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동시 조합장 선거가 넉 달 남짓 남았습니다. 내년 3월 11일 선거일이고, 앞서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입니다. 경남 농·축협 142곳, 수협 16곳, 산림조합 17곳 등에서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올 8월 시행됐는데, 공직선거법과 내용이 좀 다릅니다. 예를 들면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별도로 공개토론회는 하지 않습니다. 금권선거와 혼탁선거 등 그간 조합장 선거 관행을 떨쳐내고자 법이 마련됐는데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권역별로 '알기 쉬운 위탁선거법 강좌'를 여는 등 법 내용을 알리려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20일 경남농협에서도 특강이 열렸습니다. 조합장과 시·군 지부장 등 180여 명이 참석해 소병철 농협대학교 석좌교수 강의를 들었습니다. 소 교수는 1995~97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선거전담 검사였고, 대전지검장과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날 강의 제목은 '법을 지키면서 선거에 승리하는 법'. 내년 조합장 선거가 공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특강 내용을 바탕으로 조합장 후보자가 유념해야 할 위탁선거법 내용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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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농협 경남지역본부 2층 대회의실에서 2015년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공명선거실천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김진국 본부장과 조합장들이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
◇금품선거는 패배를 부른다 =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조합장 선거사범 유형은 금품선거, 흑색선전, 불법선전, 폭력선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금품선거 비율은 압도적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조합장 선거 관련 입건 사례 중 금품선거 유형은 70~90% 비율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건 204명 가운데 174명(85.3%), 올해 추석 이전까지 입건 63명 가운데 50명(79.4%)이 금품선거 사범이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입건·구속 현황을 살펴보자. 조합장 선거 문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2010년 조합 494곳에서 선거가 치러져 872명 입건을 기록했고, 26명이 구속됐다. 올해 추석 이전까지 20곳에서 선거가 있었는데, 63명이 입건됐다. 2009~2014년 평균 입건자 수는 조합당 1.5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합당 2.9명이었다. 조합 1곳에서 1~2명, 많게는 3명까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수사기관에 불려갔다는 얘기다.
금품선거 비율이 높은 건 조합장 선거에서 돈이나 물건이 흔하게 오간다는 뜻이지만, 단속 영향도 크다. 선거관리·수사 당국은 '돈 선거'를 핵심 타깃으로 삼는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난 9월 초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은 '동시 조합장 선거 돈 선거 집중 단속하기로'. 금품선거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조합장 선거 후보자들도 '돈 = 패배'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소병철 교수는 "조합장 선거운동은 후보자 개인만 할 수 있고 극히 제한돼 있어 위반되는 내용은 대단히 많을 것"이라며 "수사당국이 사소한 위반 사실은 무시하더라도 당선무효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큰 금품선거는 집중적으로 단속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 입건 현황 가운데 경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13%, 2013년 5%로 다른 지역보다 나쁘지는 않았다"며 "조합장 후보들이 책임을 지고 좋은 전통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저히 감시되는 선거 = 내년 조합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와 함께 '4대 선거'로 꼽힌다. 이는 수사기관이 이제 조합장 선거도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경남농협 김진국 본부장은 "이전에는 공휴일 빼고 1년 300일 내내 선거를 했고 여기에 시달려야 했다. 금품수수, 향응제공, 후보자 매수 등 선거 후유증도 끊일 줄 몰랐고, 농협이 쌓은 업적이나 명예가 훼손되는 일도 많았다. 또 지역사회에 앙금이 남아 서로 싫어하게 되고, 협동조합 정신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한날 동시에 치르는 이번 선거는 일종의 처방전이다. 이 같은 관행이 개선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내년에 아무런 큰 선거가 없어 국민의 시선이 조합장 선거로 모일 것"이라며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농협으로서, 조합장은 웃어른으로서 솔선수범해달라"고 당부했다. 특강 직전 결의대회에서 농협 조합장들은 △그릇된 선거 관행 배격· 공명선거 문화 정착 △공명선거 완수 등을 다짐했다.<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내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로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이 금권선거, 혼탁선거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이달 1일 시행됐다.
