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1일 묵호방송고 제 17회 졸업식이 체육관에서 최연희 국회의원, 이방웅 동해시장, 최진완 동해교육장, 김창동 동창회장 등 여러 내빈을 모시고 밴드부의 축가 속에 이루어졌다. 이날은 재학생, 하객 모두가 어렵게 3년의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의 모습에 감동하여 눈물 바다가 되었다. 최오용 교장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졸업장을 전달하였는데 특히 이순복씨는 남편이 휠체어를 타고 나온 관계로 단상 아래로 내려와 졸업장을 전달해주기도 하였다.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신 졸업식의 감격 졸업생의 답사를 실어 방송고인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자꾸만 눈물로 뿌옇게 흐려지는 학교를 바라보며 담장을 맴돌다가 용기를 내어 입학원서를 접수한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정든 교정을 떠나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남들이 쉬는 일요일은 출석하여 공부하고, 주간에는 직장에서 일하며 야간에는 방송을 청취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저희들은 꿋꿋하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도 소망했던 고등학교 진학의 소박한 꿈이 그 당시 어려웠던 가정 환경 때문에 좌절되었고, 진학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한없이 작아만 지는 내 자신은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져 맺혀지는 한이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부모님을 탓하기도 하고, 무기력한 나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지나온, 견딜 수 없이 원망스럽던 지난 과거의 세월! 하지만 우리는 원망과 후회, 좌절만 할 수 없었기에 후일 내 자식들만은 훌륭히 키우기 위해 '하면 된다'는 신념을 자식들에게 보이며 만학도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어렵고 힘들었던 고등학교 3년의 전 과정을 이겨냈고, 밝고 환한 태양 아래 그 누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그 중 더욱 열심히 공부한 학우들은 대학 진학이라는 꿈도 이루어냈습니다. 이제는 한 맺힌 서러움과 미약한 마음으로 탄식만 하던 무능력한 우리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다고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는 못나고 어리석은 개구리'는 결코 되지 않겠습니다. 항상 뒤를 돌아 볼 줄 알고, 우리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나약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밝고 희망찬 내일을 소원하며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하나 능력을 길러 나가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를 깨우쳐 주시기 위하여 고생하고 애써주신 모든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졸업하는 저희 묵호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제16회 졸업생 일동은 여러 선생님들의 감사함에 보답코자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그동안 배운 인내와 노력으로 참고 극복하여 슬기로운 사회인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불행하게 아직도 배움의 기쁨을 느껴보지 못하고 암울하게 생활하며 방황하는 수많은 고등학교 미진학자들에게 우리 한 명 한 명이 전파자가 되어 우리와 같이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학기 3월이면 2학년, 3학년이 되시는 후배님들!
저희 졸업생은 이 승지골 정든 교정을 떠나면서 우리 자신이 새겨왔던 말씀들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학교 생활이 조금 힘들고, 지루하고, 고생되시더라도 '인내와 노력'으로 참고 견디면 오늘과 같이 좋은 날이 내년, 후년에 반드시 온다는 사실입니다. 옛 선인들 말씀에 이르기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으며 '용기 있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내년, 후년에는 꼭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오늘 저희들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 왕림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가족 여러분, 3년 동안 저희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선생님, 그리고 우리 방송고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후배님들과 선배님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저희들 물러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