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넘긴 나이에도 무대 오르는 연극배우 백성희씨 “건강 비결? 그런 거 없어. 건강한 몸을 타고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부처님께 감사드릴 뿐이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단 원로배우실에서 만난 백성희씨(82)는 80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했다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한 번 놀라고, 직접 만나보고 그 정정함에 두 번 놀란 것이었다. “담배는 이틀에 한 갑 정도 태우고 컨디션 좋으면 소주 두 병쯤은 마셔. 그런데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부른다고 나중에는 얼마나 마셨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아. 엊그제는 후배들하고 한 잔 하고 집에 갔더니 새벽 3시 아니겠어. 다 늙어서 주책이지, 뭐….” 하지만 50~60대도 아닌 나이에 후배들하고 어울려 새벽 3시까지 뒤풀이를 즐길 수 있다면 대단하지 않은가. 그는 그 비결로 젊었을 때부터 해 온 ‘신체훈련’과 아침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시하는 ‘자리운동’을 꼽는다. ‘신체훈련’이란 국립극단 단원이 매일 아침 10시에 모여 함께 하는 몸풀기 운동. 성대훈련(창·판소리·민요)에서 몸 돌리기·몸 비틀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훈련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내용이 하도 힘들어서 단원들 사이에서는 ‘신체파괴운동’이라 불린다. 국립극단 창단멤버(1950·단장도 두 차례 지냈다)인 그는 그 힘들다는 이 신체훈련을 50년 넘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자리운동’은 어렸을 때 무용을 배운 적이 있는 그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이부자리에서 하는 몇 가지 무용 사위와 맨손체조. 일어난 자리에서 30~40분간 매일 실시하는 운동이라고 해서 ‘자리운동’이라 이름 붙였다. “특별히 헬스를 한 적도 없고, 보약을 먹어 본 적도 없어. 그저 꾸준하게 해 온 ‘신체훈련’과 ‘자리운동’이 건강비결이라면 비결인 셈이지. 그런데 여기서는 시연을 해 보여줄 수 없어서 어쩌지….” 한국 연극계의 살아 있는 역사 백씨는 ‘한국 연극계의 살아 있는 역사’라 불린다. 1943년 ‘봉선화’(극단 현대극장)로 데뷔한 후 올해로 65년째 연극인 외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만 해도 총 400여 편. 장민호·김동원·최은희·정애란·황정순씨 등 그와 비슷한 연배의 연극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무대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도 ‘원로’가 아닌 ‘현역’으로 무대를 지키고 있다. 아니 여느 젊은 배우 못지 않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난 2005년 1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약 1년간 그가 출연한 작품만 해도 총 6편. 한·일 합작극 ‘강 건너 저편’(일본 아사히예술상 수상공연), 극작가 故 이근삼 선생이 윤주상씨와 그를 염두에 두고 쓴 ‘멧돼지와 꽃사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태(胎)’, 서강대 메리홀 무대에 올려진 한·러 합동극단 코러스의 ‘아버지’ 등. 이 중 ‘강 건너 저편’은 지방순회공연을 포함, 일본에서만 6개월간 펼쳐진 장기공연이었다. “사실 ‘강 건너 저편’은 일본 측에서 좀 욕심을 부린 거였어. 일정도 늘리고 예정에 없던 지방순회공연까지 잡아 놨지 뭐야. 처음에는 ‘몸이 피로해서 안 되겠다’고 거절했는데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하길래 ‘그래, 무대에서 쓰러져 죽는다면 그것도 연극인으로서 영광이지’ 하는 마음으로 허락을 했어. 하지만 역시 무리는 무리였나 봐. 게다가 귀국하자마자 거절할 수 없는 ‘멧돼지와 꽃사슴’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공연 마치고 병원 신세를 졌지. 그래서 올해는 ‘쉬는 해’로 정하고 좀 자제하고 있어.” 하지만 ‘쉬는 해’로 정한 올해에도 인도 델리와 콜카타에서 열린 ‘태’(1월) 공연에 참가했으며, 국립극단의 정기공연인 ‘황색여관’(3월)에 출연하는 등 배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놀라운 기억력과 암기력 그가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남다른 건강도 건강이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놀라운 기억력과 암기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단역을 주로 맡아 외워야 할 대사의 양이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해 공연한 ‘멧돼지와 꽃사슴’만 해도 두 명이서 3시간짜리 공연을 이끌어 가야 했으므로 대사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많은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소화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옛날부터 내가 ‘대사빨’은 좀 있었지. 그래서 대사가 많거나 여자에게 부담이 큰 역할은 늘 내 차지였어.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냐. 대사를 못 외워 밤새기 일쑤였으니까. 그런 세월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이젠 내가 연극인지 연극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생리화돼 대사를 보면 무대가 연상되고 머릿속에 연극이 그려지기 시작하지.” “대사를 못 외우는 날이 은퇴하는 날” 지금까지 공연한 작품 중 함경도 사투리 쓰느라 고생이 심했던 ‘나도 인간이 되련다’(유치진 작)의 나타샤 김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평생을 바쳐온 연극의 매력으로 ‘진실’과 ‘정직’을 꼽았다. 작품이 진실 그대로를 전달하지 않으면 관객이 알고, 일신상의 이유로 연습을 소홀히 하면 무대에서 다 보인다는 것. 이 ‘진실’과 ‘정직’의 원칙을 꼿꼿이 지키며 살아오다보니 불의와 타협할 줄 몰라 때로는 ‘고지식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객석의 맨 뒤에 앉아 있는 관객의 귀에도 ‘꽂히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또한 ‘장끼’의 하나라고 소개한 그는 국립극단의 공연에 충실하며 몸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무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400여 명이 넘는 다양한 여자의 일생을 살아봤으니 더 이상 역에 대한 미련은 없어. 다만,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주인공 할머니 역은 좀 욕심이 나네. 내가 대사를 못 외워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날이 아마 내가 은퇴하는 날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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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 룰룰루, 즐거운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로비
첫댓글 제가 근무하는 동덕여고 출신입니다. 망년회에서 뵙고 인사를 올렸습니다. 연극인의 삶은 넉넉하진 못해서 학교에 기부금을 내시진 못하지만(기부금을 내지 못한다고 저한테 대단히 미안해 하셨습니다.) 후배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시는 분입니다. 앞으로 학교에 이분의 이름을 따서 기념을 하고자 생각 중입니다.
네.. 좋은 생각입니다. 교장선생님!! 잘 계시지요. 김종수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요. 이 생을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