 보면
능구렁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하여튼 은근히 고단수 라니까.메이크업 박스에 브러쉬며
퍼프를 정리하면서도 지민의 푸념은 계속 되었다.이것저것 불만을 토해내는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
"연기가 많이 나네...목 잠기겠어."
무대 앞에 설치해논 장치에서 화염이 발사되는데 카메라엔 멋지게 잡히겠지만 저 주변은
완전히 가스고문실이다.팬들도 목이 막히고 눈물이 나는데 노래한다고 질러대는 태지야
오죽하려구...팬들 앞에선 음악가지고 응석 부릴 사람도 아닌데.
"목 안나와 저거.솔직히 화면발에 비해 단점이 더 많아."
"그래...?어떻게 알어.리허설 할 때 봤어?"
"아니,그냥."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현석 오빠의 얼굴이 꽤 진지 하다.그러고 보니...이렇게 눈 마주친거
오늘 만나서 처음이다.물론 바쁘기도 바빴지만...
"오빠."
"응."
여전히 모니터를 응시하는 그의 뒤통수에다 대고 하마터면 울어버릴뻔 했다.
갑자기..그의 뒷모습이 왜 그리 슬퍼 보이는지.삐죽 나온 갈색 머리칼이며 굵게 짜인 니트 자락
멋스럽게 주름이 잡힌 바지 까지...뭐가 그렇게 슬퍼 보였을까.정리 하던 브러쉬를 다시 꺼내
괜히 묻지도 않은 섀도 가루를 터는 척,
"미안해."
그제서야 돌아선 현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
그래서 더욱 더 미안해 진다는거 알아...?
"요새 눈만 마주치면 그 소린거 알아?그래서 더 니 얼굴 못 보겠고."
"미안해."
테이블에 널려있는 구겨진 종이컵에 대고 또 다시 미안해-해버렸다.
자꾸만 말라오는 입술...두 손은 브러쉬만 꼼지락 대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다.
...
"나 괜찮아.니가 그러면 나 태지한테 심통부리고 싶어진다구.알아?"
"...미안해."
"차라리 고맙다고해.아니 미안하단 소리 할꺼면 차라리 사랑한다구 하던가."
"누가 누굴 사랑해!"
잔뜩 찌그린 얼굴로 돌아온 태지가 바락 악을 쓴다.저 투정...들고 들어온 생수통은 멀리
던져 버리고 팔짱을 낀 채로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코 끝에 걸친 썬글라스 위로 눈만
대굴대굴 굴려가며 날 위 아래로 훑어본다.
"누구 맘대로 바람을 펴!어?내가 정말 이 인간 땜에 못살아!"
또 시작했다.한국 들어오고 나서부터 생긴 이상한 병.무작정 배째라 땡깡 부리기.
"돈을 벌어오라고 바가지를 긁어 아님 많이 먹는다고 구박을 해?이 인간이 어디 시퍼렇게
살아있는 서방 앞에서~"
모두다 얼었다.물론 서태지란 사람이 브라운관을 통해 보던 카리스마나 메시아가 아니라는 건
딱 10분만 맘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알게되는 것이지만...싸이코라는건 참...하...
"오,오빠...다들있는데서 그게 무슨..."
"흐응...나 좋다고 울고불고 난리칠때는 언제구 나만 없으면 형이랑 짝짝꿍이지 너?"
"뭐...뭐야?치잇,서방은 무슨 서방 40살 먹은 아줌마 처럼 바가지나 긁고 서방은 무슨,마누라다!"
"이렇게 멋진 마누라가 어딨어?엉?이 뽀대나는 머슬~굵은 종아리,넓은 가슴!내가 어케 마누라냐?"
"머슬?머슬 좋아하네.그게 살이지 근육이냐?나보다 더 하얗고 나보다 더 이쁘잖아!"
어느새 또 투닥투닥 싸워 버렸다.한참 공연중이라 힘들텐데도 분위기를 바꾸려 일부러 그런다는걸...
모르지 않는다.현석 앞에서 또 모두들 앞에서 어색한 분위기로 몰아가지 않기 위해선 항상
분주하고 소란스럽게 또 즐겁게...한 순간도 심장을 내려 놓아선 안된다.긴장이 풀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또 울어버릴지도 모르지...그래서 더욱 악을 쓰며 대들어 본다.
"야~한지민 너 거기 안서?"
"안서면 어쩔껀데?앙 말해봐!"
"정말 말로 해볼까?"
갑자기 바뀐 이상야릇한 모드에 깔깔대며 웃어넘기던 탑,락,상욱이,양군 그리고 한국말 모르는 해프까지
다 일순간 숨까지 멈추고 조용하다.꼴깍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대기실을 메우고
모두가 태지의 입만을 주시하고 있는데...아,안되지.
"정말 말로 해?"
"아,아니."
"잘못했지?"
"으응..."
"니가 마누라 해.난 터푸하고 멋진 서방님 할게.싫어?싫으면 말로 하고."
"아,아니야!누가 싫대?서방님 해.맘..대로 하셔."
"흐응.그래...서방님 목 마르시다.물!"
있는대로 소란을 피우고 다시 무대로 나간 태지는 대기실을 나가기전 내가 아닌 현석오빠를
으스러지게 한번 안아주었고 더욱 어색해져 버린 난 대기실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앞 스텝들 사이에서 지켜본 그는 붉은 머리칼을 쏟아내리며 온 몸으로 노랠 하고 있었다.
아닌 듯 하면서도 일일이 팬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춰가며...그래서 작은 무대를 택했구나.
더 가까워질 수 없음에 아쉬워 하면서...
...현석오빠한테도..그리고 오빠 한테도...많이 미안한거 알아?
왜냐고 물어도 할말은 없는데...그냥 미안해.
그냥...
"왜애~그렇게 좋아?"
꺄악---
"다은곡은...울트라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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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좋네요.첫 사전녹화.다시봐도 참 좋습니다.
그날 밤새 녹화하자고 조르던 팬들이나 앵콜없이 들어간 태지나
설레이고 떨리기는 마찬가지였을 텐데요....
그래도 우리 앞에선 늘 완벽하고 싶은 그사람인걸 다 알고...
아,예.좀 유난히 천진 스럽고,-_-....실은 좀...애같고...
아..그러니까...철이없죠.
네 그렇습니다.하지만 그게 다 우리 앞에서만 그런거니까^^*
ㅋㅋㅋ태지만의 매력이죠.우리 매니아들만 아는 태지의 매력^^
또 비가 오네요.일본에 있을 그사람 아프지 말고 잘 지내길^^*
개미요리 같은건 먹지말고 꼭 김치를 먹길...
그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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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의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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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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