각 지역본부에 따르면 경남에서도 농·축협 142곳, 수협 16곳, 산림조합 17곳 등에서 선거가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산림조합은 조합장 선거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양산 조합을 빼고 선거가 진행된다. 수협 역시 경남에 모두 18곳인데, 임기 도중에 조합장이 바뀐 2곳을 제외하고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그간 조합장 선거는 조합마다 제각각 진행됐지만, 관련 법이 생기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동시에 치르게 됐다. 이 법은 공공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선거의 절차와 규정을 통일해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법에 따라 조합장 임기가 만료되는 해 3월 중 둘째 수요일이 선거일로 정해졌다. 내년 3월 11일이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중앙회와 지역본부는 선거 업무를 담당할 사무국을 꾸리는 등 서서히 선거 체계를 갖추고 있다.
◇투명선거 계기 될까 = 지난 2011년 3월 거제시 거제면 현직 농협 조합장은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구속됐다. 선거운동원을 거쳐 조합원 10여 명에게 현금 140만 원을 전달한 혐의였다.
같은 해 역시 선거 도중 금품을 뿌린 혐의로 진주원예농협 조합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한 유권자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현금 50만 원을 건넨 혐의다. 그해 10월 법원이 80만 원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조합장 직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이번 법 제정은 공명선거 실현이 무엇보다 큰 목적이다. 조합장은 보통 4년 임기로 인사권을 쥐고, 조합원 실익에 맞는 사업계획을 만들어 이사회와 총회를 거치면 수십억, 수백억 원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다. 중앙회 대의원이나 이사도 맡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내부 권력 다툼이 치열하고, 금품이 오가거나 부정선거 의혹이 이는 등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위탁 신청일은 오는 9월 21일이다. 그 이전에 추석 연휴가 9월 초여서 예비 후보들이 이 시기 물밑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금품 제공 등 뒷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시기라는 얘기다.
새로 만들어진 법에 따르면 조합장 임기만료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와 후보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기간 조합 사업계획과 예산에 따라 집행하는 금전과 물품도 해당 조합 이름으로 제공하게 돼 있다. 아울러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지원을 받아 공정선거지원단도 다음 달 21일부터 운영된다. 지원단은 선거 감시·단속·조사활동을 한다.
◇선거 일정과 선거운동 = 내년 2월 19일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같은 달 24∼25일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약 2주 동안 선거운동 기간이다. 같은 달 20∼24일에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이뤄지고, 열람을 거쳐 3월 1일 명부가 확정된다. 각 조합은 조합원 실태조사를 벌이는데, 이는 명부 작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시·군 단위로 통합선거인명부가 작성되고, 읍·면·동마다 투표소를 1곳씩 설치해 운영된다.
조합장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혼자 해내야 한다. 법은 후보자 선거운동을 제외하고 누구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그간 후보들은 배우자, 가족, 친지 등을 선거운동원으로 두기도 했는데, 이 같은 조직 동원 선거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또 후보자는 선거공보와 선거벽보, 어깨띠·윗옷·소품 사용, 전화·정보통신망·명함 이용 등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별도로 개인 현수막을 걸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원래 농협법 등에는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를 열게 돼 있었는데, 전국 동시 선거로 선거관리위원회 인력 여건상 시행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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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울 지역도 벌써부터 후보자 난립 걱정 됩니다.
돈 꺼내는 순간이 망하는 길임을 널리 알립시다. 후보자가 누구든 자유롭게 많이 나오는 것은 걱정하지 맙시다.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올해는 꼬옥 공명선거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조합장 선거 이제는 변해야 됩니다
농협이 개혁되어야 농민이 잘 살 수 있다는 개혁 과제는 40년 전부터 대두된 문제인데 아직도 요원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