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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처(Poacher)
하지만 몇몇 팀들은 센터 포워드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득점만을 노리도록 배치해둡니다. 대신 동료가 수비 부담을 감수해주고요. 그럴 만큼 득점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 선수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포처(Poacher)’ 유형의 센터 포워드들입니다.
‘사냥꾼’이란 의미기 있는 포처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입니다. 그러나 포처는 다른 임무 없이 오직 득점에만 치중합니다. 상대 수비진과 떨어지지 않으며, 상대 패널티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노립니다.
따라서 한 방에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득점력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를 순식간에 제칠 수 있는 스피드도 필요합니다.그리고 동료의 패스를 바로 받아주거나 상대의 패스 미스, 세컨 볼 등을 잡아챌 수 있는 탁월한 위치 선정이 요구됩니다.
특히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단순히 발 빠르고 골 결정력만 뛰어나다고 포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공의 위치를 한발 앞서 예측하는 지능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포처를 ‘패널티 박스 안의 여우(fox in the box)’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포처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AC 밀란과 이탈리아 국가대표 레전드 ‘슈퍼 피포’(Super Pippo) 필리포 인자기(Filippo Inzaghi)가 있습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포처의 정석을 보여주었죠. 동료 선수들이 ‘저렇게 축구 못하는 선수는 처음 봤다.’라고 평할 정도로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신체 조건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요.
그러나 동료의 패스가 들어오는 지점이나 세컨 볼이 떨어지는 위치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위치 선정 능력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소위 말하는 ‘주워 먹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래서 73년생임에도 위치 선정 능력 하나로 2012년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었습니다.그동안 많은 골을 터뜨린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자세한 설명보다는 스페셜 영상 하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02부터 골 장면 나옵니다.)
하지만 공격수들도 압박에 가담해야 하는 현대 축구 트렌드에서 인자기와 같은 포처 유형의 선수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하비 에르난데즈(Javi Hernandez, 작은 콩이란 의미의 별명인 ‘치차리토’(Chicharito)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죠.)가 포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인천 유나이티드의 득점을 책임졌던 유병수가 있습니다. 이 때 당시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어떻게든 몸에 공만 닿으면 골을 넣더라.’라고 평가할 정도죠.
센터 포워드의 여러 능력을 요구하는 현대 축구에서 포처를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공격수이기에 앞으로 어떤 응용법이 나올지 전망이 궁금해집니다.
② 쉐도우 스트라이커(Shadow Striker)
쉐도우 스트라이커는 세컨드 스트라이커(Second Striker), 딥 라잉 포워드(Deep-lying Foward), 인사이드 포워드(Inside Forward),세컨드 탑(Second Top) 등 명칭이 상당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센터 포워드 아래에서 그림자처럼 가까이 붙어 다닌다는 의미의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많이 씁니다. 따라서 여기서도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표기하겠습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는 센터 포워드의 바로 뒤에 위치합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도 공격수인 만큼 탁월한 득점력이 필요한 건 당연하죠. 쉐도우 스트라이커는 센터 포워드보다 뒤에 있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바로 뒤에 있기에 시야가 넓다는 점이죠.
센터 포워드가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만든 공간으로 침투하거나 타겟 맨의 포스트 플레이를 이어 받아 득점합니다. 이렇게 패널티 박스 외곽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역할을 인사이드 포워드(Inside Forward)라고 합니다. (원래 인사이드 포워드는 포지션의 한 분류였지만, 현재는 하나의 ‘역할’로 쓰이고 있습니다. 포워드 – 스트라이커 관계처럼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센터 포워드에게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센터 포워드보다 뒤에 있으니 미드필더들에게 공 받기도 쉽고, 시야가 더 넓겠죠? 그래서 쉐도우 스트라이커들은 센터 포워드가 득점할 수 있게 최종 침투 패스인 ‘라스트 패스’(Last Pass)를 많이 찔러주게 됩니다. 그러니 득점력이나 돌파력 등 말고도 패스 능력도 갖춰야 하죠.
