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최초로 진보진영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한 지자체 중 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간 재대결 결과에 인천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배진교 현 청장은 진보진영 기초단체장은 행정 운영에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지난 3년반 동안 구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청장의 이미지를 굳히며 지역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만 없다면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정의당과 배 청장 주변에서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배 청장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야권 단일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누리당·민주당·정의당 등 3파전이 예상되는 16일 현재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남동구는 한때 새누리당이 강세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재는 여야 어느 당을 떠나 부동층으로 불리는 중도성향 주민들의 지지를 최종적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의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이 많이 퇴색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새누리당의 위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유효하다.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그 예다. 남동지역에서 새누리당은 50.80%를 얻어 48.85%를 얻은 민주당을 1.95%p 차이로 눌렀다. 비록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게 석패했지만 남동갑의 경우 이윤성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 새누리당의 표 집중을 막아 패했다는 평이 많다.
득표수를 살펴보면 남동갑 선거구에서 민주당 박남춘 국회의원이 얻은 득표수는 5만6천283표(46.97%)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윤태진 전 연수구청장(4만6천152표)과 이윤성 전 의원(1만4천687표)이 얻은 득표수를 합한 6만839표보다 적다. 또 남동을 선거구에서 민주당 윤관석 의원도 3만3천701표(43.90%)를 얻어 3만1천339표(40.82%)를 얻은 새누리당 김석진 후보를 크게 앞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 예상 후보군
현재 남동구청장직을 맡고 있는 배진교 청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연히 정의당의 유일한 후보로 지난 3년반 동안의 구정 운영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 하지만 지역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으로 말을 갈아탈 수도 있다는 설이 간혹 분출되기도 한다.
배 청장에 맞서는 새누리당은 현재 6~7명의 후보가 거론되지만 4명 가량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경선전을 펼쳤던 최병덕·강석봉 전 인천시의원에 김소림 전 인천시의원이 경선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들 3명의 전직 시의원 출신들에 맞서 장석현 새누리당 인천시당 부위원장이 최근 출판기념회와 함께 출마의사를 굳혀 남동구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코앞에 두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배진교 청장에게 고배를 마시고 그동안 와신상담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본선에 앞서 치러지는 경선에서 최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시고 역시 4년을 기다리며 남동구민의 민심을 살피고 있다.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박근혜 후보 전 중앙선대위 본부장을 지낸 장 부위원장은 ‘희망으로 진심으로’ 출판기념회를 성대히 마친 후 출마 의사를 밝히고 일자리 및 원도심 환경 개선에 맞춘 공약을 준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박인혜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과 김기홍 인천시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20년 넘게 남동구에 살며 아이 넷을 키웠다는 박 소장은 엄마의 리더십을 앞세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도시 만들기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김 의원은 현재 정당공천제를 비롯한 각종 변수를 살펴 조만간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요 변수로 떠오르는 ‘안철수 신당’은 아직까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남동구에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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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락을 좌우할 요인 남동구청장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핵심 요인은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단일화가 또다시 성사될지 여부다. 안철수 신당 출범과 이에 따른 후보 배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각당이 후보를 낼 경우 새누리당의 어부지리가 명확한 상황이라는 게 지역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당 세력이 약한 배진교 청장이 최병덕 새누리당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데는 야권단일화의 힘이 가장 컸다. 당시 민주당의 민심이 대거 배 청장으로 넘어가며 9만6천100표(54.98%)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최 후보는 7만8천689표(45.01%)를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권단일화 실패로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배 청장의 재선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도 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유력하다. 설령 배 청장의 지난 3년반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한때 배 청장으로 몰렸던 민심이 두쪽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배 청장의 인지도가 높다고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낼 수도 없는 데다 안철수 신당까지 가세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돼 지방선거를 앞둔 야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현역의 이점을 안고 뛰는 배 청장은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2파전이든, 새누리당·민주당·정의당의 3파전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때 배 청장이 정의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았으나 중도성향 유권자 흡수를 꾀한다고 10년 넘게 몸담아 온 진보진영을 떠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배 청장은 지난 선거 때처럼 민주당이 후보를 내주지 않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정정당당히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남동지역은 누가 새로운 청장으로 선출될지, 벌써부터 민심의 향방에 지역의 관심이 어느 지역보다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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