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242
명심보감-031
제2 천리편
동봉
하늘들음 끊어져서 소리없는데
푸른하늘 어디에서 찾을것인가
높지않고 또한다시 멀지않은곳
모든것이 사람마음 거기에있다
사람마음 찰나간에 내는그순간
하늘땅이 한결같이 모두알리라
만에하나 선과악에 결과없다면
분명하게 건과곤에 사가있으리
--- 강절소 선생 시 ---
강절소 선생 왈康節邵先生曰
천청절무음天聽絶無音
창창하처심蒼蒼何處尋
비고역비원非高亦非遠
도지재인심都只在人心
인심생일념人心生一念
천지실개지天地悉皆知
선악약무보善惡若無報
건곤필유사乾坤必有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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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본에는 첫 줄의 끊어질 절絶 자가
고요할 적寂 자로 바뀌어 앉았으며
다섯째 줄 아래로는 누락되었다
절絶과 적寂은 뜻이 비슷한 까닭에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있는 글이다
그리고 '강절소'와 '소강절'을 놓고
어느 이름이 맞을까 궁금해하는데
우리처럼 성이 앞에 오면 '소강절'이고
영어처럼 이름 뒤에 성이 놓인다면
당연히 '강절소'로도 부를 수 있다
강절이 이름名이고 소가 성姓이니까
맑고 푸른 하늘에 소리가 끊어졌을까?
밤이고 낮이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창문을 열고 밖에 귀를 기울이나
하늘 사이를 움직이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늘땅이 늘 가만히 있는 듯싶지만
잠시도 쉬지 않는 게 하늘이고 땅이다
지구 스스로 자전自轉하는 속도가
소리의 속도보다 1.3배나 빠르다
자그마치 시속 1,667km로 구른다
그런데 어찌 아무 소리도 없겠느냐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공전하는 속도는
재깍하는 1초에 30km나 이동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의
1,080배나 더 빠른 편이다
그 속도라면 지구로부터 달까지
매일 세 번씩 오갈 수 있는 빠르기다
그런데 하늘에서 아무 소리가 없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곧 천청절무음天聽絶無音이다
하늘은 소리가 끊어져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귀가 멀었거나
혹 우리가 아예 듣지 못할 수 있다
하늘땅은 으레 눈도 귀도 없다
대자연의 세계는 기능이 없기에
죄를 짓고 잘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하늘과 땅 어디서도 알 수가 없다
사람의 선악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공과 허물의 결과를 알지 못하며
공적이어야 할 건곤乾坤의 세상이
사사로움으로 가득 차 있을 수밖에
그래서 소강절 선생은 걱정하고 있다
오가는 비리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주는 자가 알고 받는 자가 아는데도
죄가 클수록 모르쇠로 일관한다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더라도
사실을 낱낱이 다 들추어내지만
눈 감고 입 다문 채 시치미를 뗀다
천 년 전 이미 잘 알려진 우주론자며
물리, 성리, 상수학의 위대한 학자였던
북송 요부堯夫, 안락선생安樂先生
소옹邵翁 강절康節[1011~1077]이
이처럼 맑고 시원한 시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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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란 하늘 흰 구름 뜰 앞 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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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023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