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부터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서 살아 온 필자는 건축주이자 건축가로서 이 동네에 집을 짓고 싶었다. 특히, 아이들이 집안이나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자 했다. 집을 짓기로 결정한 뒤에는 원하는 부지를 찾고자 동네 곳곳을 살펴보고 다녔다. 무엇보다 향후 고층 아파트나 건물들이 들어서 집을 가리지 않을 곳을 고르려 노력했다. 발품을 팔아 선정한 곳은 상가주택이 자리하지만 남측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3면을 끼고 10m 통과도로가 있는 조용하고 햇살 따듯한 동네였다.
영롱쌓기를 통해 프라이버시도 확보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모서리 부분은 곡선으로 처리했다.
현관 템바보드 마감재에 창고로 들어가는 문을 함께 설치했다. 참고로 우비랜드의 모든 콘셉트는 새(bird)이다. 조명을 보면 알 수 있다.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주거 공간
우리 부부는 평소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닌, 아이들이 집안이나 마당에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래서 신혼 때부터 살아왔던 이 동네에 원하던 부지가 없나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아낸 부지는 약간 각진 반원 형태로 인근에는 전부 상가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부지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남측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3면을 끼고 10m 통과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관 택지개발지구는 일반적으로 다른 곳과 다르게 정북 일조권을 적용받지 않고, 정남 일조권을 적용받아 남측에 통과도로나 기타 공지가 있을 경우 건물 배치가 일조권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부지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위치한 초등학교에는 강당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건축가로서 추후 여기에는 평생 증축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높은 산과 드넓은 바다 같이 멋진 뷰view가 보이진 않아도 우리 집 앞에 고층 아파트나 다른 건물이 들어서서 집을 가리거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를 가릴 일도 없을 것이며 누군가가 우리 집을 바라볼 일도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HOUSE NOTE
DATA
위치 부산 기장군 정관읍
지역/지구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225㎡(68.2평)
건축면적 133.98㎡(40.3평)
연면적 199.77㎡(60.5평)
1층 113.48㎡(34.4평)
2층 86.29㎡(26.1평)
건폐율 59.55%
용적률 88.79%
설계기간 2021년 8월 ~ 2022년 1월
시공기간 2022년 2월 ~ 9월
설계 ㈜조아종합건축사사무소
051-914-3233
시공바른건축인테리어 055-756-6686
www.바른건축인테리어.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링클 0.5T(포스코)
외벽 - 백고벽돌(서창벽돌)
데크 - 포세린 20T
내부마감 천장 - 스커프엑스, 실크벽지(LG벽지)
내벽 - 스커프엑스, 실크벽지(LG벽지)
바닥 - 포세린, 와이드 빅(디앤메종)
계단실 디딤판 - 애쉬집성판(거성목재)
난간 - 평철(바른건축인테리어)
단열재 지붕 - 저방사 단열재 슈퍼론 40T
(청우산업)
외벽 - 저방사 단열재 슈퍼론 40T
(청우산업)
내벽 - 압출법 30T(동광스치로폴)
중단열 - 압출법 30T(동광스치로폴)
창호 유로시스템9(LX지인)
현관문 시그니처 압착식(코렐윈도우)
조명 잇츠라이팅
주방기구 바른건축인테리어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콘덴싱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
나는 건축주이자 건축가다
부지를 선정하고 나서 설계 콘셉트를 잡을 때 고민이 많았다. 우선, 건축주이자 내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얼마나 잘 짓고 사는지 평가할 남들 눈치를 많이 본 것도 사실이다. 이보다 더한 고민을 안겨준 이는 아내였다. 그 어떤 다른 건축주들보다 꼼꼼하고 까다로운 요구 사항이 많았기에 실제 설계에 반영하기가 무던히도 어려웠다.
