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4 - 250304
인도에 두고 온 눈물 - 현몽 - 창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 자신이 늘 외우고 있는 자칭 ‘땡초 현몽’에 대한 기록을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궁금한 점은 별반 나와 있지 않았다. 단지 그가 쓴 몇 권의 책이름과 19세에 머리를 깎고 입산 하산을 반복하며 수행과 기행을 일삼다가 결국 승적을 박탈당했다는 이야기와 소설과 영화 ‘만다라’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아직 세상에 계시다면 80 중반을 훌쩍 넘었을 분인 것 같아 여기 저기 만물박사처럼 숭상하고 있는 AI에게도 현재 그가 세상에 있는지, 있으면 어디 어느 산사에 기거하고 있는지 물어봤으나 그의 생사나 행적은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니 AI도 현재 그가 현재 살아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AI나 책속의 그에게 어울리는 답변인 것 같다.
인도에 대한 기행문은 여러 권 읽었다. 이 책은 땡초 현몽이 50 후반에 120일 동안 작은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기록이다. 우리나라가 1989년 완전한 여행 자유화를 이루면서 모든 국민에게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권이 발급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외국에 관광을 가려면 그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분들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내 기억으로 1990년중반 이후에 들어서면서 서점에 자유여행 후의 여행기가 수시로 등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인도여행기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읽은 6권의 인도 여행기만 하여도 그 발간 시기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이 책도 1998년에 발간되었으니 그 기간에 편승된 책이기는 하지만 여태까지 읽은 책들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24년 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독후감은 적어놓지 않아 그 때의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의 느낌과 지금 다시 읽은 후의 느낌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고 이 책이 발간된 시기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배낭을 메고 자유롭게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는 못하였어도 소위 출장이랍시고 나또한 당시 유행하던 007가방이라 불리던 네모난 손가방을 들고 비행기는 열심히 타던 시절이었다. 그 가방 때문에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여 두서너 번 들고는 어깨에 메는 가방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현몽이 인도를 여행할 당시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도 인도를 찾았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인도에 관한 경험을 책으로 꾸미기도 하였다. 젊음의 고뇌를 짊어지고 인도로 떠난다는 이유를 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각 나라의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인 곳도 인도라 하였다. 히피가 그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몽이 인도를 여행하는 도중 많은 한국인 개별 여행객이나 단체여행객 또는 승려들을 만났으며 또한 많은 히피들과도 어울렸다고 하였다. 그가 인도를 여행하는 도중에 우리나라가 재정적으로 큰 외환위기를 겪었던 IMF를 맞았다고 하였지만 그는 외환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여행을 한 것 같다. 단 2,000달러로 왕복 비행기표에 인도-네팔-방콕을 거치는 120여일의 여행을 하였으니 그는 여행이 아니라 고뇌를 실천한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인도여행기들 중에서 가장 시원하게 기록된 책으로 받아드린다. 대체적으로 일반 스님들이나 문학인 및 전문인들이 기록한 책에는 이처럼 시원한 문구가 한 줄도 없다. 그저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서 알맞은 장소와 환경을 찾아 느낀 점들을 점잖게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단지 일반 여행객들이 쓴 글에는 그 표현에서 인도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깃들어있지만 책이라는 출판물이다 보니 그 부정적인 표현조차도 점잖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 책의 현몽은 자칭 땡초에 어울리는 솔직한 느낌을, 설사 그게 문법에 어울리지도 않고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입에 담는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느낌 그대로 적어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재미를 더하고 인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나이 차이 때문에 그 때보다는 지금의 이해도가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요즈음은 인도에 대한 여러 가지가 TV에 소개된다. TV의 특수성이 있어 현몽이 보고 생각한 것들처럼 소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인도의 길거리는 현몽이 책 속에 소개한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반 책에는 통상 작가의 이력이 들어가고 또 머리말에는 작가의 책에 대한 배경이나 책을 내게 된 동기 등이 기록되어 있지만 이 책에는 그런 요식행위는 없다. 땡초라고 하여도 승려로써 혹은 고뇌에 찬 한 인간으로써 그가 왜 인도에 가고자 하였는지 인도에서 무었을 느끼고 돌아왔는지 시작과 끝이 없다. 단지 인도로 떠났고 인도에서 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인도로 떠나며 ‘정여혜’라는 여인에게 남긴 편지가 책의 시작이 되고 또 그녀에게 쓴 편지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떠나기 전 편지에는 “.........늘 당신을 그립게 간직했습니다.......”라는 그리움을 전했고 돌아와 쓴 편지에는 “.......나는 너무 외로워 미쳐버리지도 못합니다. 부처, 무시합니다. 예수, 무시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헤어져 이렇게 죽을 것이라는 게 나의 예감입니다.“를 책의 마지막에 남겼다. 그 두 통의 편지가 그녀에게 보내졌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 편지들은 그의 주머니에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가 왜 인도로 갔는지 설명은 없다 하더라도 여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그에게 마지막 이루지 못할 사랑이 그의 참된 고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고뇌가 그를 자학에 가까운 인도여행으로 내몰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주었다. 땡초라는 승려의 고뇌보다는 인간 본연의 고뇌였나 보다.
2025년 3월 5일
하늘빛
* 며칠 전 인터넷 질문을 보냈더니 엊그제 회신이 왔다. 아직 생존에 계시다는 이야기와 다른 책 한 권이 소개되었을 뿐 그의 최근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TkHHzTytFB0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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