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길 : Paper road
김경균, 김명수, 김치호, 노상용, 류샤오샹, 마르코 브르노 & 시모네 카레나, 마츠다 유키마사, 모모히로유키, 미츠보시 아즈미, 미키 켄, 박금준, 송승연, 야마구치 노부히로, 오쿠무라 아키오, 은병수, 이나미 & BAF, 장형일, 정병철, 정연중, 조병수, 종이공작소, 최종열, geo - grafia, goodmorning, handson, siwa
전시 4 일본 다케오 컬렉션- `타이포그래픽 포스터전`
일본의 주식회사 다케오가 수집하고 타마미술대학이 소장.연구하고 있는 타이포그래픽 명작 포스터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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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아시아 페이퍼 로드의 길을 잇다
한중일 대만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150여 명이 오는 5월 한자리에 모인다. 디지털의 시대, ‘종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매개체를 통해서 끊어졌던 동아시아 문명의 길을 이어보자고 나선 야심찬 기획이다. 5월 5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시작되는「페이퍼 로드, 지적 상상의 길」전시회는 한.중.일 대만의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와 북 디자이너가 작업해온 ‘종이 문화상품’인 포스터와 북디자인을 통해 동아시아 간의 문화교류, 그 역사적 궤적을 잇고, 그 웅대한 가능성을 재탐사하자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전시 기간 중 심포지움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서는 마츠오카 세이고의 “도(道’)라는 문자는 목을 빼 머리(首)를 늘어뜨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상형한다. 즉 족장들의 무리가 희생자의 머리를 가지에 매달아 이것을 앞세워 나갈 때, 그 진행에 의해 산야를 헤치고 만들어지는 루트(길)가 바로 ‘도’인 것이다”라는 발언은 이 전시의 의의를 함축한다. 모름지기 문명과 문화는 모두 길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기 105년 중국 후한시대 환관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이래 중국에서 꽃피운 목판인쇄술은 대륙 전역에 불교를 실어 나르며, 동아시아 삼국을 하나로 묶어냈다. 이 종이가 서역으로 전파되면서, 서역에서는 9~15세이기에 걸쳐 약 200만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유럽에 전파된 종이는 유럽 문명사에 있어 근대화를 촉진시킨 방아쇠 역할을 했다. 비단 종이뿐만 아니라 도자기, 불교, 한자, 차, 면, 쌀, 두부 등이 모두 길을 통해 교류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주류는 디지털이다. 문화 전파의 새로운 길이 시작된 셈이다. 디지털 매체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빠르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매체는 몰락했는가? 답은 ‘아니오’다. 퓨전의 시대를 맞아 온.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매체들은 서로 끊임없이 융합되고 병치되며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페이퍼로드, 지적 상상의 길」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공생의 방법을 묻는다. 여기서의 공생은 온.오프라인 매체 간의 공생이자 더 나아가 한.중.일 아시아 국가사이의 공생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디자인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보여줄 4개의 전시
이번 전시회는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동아시아 디자인 문화 교류 네트웍을 구축하고 공통 연구의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의 결과물이다. 그 취지를 반영해「페이퍼로드, 지적 상상의 길」은 4개 부문의 전시로 나뉘어 진행된다. ->포스터전 ->북디자인전 ->종이 프로젝트 특별전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특별전이다.
포스터전엔 한.중.일.대만 대표 그래픽 디자이너 100여 명의 200~300점의 작품이, 북디자인전엔 한.중.일 대만 대표 북디자이너 50여 명의 대표 작품 약 500점이 전시될 계획이다. 특히 북디자인전은 직접 펼쳐볼 수 있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분리하여, 직접 관람자가 종이의 결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종이 프로젝트 특별전도 흥미로운데, 이번 전시「페이퍼로드, 지적 상상의 길」를 주관한 두성종이(주)에서 나오는 종이들의 특성을 살려, 크리에이터가 만든 독특하고 실험적인 문화상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두성종이(주)는 이후 전시 작품을 두성페이퍼 숍이나 뮤지엄 숍을 통해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특별전에서는 일본의 주식회사 다케오와 타마미술대학이 소장한 ‘타이포그래피 명작 포스터’ 100점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이와 더불어 일본 타이포그래퍼 31명의 「폰트 1000(Font 1000)」 순회전이 홍대 앞에 위치한 두성종이(주)의 인더페이퍼갤러리에서 함께 열리게 된다.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페이퍼로드, 지적 상상의 길」전시는 이후 8월 18~26일까지 9일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9월 중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출품작은 출품자 의사에 따라 기증받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아시아문화디자인연구소에 영구 보존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두성종이㈜가 공동으로 관리하여 이후 아시아 문화 디자인 연구를 위해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저명한 한.중.일 대만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면도 전에 없이 화려하다. 한글 디자인을 네모의 틀에서 해방시킨 ‘안상수체’를 발표하며, 2007년 독일 라이프치히시 구텐베르크상을 수상하기도 한 안상수, 출판사 홍시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홍성택,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출신 601비상의 대표 박금준 등이 한국을 대표하여 참가한다. 칭화대학교 교수이자 디자이너로 알려진 뤼징런, 홍콩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1993년 지 ‘세계 100대 그래픽 디자이너’에 꼽힌 칸타이킁, 중앙미술학원디자인대학교수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송시에웨이 등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디자인을 보여줄 것이다. 일본은 ‘트릭 아트’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사회적 이슈를 강렬하게 담아온 후쿠다 시게오, 독자적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여 수많은 후학에게 영향을 준 스기우라 고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 등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한다.
전시는 5월 5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며, 개막식이 열리는 5월 7일에는 ‘한중일 및 동아시아 종이 문화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에 관한 심포지움도 열린다. 심포지움에는 이어령, 정병규, 뤼징런, 칸타이킁, 나카가키 노부오, 마츠오카 세이고, 하라 켄야 등 쟁쟁한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토론자로 나서 깊이 있는 대담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