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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23394740
재작년에 돌아가신 나의 외할머니가 아프시기 전에
(2005년부터 아프셔서 누워만 지내시다 가셨어 ;ㅅ;)
해주신 이야기인데...
내가 가끔 섬찟섬찟하게 촉이 오거나 귀신을 느끼는 건
외할머니의 유전이 아닌가 싶다 ㄷㄷㄷ
외할머니는 일제시대 출생....딱 1920년생이셨어.
나하고 언니랑 딱 60년 나이 차이난다고
다른 어른들 나이는 까먹어도 외할머니 나이는 잘 기억했지...
당연히 외할머니의 어린 시절은
왜정으로 살기 어려운 때였고....
(외할머니가 왜정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대로 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뼈아프게 굶은 기억은 없고....
(굶어본 적이 없진 않았지만) 그냥저냥 먹고는 살았었대.
그 땐 그것만으로도 운이 무지무지 좋은 시절이었댔지....
외할머니네 마을에는 대대로 양반 가문에
땅도 많은 거의 유지 격의 부잣집이 있었대.
집도 꽤 큰 기와집이었는데,
그 집이 할머니네 집에서 바로 보일 만큼 코 앞이었대.
가끔 대문을 활짝 열면 가운데에 큰 감나무가 있는 마당과
안채 건물이 바로 보일 정도로
바로 마주보고 있는 수준이었다고...
그치만 그 집은 그 당시 마을에서의 인평은 매우 안 좋은 집이었어.
주인이 친일파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그 당시 일본이
이 나라를 휘젓고 다니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해서 앞장섰던
부끄러운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건 냔들도 잘 알 거야.
이 집 주인이 그런 사람이었대.
옆에서 보기싫을 정도로 일본 순사나 관리들에게 굽신거렸고
기부까지
(일본군 관련 기부였다는데 잘 기억 안 난다 ㅡㅡ)하고....
아무도 대놓고 뭐라진 못했어도
다들 속으로 욕하고 싫어했지.
반면에 이 집 안주인인 아줌마는
남편이 저러는 걸 엄청 창피하게 여기고
자기까지 욕 먹는 걸 부끄럽게 여겼지만,
남편이 너무 작심하고 저러니 반대해도 소용이 없고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도 않았대.
같은 양반집 아들딸인데 어찌 저리 다르냐고 뒷말도 많았던 집이었대.
암튼 외할머니가 13살 때
외할머니가 이웃사는 친구랑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집 근처로 걸어오는데
그 부잣집에서 뭐가 들어오는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문 앞에는 수레같은 걸 세워놓고
쌀가마니며 이것저것을
대문 안으로 일꾼들이 실어나르고 있었대.
그런데 무심코 안 쪽을 보니 마당 감나무 옆에
웬 여자가 꼿꼿이 서서 외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더래.
못 살고 가난한 사람이 더 많던 시절이고
염료가 귀해서 높은 양반들이나 부자들 아니면
색깔있는 옷을 거의 입지 않던 때였는데
감나무 옆에 선 여자는 굉장히 고와 보이는 옷감으로 된
노란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고 서있었대.
젊은 여자였는데 머리도 막 풀어헤친 그런 머리가 아니라
싹싹 빗어넘긴 단정한 머리에,
얼굴이 확 튀게 하얗다는 거 외에
그닥 사람같지 않다거나 무서운 느낌도 들지 않았대.
그냥 모가지가 길고 얼굴이 갸름해서
딱 보고 '이쁘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해.
근데 그 집에는 그만한 나이의 딸도 없고
주인 부부와 그 주인의 외아들,
거의 누워지내는 주인 아저씨의 어머니인 할머니
일케 넷만 살았대.
그래서 낯선 얼굴이 보이니 '누굴까' 하신 거지.
하지만 주인 아저씨의 형제 자매들이 시집 장가가서
다 나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친척 중 누가 왔나보다 싶어서
별 말도 않고 신경쓰지 않으셨대.
외할머니는 그러고 나서 잊을 만하면 그 여자를 보셨다고 해.
가끔 대문이 열리면 늘 마당에 있었고
그 집 식구들을 따라서 밖에 나오기도 했대.
그리고 보면서 아셨대.
아 저건 귀신이구나.......
저 집에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대단히 원한이 있는 귀신이구나 하고 ㄷㄷㄷ
저 집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
저 집을 저주하러 온 귀신이라는 걸 볼 때마다 강하게 느끼셨대.
언제 하루는
그 집 주인 아저씨가 신경써서 차려입고 어딜 나가는데,
그 노란 저고리 여자가 아저씨한테 매달려 가더래.
그것도 주인 아저씨 어깨를 밟고
머리 위로 몸을 웅크려서
아주 이상하고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아저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아무 것도 없는 마냥
흔들흔들 팔자걸음으로 갈 길 가고.....
그 여자는 그렇게 웅크려서 아저씨를 빤히 내려다 보면서
그렇게 둘이 가더래.
진짜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매달려 가지도 않을 뿐더러
남자가 그렇게 아무 무게감없이 못 가지....
저러고 어딜 가나 싶어서
외할머니는 그 둘이 안 보일 때까지 쳐다보셨다는데.....
며칠 뒤에 그 주인 아저씨가
참의 벼슬을 받는 데에 실패했다고 들었대.
문학시간에 가끔 참의라는 벼슬 들어봤을 거야.
이태준의 복덕방에도 '서 참의' 라는 사람이 나오지....
그렇게 일본 정부에 기부를 하고 여기저기 잘 보이던 것이
작아도 참의 자리 하나 얻고 싶어서였다는데.........
줄 것만 실컷 내주고 결국 받진 못했다고
그렇게 원통해 했대.
마을에서는 '고소하다', '꼴좋다'는 여론이 대세였다지..
