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여행을 무산시킨(?) 조카녀석과 함께 찾아들어간 대한민국의 끝자락 마라도.
마라도에서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1. 걸어서 섬 한바퀴 돌기.
2. 짜장면 한그릇 먹기.
3. 국토의 끝자락을 맘속에 담아두기.
일단 모슬포에서 배를 탔습니다. 제주로 가기 전 사전예약을 했던 관계로 수월하게 표를 끊을 수 있었고, 다행히 증편된 배편이 있어 더 앞선 시간에 마라도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마라도에 대해 검색해보면 30분에서 50분이면 섬 한바퀴 다 돌고 볼 거 없다!!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빠듯한 듯 싶어 3시간을 섬에 머물기로 하고 배편도 그렇게 끊었습니다. 송악산에서 출발하는 배는 오가는 배시간이 딱 정해져있어 빼도박도 못하는데 모슬포에선 자기 마음대로 시간 조정이 가능하더군요. 그게 일단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첫배를 타고 마라도에 도착. 선착장에 도착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화산암석과 철계단. 그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 카트부대가 기다리고 있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전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계단을 다 올라오면 마주치게 되는 카트부대들. 몇인승이냐에 따라 2만원부터 시작하더군요. 조카와 전 '느리게걷기'를 계획으로 잡았기 때문에 완전히 외면하고 뚫고 뚫어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카트부대를 제끼고 나니 이제야 제대로 마라도풍경을 내다볼 수 있더군요. 카트부대도 마라도풍경의 하나이긴 하지만서도 *^^* 해녀상을 뒤로한 바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해녀상 뒤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런 색이 나타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우리 계획에 변경사항이 생겼습니다. 마라도는 모 통신회사 CF의 영향으로 짜장면이 유명하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해녀상을 오른쪽으로 두고 전진하면 몇걸음 가지않아 짜장면집이 줄줄이 서 있죠. 세집은 영업중이고 한집은 새로 짓고있는 중이었습니다. 물론 그 뒷편으로도 몇집 더 있긴 했습니다. 각 집마다 TV프로그램 어디어디 나왔었음을 선전하는 문구들이 잔뜩이었고, 얼마전 무한도전에 등장했던 집은 가장 최근이어서인지 선전이 대대적이었습니다. 집밖엔 유재석씨 나오는 장면이 크게 세워져있더군요. 그 중 한 집 여주인이 짜장면을 먹으면 짜장면 먹은 값으로(즉 공짜로) 카트를 이용해 섬 구경시켜준다고 여행객을 유혹하더군요. 우리는 그 유혹에 홀랑 넘어갔습니다.
어차피 짜장면 먹기로 한 것. 먹고 공짜로 타자. 원래 계획에도 없던 것이긴 하지만 맘 바뀌었으면 써버렸을 2만원이상의 돈을 묶어두게 되었으니 잘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 카트 타기로 한 앞선 손님들이 짜장면 다 먹을때까지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카트들이 지나다니는 풍경을 보고 있었더랬습니다. 그 와중에 너무나 더운 날씨. 뉘집 견공인지 더워죽겠다는 표정으로 우리 앞을 지나쳐가더니 고장난 배 옆 그늘에 가서 헥헥거리고 있더군요.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던말던 니 맘대로 해라였습니다.
근데, 왜 안먹고 기다렸냐구요? 구경부터 하고 먹으려구요. 짐은 짜장면집에 맡겨두고 홀가분하게 한바퀴 돌았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카트로 섬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금방이더군요. 그 사이사이 아저씨의 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흠~ 계획을 급변경하길 잘했군'했습니다. 이렇게 한바퀴 휙~ 돌고 짜장면 먹고 다시 천천히 걷기로 했걸랑요. 앞에 보이는 거북이 모자쓴 것 같은 건물이 마라도성당이고, 하얀 건물은 등대입니다.
