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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여덟 시 삼 분]
안녕하세요.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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