따라서 2톱을 세울 때 대부분 한 명은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둡니다. 공격수 둘 다 최전방에 서면 동선과 역할이 겹친다는 것,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넓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위치상으로는 미드필더와 가깝기에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습니다. 아무래도 센터 포워드보다 미드필더들과 패스를 주고받기 수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2톱 전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4-4-2 포메이션의 팀들은 공격수 한 명을 미드필더 진영에 가담시킵니다. 사실상 미드필더 3명을 두게 하여 공격 전개와 수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죠. 이 역할을 많이 맡는 것이 아래에 처져 있는 쉐도우 스트라이커고요. 따라서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포지션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례가 더 있으며, 현대 축구의 흐름이기도 하죠.)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대표적인 선수는 네덜란드의 데니스 베르캄프(Denis Bergkamp)가 있죠. 98년 월드컵 32강에서 우리나라를 5:0으로 깨뜨리는데 큰 공을 세운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선수입니다. 득점력은 물론, 드리블이나 트래핑 같은 테크닉도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들을 넋 놓게 만드는 라스트 패스 또한 날카로웠고요. 베르캄프는 자신의 테크닉을 앞세워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진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은퇴한 지금도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정석으로 꼽히고 있고요.
역대 한국 축구 최고의 미남 ‘반지의 제왕’ 안정환도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표본입니다. 현재까지 회자되는 테크닉을 소유한 안정환은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며 득점을 올렸고, 정확한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건 했습니다. 같은 국가대표였던 선수들도 ‘정환이형이 어디 있으라고 하면 바로 정확한 패스가 오더라.’라고 평가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일 때 골을 터뜨려 주는 해결사 역할도 맡았습니다. 다만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았던 대표팀에선 센터 포워드 역할을 더 많이 소화했습니다.
(이 영상에선 안정환의 어시스트 능력이 잘 안 나와있습니다. 아무래도 득점력이 월등하다 보니 센터 포워드로 뛴 경기가 많아서 그렇죠.)
안양에선 고경민 선수가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고경민은 평소 박성진, 남궁도, 이완희 등 센터 포워드들보다 밑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미드필더 쪽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서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주죠. 물론 직접 패널티 박스로 침투해서 득점 기회를 노리기도 합니다.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같이 미드필더 진영에 적극 가담하는 점도 뛰어나죠. 가끔씩 터뜨려주는 놀라운 개인기도 고경민의 장점 중의 하나지요.
그리고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가 있습니다. 축구 전술 발전을 이끈 나라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세콘다 푼타’(Seconda Punta)가 바로 그것이죠.
세콘다 푼타의 역할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사실상 똑같습니다. 전방 센터 포워드(이탈리아에선 프리마 푼타라고 부릅니다. 사실상 동의어죠.)를 도와주고 뛰어난 테크닉으로 수비를 흔들어주는 것이죠.
전술적으로 발달했던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세콘다 푼타의 중요성은 상당히 컸습니다. 트레콰르티스타와 함께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콘다 푼타는 찬스 메이킹, 테크닉이 더 요구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최고의 선수들에게만 부여된다는 ‘판타지스타’(Fantasistar) 칭호를 받았던 로베르트 바죠(Roberto Baggio),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Alessandro Del Piero) 모두 세콘다 푼타였습니다. 이들은 은퇴할 때까지 이탈리아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늘 놀라운 테크닉과 득점력을 과시하였습니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이들에게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판타지스타라는 칭호로 둘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비록 말은 다르지만,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이탈리아에선 세콘다 푼타라고 한다고 이해하셔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③ 윙 포워드(Wing Forward)
윙 포워드는 좌우 측면에 배치되는 공격수입니다. 따라서 공격수 3명인 3톱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측면 미드필더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더 앞으로 전진해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 더 공격 전개에 많이 가담할 수 밖에 없죠.