드디어 마라도짜장면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고기보담은 해물이 들어가있는데 맛은 그냥저냥 짜장면입니다. 양파가 그리운 사람은 양파달라고 하면 내어줍니다만 기본적으론 요렇게 나오더군요.
짜장면을 먹고 나서 짐은 여전히 가게에 맡겨둔 채 우리의 목표인 '마라도 천천히 걷기'를 실시했습니다. 이미 카트로 한바퀴 돌아 대충의 방향은 감 잡았고, 그래서 샛길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가파초등학교마라도분교. 어쩌다보니 건물보담은 표지석이 덩그러니 찍혔습니다만, 뒷편에 보이는 갈색지붕이 학교입니다. 방학이라 입구는 나무 세개가 가로놓여있죠.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라는데 들어가는 사람 꼭 있죠~잉. 나도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솟구쳤지만...참았습니다. 흠.. 함 들어가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ㅎ
섬이 조그마하다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복지회관, LG25시편의점, 보건소등등...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조그마한 섬에 중요종교가 모여있다는 겁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건물이 다 있더군요. 세계도 요렇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절의 대웅전입니다.
요건 초쿌릿홍보관인데요, 본섬에 있는 초콜릿전시관(박물관이던가)을 홍보하기 위해 지은 거랍니다. 우린 첨에 삼각갈색지붕 건물이 전시관인줄 알았는데 앞쪽 하늘색 지붕이 홍보관이고 갈색삼각지붕은 관리인이 사는 곳이랍니다. 아주 많이 실망... 특히, 바나나초코아이스크림은 다시는 보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은...그냥 바나나 까서 얼린 것에 쵸코 바르고 땅콩잘게 자른 덩어리 발라주는 것으로 끝. 4천원입니다.
마을(몇가구 없지만서도)쪽에서 국토최남단비쪽으로 가다보면 나타나는 성당과 등대입니다.
개신교 교회건물이에요.
우리 뒷배로 사람들이 참 많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첫배로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거듭거듭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섬을 천천히 걷기하고 돌아올 즈음에 사람들이 요렇게 많이 올라오고 있더군요. 이제부턴 앞선 사람들과 섞여서 섬이 더 복잡하고 번잡해지겠죠.
마라도는 대한민국의 끝자락에 있는 막둥이섬이라는 상징성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참으로 가고싶었더랬습니다. 이제 다녀오고 나니 눈에 훤한 마라도가 더욱 정겹게 생각되어지고 어디에서건 '마라도' 세 글자만 보거나 들어도 맘이 가는군요. 제대로 마라도 구경하거나 느끼려면 1,2시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넉넉하게 3시간 이상은 두고 천천히 즐기는 것이 좋겠어요. 여튼, 조카녀석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이번 여행의 테마 '느림'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첫댓글 마라도를 제대로 느끼셨네요~~저도 작년에 엄마와 마라도의 카트부대를 뚫고 천천히 걸으면서 여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람선이 아닌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진짜 바이킹을 타고 들어갔습니다. 선장님이 바이킹을 태워주신다고 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저와 같은 동지를 만난 느낌입니다.
정말 마라도를 제대로 보고 오셨네여
저도 한번 걸어서 다녀봐야겠어요
^^ 아주다른느낌이겠죠


후기 감사합니다
^^
우와~ 마라도를 느긋하게 볼려면 3시간 잡아야하나요?? ㅋㅋ
좋은 정보 감사^^ 참고해서 일정 잡아야 겠네여

제주도는 몇번 가보았는데 마라도는 한번도가보지를 못했네요 다음에꼭봐야 겠어요
진짜 제대로 여행 하셨네요...마라도는 태어나서 딱 한번 가봤는데요... 그게...십여년전에....그땐 빗물받아서 사는 몇가구밖에 없었는데... 짜장면집이 들어서면서 급~부상하게됐죠... 왠지..그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그땐 외지인의 출입이 거의 없어서 텐트치고 자고 그랬는데...... 씁쓸한 이유는 뭔지......
다음엔 가봐야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