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음 이덕형 초상>
인물 탐구, (오성과 한음)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 두 대감. 최근 백사 이항복 대감의 27대 종손이,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던.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백사의 영정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였다.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나눈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 대감. 어려서부터 장난을 잘 치는 악동으로 유명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한 게구장이다. 두 사람은 죽마고우였다. 이덕형과 이항복은 몰라도 오성과 한음은 안다. 인품과 덕망 보다 기행과 재치가 우선 민중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다. 코메디언이 장관보다 좋은 직업인 이유이다. 오성의 담력 한음으로부터 전염병으로 일가족이 몰살한 집에 찾아가, 원인이 무엇인지 검시(檢屍)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한밤중에 오성은 혼자서 그 집을 찾아갔다. 모골이 송연하고 긴장했으나 이를 악물고 검시를 하는데, 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 오성의 얼굴을 쥐어박았다. 혼비백산한 오성이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시체인 척하고 누워 있던 한음의 장난이었다. 과연 못 말리는 게구장이다. 마을 뒷산 음침한 곳에는 성황당이 있고. 그 뒤에는 시체를 운구하고 돌아와 보관하는 상여 창고가 있었다. 평소에도 성황당 문은 굳게 닫아 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토벽에 구멍이 나있었다. 아마 귀신은 이 구멍을 통해 출입했을 것이다. 오성 부친은 아들의 담력을 시험하려고, 구멍 속에 손을 넣어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아보라고 했다. 오성이 구멍 속으로 손을 넣자, 누가 안에서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오성은 놀라지 않았다. 가만히 있다가 체온이 느껴지자 귀신이 아니고 아버지의 시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넘길 말이 아니야! 오성은 한음 처를 힐끗 쳐다보며, 어떤 여인과 사통을 했다고 자랑을 하자, 이 말을 들은 한음 마누라는 오성에게 다가가 돌을 넣은 떡을 억지로 먹였다. 거짓말을 하는 입에는 똥이 약이라며. 오성이 선보는 날 오성이 신부될 처자를 선보는데, 엉뚱하게도 오성이 친구들에게 인절미를 나누어 주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선보는 일이 끝날 즈음에 몽둥이로 자신을 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친구들이 오성에게 달려들어 때는 이때다 하고 마구 두들겨 팼다. 오성은 도망치는 척하고 신부 치마폭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자 신부는 침착하게 “선을 보려면 겉선이나 볼 일이지 속선까지 보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만하면 신붓감으로 합격이다. 한음의 참을성 오성은 꿈에 도깨비를 만나 ‘장차 정승까지 오르리라’는 예언을 들었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한음에게 말했다. 어두운 밤에 변소에서 불알을 당기는 도깨비를 만났는데 그에게서 좋은 예언을 들었다고 했다. 순진한 한음이 깜깜한 밤중에 변소에 가서 과연 귀신이 있는지 기다려 보았다. 갑자기 누군가 노끈으로 한음의 불알을 묶고 당기는 게 아닌가? 한음은 그래도 아픔을 참고 견뎠다. 다음 날 오성이 말하기를 한음은 장차 정승까지 오르겠다며, 변소에서 일어난 일을 진짜로 도깨비를 본 것처럼 말했다. 한음은 오래 동안 오성에게 속은 사실을 몰랐다. 오성과 대장장이 오성은 어려서 대장간에 자주 놀러 다니면서, 대장장이가 만든 꺾쇠를 하나씩 궁둥이에 숨겼다. 꺾쇠가 날마다 하나씩 없어지자 대장장이는 오성이 장난한 것인 줄 알고, 불에 달군 쇠를 꺽쇠 위에 놓아 오성의 볼기짝에 화상을 입혔다. 뒷날 대장장이가 곤궁에 처하자 오성은 모아 놓았던 꺾쇠와 함께 자신의 오랫동안 모은 엽전 꾸러기까지 대장장이에게 주었다. 그래서 가난을 면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한음도 도왔다. 권율과 오성 오성 집의 감나무가지가 권율의 집 담장 위로 휘어들어오자, 권율이 수하를 시켜 감을 반이나 따갔다. 오성은 권율이 사는 집에 찾아가 창호지에 주먹을 찔러 넣으며 “이 주먹이 누구 게?” 하고 물었다. 권율이 “네 주먹이지” 하자, 이 대답으로 오성은 감을 가로챈 권율의 사리에 맞지 않는 행위를 추궁하였다. 권율은 후일 촌부들의 앞치마를 동원하여 행주대첩을 이룬 인물이다.
선조 임금 앞에서 대궐에서 오성과 한음 두 대감이 이 서로 내가 "아비"라며 다투는 것을 본 선조 임금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도대체 누가 아비이고, 누가 아들인고?” 임금의 하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대감은 서로 더욱 자기가 아비라고 우겼다. 그러자 임금은 "그럴 것 없이 짐이 아비와 아들을 확실하게 가려 주겠다. 어명으로 받들 지어다." 내관에게 "아비 父" 자와 "아들 子" 자를 쓰게 한 후, 오성과 한음에게 뒤돌아 앉으라고 하더니 등 뒤에 하나씩 놓았다. "자, 이제 돌아앉아 앞에 놓인 종이를 한 장씩을 집어라." 먼저 한음이 “제가 아비입니다” 하며 "아비 父" 자가 적힌 종이를 펼치며 좋아하자, 오성도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싱글벙글 하였다. 임금이 " 아들 子 자를 집었는데 뭐가 좋으냐?" 그러자 오성은 "늘그막에 아들을 얻어 무릎 위에 앉혔으니, 아비의 마음이 어찌 즐겁지 않겠소이까?“ 궁중 법도도 두 다감을 어쩌지 못했다.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李之函)이 길에서 장난치는 어린 한음을 보고 장차 나라의 큰 재목이 될 인물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영의정이던 조카 이산해에게 사위 감으로 천거하였다. 한음은 17세 때 네 살 아래인 영의정의 둘째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니 역시 토정(土亭)의 안목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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