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리타분한 분이셨다.
사병부터 시작해서 중령까지 30년동안 군생활이 몸에 베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장남인 아버지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힘든 분이셨다.
이런 아버지에 절대 뒤지지 않는 분이 바로 엄마셨다. 6.25전쟁 때 부모님을 여의고
11살 때부터 안 해 본 일이 없으신 탓인지 엄마 역시 보통 분은 아니시다.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반 군대생활이었고
일요일 아침은 늦잠은 커녕 점호로 시작하고 5남매가 각자 구역을 맡아 대청소를 했다.
누군가 한 명이 잘못하면 단체기합을 받았고, 방학이면 계획표를 제출하고 방학이 끝나면
평가를 받아 실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종아리를 맞았다.
우리집에 철저한 규칙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절약”이었다.
밤늦게 공부하다 불이라도 켜 놓고 잠이 들면 그 다음날 박격포 같은 엄마의 훈계를 들어야 했고
우리집 화장실에는 5볼트 짜리 꼬마 전구가 전부였다. 세숫물도 많이 받으면 안 되고 물을 틀어놓고
이를 닦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TV를 보다가 잠시라도 딴짓을 하면 “안 볼 거면 꺼!!”불호령이 떨어졌었다.
전쟁을 겪으신 두 분에게 화장지는 호사였기에 얇은 일일달력을 구겨놓았다가 사용했었다.
다 쓴 세숫물에 걸레를 빨고 다시 그 물을 변기에 이용하시는 아버지를 따라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이런 생활 습관은 식사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못 먹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짓 이냐며 마지막 밥풀 하나까지 싹싹 긁어 먹게 하셨고,
식사를 시작할 때마다 “농부님들께 감사합니다!”를 외쳐야 했다.
이건 군대 생활을 벗어나 웬 공산당 같은 집안이냐며 우리들끼리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그 누구 하나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학교에 가서 필통을 열면 내 몽당연필이 보일까 부끄러운 적도 있었고,
기차모양 연필깎기가 돌돌 부드럽게 깎아 내린 짝꿍의 그것 앞에서는,
엄마가 손수 깎아주신 길쭉한 내 연필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옷 투정, 반찬투정 한번 안하고 다들 즐겁게 지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6월 보훈의 달이 되면 대전국립묘지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 깐깐하고 대쪽 같은 성격도 막내 딸에게는 봄 햇살에 눈 녹듯 녹아 내리셨는지
소위 딴따라가 되어가는 내 모습에 “하고 싶으면 해야지..”라고 하셨었다.
그건 최고의 응원이셨다.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정신”은 똑바로 심어준 것에 만족해하시던,
답답하리만큼 비현실적으로 곧은 그 모습이 이제야 자랑스럽다.
어릴 적 귀에 못이 박히게 “물자절약”을 외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프랑스인 남편에게 똑같이 외치고 있는 나에게 투영된다.
빨래를 할 때도 물을 틀어놓으면 불안하고, 사람 없는 방에 불을 켜두면 좌불 안석이 되는 습관이 이제야 자랑스럽다.
한국에 놀러 온 프랑스인 친구가 버스를 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일이야? 웬 냉장고야?” 그 날 이후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 그 친구는 “냉장고다!”라고 했다.
왜 한국에서는 그렇게 에어컨을 세게 켜냐는 질문에 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왜 컴퓨터를 켜 놓고 퇴근을 하는지,
왜 에어컨을 켜놓고 가디건을 입는지,
점심시간에도 사무실 불이 왜 켜져 있는지..
우리 부모님께 들켰으면 정말 큰일날 짓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이런 자잘한 습관들만 고쳐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절약되지 않을까?
실제로,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낭비되는 에너지는 연간 총 7조 800여억원으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의 4%에 해당한다고 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에너지소비가 매년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만 반대인 셈이다.
빨리 빨리 시원해져야 하는 우리네 급한 성격 때문인 걸까?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 생명이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고 응급실로 옮겨야 할 상황이 오고 있는데도 아직 우리 사회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다들 다른 더 급한 걱정거리들로 틈이 없는 걸까?
전쟁을 경험하신 어르신들은 아직도 아끼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을 거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당신들의 자녀들만큼은 풍족한 생활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으실 거다.
사실 그런 부모님들의 사랑이 우리들의 소비습관을 종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전쟁세대가 살아계실 만큼
빠른 성장을 해 온 한국의 힘으로, 이제는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인공호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바로 내모습이네요.우리때는 뭐 다아 그랬지요."아나바다"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고...얼마전까진 교과서 반납해서 물려받고 했었는데...당근 교복도 물려입고...저도 애들 그렇게 키웁니다.가끔 외계인취급을 받긴 하지만 나혼자라도 지키려 합니다.청산님의 모처럼 좋은글 감사...!
카페를 훈훈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참 모습이고 국민모두.아니.지구상 모든분들이 본받아야.마땅하지요.사실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쓰잖아요.그렇죠..좋은글에.한표 꽝
흠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들의 음악은 댄스 뮤직(댄서인지 가수인지 모를..)의 흐름 속에서 가창력으로 승부한 진정한 가수들이 지요.
첫댓글 바로 내모습이네요.우리때는 뭐 다아 그랬지요."아나바다"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고...얼마전까진 교과서 반납해서 물려받고 했었는데...당근 교복도 물려입고...저도 애들 그렇게 키웁니다.가끔 외계인취급을 받긴 하지만 나혼자라도 지키려 합니다.청산님의 모처럼 좋은글 감사...!
카페를 훈훈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참 모습이고 국민모두.아니.지구상 모든분들이 본받아야.마땅하지요.사실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쓰잖아요.그렇죠..좋은글에.한표 꽝
흠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들의 음악은 댄스 뮤직(댄서인지 가수인지 모를..)의 흐름 속에서 가창력으로 승부한 진정한 가수들이 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