TV 우측 하단에 설치한 강아지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앙증맞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우리 집은 가족들의 생활시간에 기준을 두고 설계를 시작했다.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필자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낮에는 아내가 주로 1층에서 생활했다. 따라서 1층은 충분한 넓이를 가진 공간이어야 했다. 2층은 밤에 취침하고 아침에 준비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전체를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고 블랙 톤으로 포인트를 준 주방
그래서 1층은 거실과 주방, 공용 욕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공부방과 다락으로 연계한 작은 놀이방으로 계획하고, 부지 모퉁이에 레벨 차를 활용해 마당과 연계한 반신 욕실도 만들었다. 2층에는 안방과 안방 화장실, 아이들 방 2개, 아이들 욕실, 드레스룸과 세탁실을 함께 두었다. 옥상에는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어 천창을 통해 가끔 별자리를 찾고, 인조잔디를 깔아 축구를 좋아하는 필자와 아들이 함께 땀 흘리며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식탁에서 마당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백고벽돌로 깔끔하고 모던한 입면 구현
우리가 집을 지을 부지는 양옆과 맞은편에도 상가주택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어느 동네보다도 조용하고 햇살이 따뜻한 곳이었다. 그래서 채광이 적은 북쪽으로는 계단실과 세탁실, 주차장 등을 배치하고 동쪽에는 아이들 방과 놀이방을 계획했다. 남측에 면한 부분에는 채광이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거실과 안방을 배치했다.
안방 화장실에는 아이들과 함께 양치도 할 수 있도록 수전을 2개 설치하고 장방형으로 긴 거울을 설치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반신욕실과 마당을 자연스럽게 연계하기 위해 레벨 차를 이용해 설계했다.
집의 모양은 평소에 여러 가지 마감재를 사용해 디자인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깔끔하고 모던하게 설계하고 싶었다. 많은 고민 끝에 오랫동안 바라봐도 질리지 않고 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자재를 고민하다 백고벽돌을 선택했다. 평면의 형태에 따라 입면을 자연스럽게 계획하면서 주 출입구 상부에는 곡선 형태의 가벽을 설치해 부드럽게 디자인하면서 프라이버시 확보도 함께 고려했다.
계단실 디딤판은 바닥과 같은 재질로 마감해 통일성을 부여하고 화이트 톤 난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안방 침대 위에도 새가 자리하고 있다.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북누크를 설치했고 하부장을 만들어 수납도 고려했다.아이들과 아내, 강아지까지 챙긴 평면 구성반신 욕실은 한여름 마당에서 뛰어놀거나 야외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 연계해 함께 오가며 노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2층의 아이들 방은 방과 방 사이에 포켓도어를 만들어 평소에는 각자 방으로 활용하고 친구들이 놀러와 하루 묵어갈 때는 문을 열어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2층에 설치한 드레스룸과 세탁실은 아내의 필수 요청사항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빨랫감이 생겼을 때 곧바로 세탁을 한 뒤, 세탁된 옷을 곧바로 걸어둘 수 있는 동선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 방(위) 콘셉트는 우주와 블루이고 딸 방 콘셉트는 공주와 핑크다.
2층 복도 모서리 부분의 곡선 처리가 인상적이다.
또한 1층 거실과 현관 사이에는 자그마한 방을 하나 계획했는데 이곳은 우리 부부가 신혼 때부터 함께 살아온 강아지의 집이 있었으면 해 조성한 공간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잠자기 전까지 강아지가 우리 가족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부지의 형태에 따라 배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선의 작은 공간이 구성됐다.
놀이방(다락)과 책방을 연계했으며 책방에 북누크를 설치했다.
1층과 2층에는 직사각형의 방과 공간의 형태를 계획하다 보니 생각보다 모서리 부분이 뾰족한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모서리 부분은 거의 대부분 곡선으로 시공했고 1층에는 실내 내력벽이 부족해 벽식구조가 아닌 기둥-보 구조로 설계했다.
옥상에는 아이들이 축구 같은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조잔디를 시공했다.
도로에서 바라본 주택의 외관
주택의 야경
내가 직접 거주하는 집을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나와 가족을 위해 설계하고 건축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인지 이번 기회로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경험은 건축가로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집을 설계하는 데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행 노철중 기자 | 글 김민규(조아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 | 사진 김명구 작가
출처 전원주택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