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관심을 갖고 정리중인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8개구단 주전급 선수들의 데뷔 1~5년차 기록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기록을 통해 제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주전급 선수들은 처음부터 잘했나, 아니면 처음에는 조금 부족해도 나중에 천천히 성장했는가 입니다.
아직 모든 선수들의 기록을 다 확인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또 어떻게 보면 조금은 슬픈 경향이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야구는 어릴 때(그러니까 프로 입단 초창기에) 잘하던 사람이 나중에도 잘합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5년차 기록까지는 보잘 것 없었고, 군입대 기간을 포함해 7년간 '그저 그런' 선수였던 박병호나
데뷔 11년 만에 빛을 본 박정진 같은 케이스가 그렇습니다. (박정진은 5년차 시즌에 두자릿수 홀드를 한번 기록)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부 몇명만의 케이스를 제외하면, 다들 어릴 때 잘 하던 선수가 나이 들어서도 잘 했습니다.
류현진-김태균-오승환 같은 S급 선수들은 대개 1~3년차에
그리고 올스타급 주전 선수들도 대개 3~5년차 안쪽에 눈에 확 띄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진영은 2년차에 7홈런 / 3년차에 .280 / 4년차에 .308을 쳤습니다.
정수빈은 2년차에 .32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네요
최정은 3년차에 16홈런 / 4년차에 .328
오재원 급의 선수도 이미 4년차에 .276에 35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제가 이런 기록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5~7시즌 정도를 소화한 20대 중후반 선수들의 성장세 기대치를 어디까지 보아야 할 것인지 모르겠어서 그렇습니다.
저는 20~25세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26~30세 선수들의 기량이 어떠한지가 팀 전력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올해 기준 86~90년생 선수들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선수들은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을 끝내고 전력을 꽃피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이 또래 한화의 야수 전력은 김회성-정범모-송주호-오선진-전현태-임익준-박상규 정도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80년대 초반 선배들과 90년대 초중반 후배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잘 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팀에서 중심 역할을 잡아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팀에는 저 연령대의 [에이스 카드] 야수들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박병호-김현수-손아섭-최ㅡ정-나성범-강민호-양의지-김민성-황재균-서건창-김상수-안치홍
김선빈-배영섭-박해민-오지환-이명기-민병헌-박건우-정수빈-정ㅡ훈-하준호-장성우-이재원
우리 선수들에 대한 팬심을 담아서 보아도, 다른 팀 야수들의 힘이 조금 더 세 보입니다.
저 나이대의 선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 지금 팀 구성원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2000년대 중반 8개구단에서 신인지명 제일 적게 하던 팀이 한화였고
그 시절 2군 연습장도 없던 팀이 바로 한화였거든요.
왜 자꾸 옛날 얘기만 하냐며 지루해 하실수도 있지만
그때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에는 노장도 필요하고 신인도 필요하고 20대 중후반 전성기 선수도 필요한데
우리는 노장이 있고 신인에 대한 기대치도 있으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류현진 또래의 선수들 말입니다.
주현상이나 하주석 같은 선수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태균 정근우 권혁이 더 나이들기 전에 밑에서 함께 중심을 잡아줄 젊은 선수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화는, 거기가 뻥 뚤려 있습니다.
내년보다 후년을, 후년보다 그 다음해를 기대하는 팬심이 있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년 후에는, 제가 이런 문제로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헐... 제가 이글스 팬이 아니었던지라 이런 사정을 몰랐는데, 어쩐지 다른 팀은 주전 부상입고 올라온 대체선수가 포텐 터뜨리는 경우가 꼭 있기 마련인데 이글스는 좀체로 그런 선수가 안보인 이유가 이런 이유군요...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지금이라도 2군 이정훈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2군이 참 열심히 한다고 들었거든요.
역시 좋은 글을 오늘도 올려주시네요.* 아쉽지만 이글스 자원의 밀도가 타팀에.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네요. 없는 살림 잘 꾸려 나갔으면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동감합니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모든것이 자질이 아주 중요합니다만...그것을 이기는것은 꾸준한 노력이라 생각하고, 봐왔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노력처럼 꾸준히 한다면 자질이 훌륭한 다른팀 선수보다 많이 노력하고 연습한 이글스 선수들이 승리 할것으로 생각 됩니다.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 역시 상대적으로 덜 그런 선수들과 똑같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노력] 보다는 좀 더 시스템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투자를 하지 않아 중간이 없는 문제점을 열정을 가진 감독을 선임해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구단은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가 된다면 그것또한 그런 팀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감수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가끔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 합니다. 제가 사람과 관련된 부서에 있는데 친한 동료가 매번 개선점이 명확히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냐고 하면 저는 그게 사람과 관련이 된 것이라 제일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결국 사람의 문제이다 보니 어느 누가와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시스템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쉽지 않은 문제네요^^요즘 한화뎁스 생각하면 예전처럼 방위(!)근무하고 저녁에 경기 뛸 수 있던 시절이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ㅎㅎㅎ
맞는 말씀입니다
감히 덧붙이자면 드래프트 때에는 결국 초창기에 잘했었던 선수들 데려와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ㅜㅜ 전에 감독님 말씀과도 일치... 좀 더 마음을 굳건히하고 응원해야겠군요.
깊고, 객관적인 분석 정말 잘보았습니다.
FA건 뭐건 선수 계속 데려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