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24120665
내가 어렸을때 살던 시골은 내 또래 애가 거의 없었음.
이건 내가 시골 이야기 할때마다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지금 시골에 있는 애들
이름도 얼굴도 거의 기억 안남.
여기 온지가 10년 넘었는데...
그래도 기억나는 애를 말해보라면
큰민식이랑 작은 민식이
(큰 민식이는 정신에 문제가 조금 있어서
지능이 7살 꼬마애 정도였음. 20살 넘은 어른이었는데)
중국집 딸내미였던 혜은이
그리고 란희언니 정도일까.
아. 교회 오빠였던 예찬이 오빠도 기억남.
음. 어쨌든 본 이야기는 란희언니 이야기임.
편하게 란희라고 말하겠음.
내가 부산 올라오고 나서 초3이 됐을 때인가,
혼자 시골에 온 적이 있었음.
겨울 방학때였을거임.
겨울 시골에는 놀 게 거의 없음.
놀게 있다 하더라도 추워서 얼른 집에 들어가버리고.
시골에는 컴퓨터도 없고 티비도 없어서 엄청 심심했음.
심심해서 애들 모아서 놀려고
애들 집 하나하나 돌아댕기면서 모았음.
한 3명쯤 모았을때 란희가 생각났음.
그래서 란희네 집으로 갈라는데 혜은이가 날 말렸음.
왜 말리냐고, 왕따시키는거냐고 물어보니까
혜은이가 울면서 하는말이
"란희언니 죽었다." 였음.
난 그때까지만 해도 리얼하게 놀리는 줄 알고
장난으로라도 그런거 하지 말라 그러고 란희네 집에 갔음.
란희 이름을 막 부르면서 놀자고 말하는데
문이 열리고 란희 엄마가 나왔음.
(여기서 잠깐 란희네 집 사정을 말하자면
아버지가 지체장애인이셨는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다리를 한쪽 절고
집안일은 그때 당시
80가까이 되어가는 할머니랑 란희가 했었음.
란희가 첫째고 그 밑으로는 여동생 둘.)
란희네 엄마가 우리를 물끄러미 보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란희 없다. 가 놀아라."
라면서 문을 닫았음.
그제서야 나는 분위기가 안 좋은걸 알고 긴가 아닌가 싶어서
그날 놀려던거 때려치우고 집으로 갔음.
집에가서 할머니한테 혜은이가 란희 죽었다더라,
희네 집에 가니까 란희가 없더라 라고 막 말했음.
그랬더니 할머니가
란희 죽은 거 말하는 걸 까먹었다고 말해주셨음.
장난이겠지 싶어서 반쯤 웃고있었는데
진짜라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고 해야하나.
진짜냐고 할머니한테 계속 물어보니까
할머니가 들어보라면서 자기 꿈 얘기를 해줬음.
란희가 실종되고나서 며칠 후에
할머니가 꿈을 꿨다고함.
할머니가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데
누가 뭘 먹는 소리가 들리더라는거임.
우리가족은 다 부산 올라가고
시골에는 할머니 혼자 있는데 먹는 소리가 들렸음.
울 할머니는 눈이 안보이셔서
막 손으로 더듬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는데
부엌 끝 구석에 뭔가 잡히더라는거임.
손으로 더듬어서 만져보니까 딱 내또래 애였다고함.
요상스럽게도 찬 얼굴을 만지면서
부엌에 떨어진 과일껍질을 주워먹는 애한테 말을 걸었음.
"니는 누꼬?"
라고 말을 걸었더니 우는 애 목소리로
"할매요. 내 란희임더."라고 했다고함.
계속해서 말을 거니까
"할매. 내 배가 윽수로 고프다...
울 집에 묵을 끼 한도 없어가꼬
배가 고파가 여 왔심더. 내 먹을 것 좀 주소"
라면서 막 할머니 손을 잡고 애걸했다고 함.
할머니가 불쌍해서 란희한테 한상 차려서 줬다고 함.
진짜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가 한참을 들리고
란희가 밥을 다먹었는지
할매한테 절을 받으라고 하고는
절을 하고 사라졌다고 했음.
평소에도 울 할매가 란희네를 좀 불쌍하게 생각해서
요양보호소 같은 곳에서 주는 간식을
안먹고 남겨뒀다가 란희네 주고 그랬음.
할머니가 잠에서 깨고 느낌이 싸해서
란희네에 전화를 걸고
그 주변을 다시 찾으면 안되냐고 물었음.
그 전에도 경찰도 오고
교회사람들도 같이 한참을 찾았는데
못찾아서 반쯤 포기했었음.
(근데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해서
가출했다고 결론내렸음 ㅡㅡ)
할머니가 꿈을 꾼 다음 날 란희가 발견됐음.
자기 집 뒷산 낮은 절벽에서.
그 뒷산이 뱀딸기가 많이 열리는 곳인데
아마 거기서 맛도 없고 먹을것도 없는 뱀딸기를 따먹다가
발을 헛디뎌서 죽은것 같다고...
그렇게 결론이 났음.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가족도 아니고
울 할매한테 와서 밥을 달라 그랬을까...
생각하면 좀 안쓰럽기도 한데
어쨌든 란희가 좋은곳으로 갔기를 바람.
나는 친구로서 마지막을 못 지켜줘서 미안할 따름이지만..
#실화괴담
카페 게시글
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
란희 언니
에트와르
추천 0
조회 2,530
24.11.08 19:50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ㅠㅠ 아휴... 슬프다 하늘에선 뜨순밥 많이 먹고 행복했으면..
넘 안타깝다.. 어린애가 ㅜㅜ
ㅠㅠ마음아프다
에휴 ㅠㅠ
하늘에서는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잘 지내길 ㅜㅜ
안따깝다 란희언니... 거기서는 배부르고 등따시길 ㅠㅠ
아이구 가엾어ㅠ
아... 속상하네...ㅠㅠㅠ 그곳에서는 행복하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