하지만 외할머니는 그게 왠지
그 노란 저고리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대.
그 여자가 조종한 것처럼...
그리고 점점 전쟁이 길어지고 일제시대가 끝나가면서
그 집도 역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대.
그 아저씨는 나 한 몸 잘 살아보고자
일제에 아부하고 이것저것 바쳤지만
일제는 아저씨를 이용만 한 거였지.
아들이 학도병으로 전쟁에 나가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집 아줌마가 얼마나 온 집이 떠나가게 통곡을 하는지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
이웃집 사람들이 몰려와서 구경하고 엿들었대.
고등학생 아들을 전쟁에 내보내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외할머니는 엄마와 거길 담 너머로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대.
마당에 쓰러져 울부짖는 아줌마 옆으로
그 노란 저고리 입은 여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더라는 거야.....
그 때 그 노란 저고리 여자가 웃는 얼굴을 처음 봤대.
입이 귀밑까지 올라갔는데
입 안이 빨간 물감을 머금었던 것처럼
이빨도 안 보이고 새빨갛더라는 거야...............
(할머니는
'무슨 사람 입 안이 두견새 입 안'이라고 하셨었어 ㄷㄷㄷㄷ)
결국 그 아들은 한 상자의 유골로 돌아왔대.
주인 아줌마는 유골함을 보고 기절했다
깨어나면 통곡하고 또 통곡하다 기절하고를
하루 내내 반복하셨다고 해.
그 때 소리만 들었지 그 집에 들어가 보진 않았으니,
모르긴 몰라도 또
그 여자는 덩실덩실 춤을 췄을 거라고 하셨던 외할머니....
그리고 그 아들이 죽은 지 얼마 안돼
누워서만 지내던 그 집 할머니도 돌아가셨대.
외할머니는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태 전에,
그 집에 불려온 의사가 그 집 대문 앞에서
그 노란 저고리 여자한테 싸다구;를 맞고
대문 앞에서 자빠지는 걸 보셨대.
여전히 그 여자는 외할머니 눈에만 보였고,
넘어진 의사 아저씨는 어케 넘어졌는지
그 자리에서 다리가 부러졌대.
주변 사람들은 모두 대문에서 미끄러진 걸로 보였는데;;;;;
사람들은 저 집이 재수가 없으려니
들어가려는 사람도 저렇다고 수군댔지만
할머니는 노란 저고리 여자가 의사를 때린 후에
빙글빙글 웃던 시뻘건 입 안이 너무 징그러웠대 ㅠㅠㅠㅠㅠ
금방이라도 피가 또로록 흘러 넘쳐 떨어질 듯이 뻘건 입 속이......
그렇게 의사 한 사람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실려가고,
훨씬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에서 의사가 불려왔는데
이 의사는 먼저 넘어진 의사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
할머니에게 별 처방을 못한다고 다들 혀를 찼대.
뭐, 이미 고령이고 돌아가실 때가 다 된 할머니에게
어떤 처방이 그렇게 용했을지 모르지만....
일본이 패전하고 맞아죽을까봐 친일인들,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도망가던 때에
그 부잣집은 대문을 닫아걸고 두문불출 바깥 출입을 안했대.
마을 사람들은 내내 꼴보기 싫었던
그 집 사람들도 끌어내서 망신을 주자고 하기도 했지만,
이미 가진 재산도 전같지 않고
노모를 잃고 외아들까지 잃어 대가 끊어진 집이니
죄값 치른 거라고 굳이 그 집 사람들을 건드리거나 하진 않았대.
그런 후에도 그 노란 저고리 여자귀신은
주인 아저씨나 아줌마를 따라 밖에 나오기도 하고,
가끔 열린 대문 안을 보면 마당을 지키고 서 있었대.
그 때 이후엔 외할머니도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볼 생각도 못했다고 하셔.
그 후 6.25가 터지고
외할머니도 가족들과 피난을 떠났다가
전쟁이 끝나고 1년 넘게 지나서야
고향 마을에 돌아오셨는데,
그 집은 완전히 불타서 터만 남고
새까맣게 탄 감나무랑 깨진 장독에
우물 정도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대.
그 주인 부부는 전쟁통에 죽었다지만
외할머니는 그 집 터를 볼 때마다
대체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그 집에서 무슨 일을 겪은 여자였는지
섬뜩하면서도 궁금하셨다는데,
나중에 마을에서 간간이 들은 이야기로는
그 여자가 그 집에서 옛날에 쫓겨난 소실이었던 것 같다고....
그 집 죽은 아들이 늦둥이였는데,
그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부부 사이에 애가 안 생기니까 소실을 들였다,
그런데 들이고 나서 얼마 안돼
본부인 아줌마가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으니
소실은 쫓겨났다더라는 소문이 있었대.
옛날 일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
원래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다 돌아왔던 것도 아니라
뜬소문일 수도 있고.....
워낙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녔고
욕심많고 개념은 꽝;이었던 주인 아저씨였기에
꼭 저 소실이란 법은 없고
다른 원한이 있던 귀신일 수도 있지만,
그냥 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으셨다네....
#실화괴담
첫댓글 어우 이거 무서워 두견새 입 안
왜왜 , 도대체 얼마나 무섭게 생겨ㅑㅆ길래 ?
@무릉도원댕댕 아니 저 표현이 너무 무사워 ㅜㅠ
이 얘기는 두견새 입안이란 말이 안잊혀져서 기억에 남아ㅜㅜㅜㅜ
22222
아후 못되게 사니까 천벌받지
꼴 좋다
두견새 검색해서 보고왔는데 진짜 사람이 저럼 무서웠겠다.. 나쁜놈 잘됐네 여자들만 불쌍해
꼴좋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