측면에 위치한 만큼 우선 발이 빨라야 하겠죠? 상대 수비를 따돌릴 수 있는 드리블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센터 포워드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패스도 좋아야 합니다. 더불어 3톱에서 센터 포워드 대부분은 타겟 맨이기 때문에 크로스 능력도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센터 포워드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말고도 다른 역할이 있죠. 윙 포워드는 패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 도 자주 해줍니다. 센터 포워드와 위치를 바꾸거나, 센터 포워드가 만들어주는 공간으로 침투 후 득점을 노릴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쉐도우 스트라이커나 센터 포워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역습 상황 시 누구보다 빠르게 상대 수비를 무너뜨려 득점까지 올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윙 포워드도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인사이드 포워드(Inside Forward)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윙 포워드는 위치가 많이 앞서 있는 만큼, 측면 수비 가담이 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윙 포워드를 기용하면, 측면 수비와 거리가 멀어져 상대의 측면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윙어 위치까지 내려가 수비 가담까지 해주는 유형의 윙 포워드를 많이 기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윙 포워드들이 윙어 위치까지 내려가 4-3-3 포메이션에서 순간 4-5-1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는 전술이 자주 쓰이고 있죠. (이 부분은 4-3-3 포메이션 설명 때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윙 포워드도 축구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중인 거죠.
또한 2000년대 들어 윙어들이 윙 포워드 못지않은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윙 포워드 와 윙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윙어 부분은 미드필더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공격수들을 이용한 전방 압박을 쓰는 팀들은 3톱을 사용하여, 윙 포워드를 기용하고 있습니다. 윙 포워드가 최전방 측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총 공격수 3명이서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전방 압박은 상대의 공격 전개를 저지하는데 탁월합니다. 그래서 3-4-3, 4-3-3 포메이션을 쓰는 팀들 대부분은 윙 포워드 기용을 통해 강한 전방 압박을 쓰려고 하는 것이죠.
현재 윙 포워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파리 생제르망(PSG) 소속의 에제키엘 라베찌(Ezequiel Lavezzi)입니다. 아르헨티나 대표이기도 한 라베찌는 달리기가 상당히 빠릅니다. 보통 왼쪽 윙 포워드에 서며, 빠른 발로 공을 패널티 박스까지 운반해주어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거나 득점을 노리죠. 대신 수비 가담은 잘하지 않는데, PSG의 탄탄한 미드필더들과 왼쪽 풀백인 맥스웰(Maxwell) 등의 동료들이 그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윙 포워드는 잉글랜드 아스날 소속의 시오 월콧(Theo Walcott)입니다. 월콧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빠른 달리기를 자랑하는데, 현란한 드리블보단 스피드 하나로 상대 선수를 제칩니다. 여기에 정확한 크로스와 패스, 득점력까지 갖춘 아스날의 주력 윙 포워드죠. 윙 포워드도 수비에 적극 가담해주는 흐름에 맞춰 월콧도 수비 가담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만, 수비력에 대해선 아직 아쉬움이 많이 보이고 있죠. 그래서 아스날이 월콧 등 윙 포워드들을 어쩔 수 없이 활용하기 위해 4-3-3 포메이션을 여전히 고수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주력 윙 포워드 월콧의 위력 한 번 감상하시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주로 3톱을 사용했던 우리나라도 많은 윙 포워드를 배출했습니다. 그 중 한 선수를 꼽자면 이천수를 꼽을 수 있겠죠. 이천수는 수비 가담 능력이 부족하지만, 울산 시절 당시 K리그 사기 캐릭터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측면에서 개인기와 드리블로 상대를 뒤흔들어주고, 폭발적인 득점력까지 갖춰 당시 K리그를 제패하였죠. 오죽하면 당시 김정남 울산 감독의 전술이 이천수가 골 넣으면 바로 잠근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죠.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임의 탈퇴 당했다가, 전남 구단의 배려로 올 시즌부터 인천에서 뛰게 되었습니다. 3년 만에 프로로 복귀한 지금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에선 전술 상 윙어로 뛰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격, 언론의 보도 등으로 인해 많은 오해를 받았지만, 윙 포워드로서의 재능은 상당히 뛰어났죠.
안양 축구 이야기 -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