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들의 체온 / 김화연
계절은 옷을 따라 돈다
입춘으로 가는 달력의 숫자
손은 봄옷으로 이동한다
입지 않은 옷을 꺼내면
풀어져 있는 단추들이 내 몸을 끌어당긴다
접힌 자국마다 꽃물이 엎질러져 있거나
쌀쌀한 바람이 주름으로 있다
지난 봄꽃 물들은 얼룩이 옷의 살점이다
목 밑에서 허리 근처까지
단추들의 온도계에는 수은주 눈금이 있어
오늘의 날씨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미세먼지 묻은 옷을 빨아
빨랫줄에 걸어 놓으면
풀린 단추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옷의 살점 허물을 벗고 있다
말라가는 단추들의 체온
햇볕으로 달여진 옷은 몸의 체온을 기다린다
오래 입은 옷에서
실뿌리 같은 실밥을 끊고 툭 떨어지는 단추
씨앗이 되고 싶다는 외침의 소리
흔들이 단추는 매무새에서 일탈하고
똑딱이 단추는 짝을 찾아서 헤맨다
아침을 닫고 저녁을 푸는 단추들의 역설법
편하게 내어준 단추는 고집이 없다
거꾸로 매달아도 옷감을 끌어당기지 않는 단추
사계절이 맨 앞에서 달리는 단추들
단추의 매무새에는
급행열차의 두 번째 칸의 무심한 이야기가 있고
이별의 전조 속 뚝뚝 흘리는 눈물이 있다
- 시집 『단추들의 체온』 (천년의시작, 2022.01)
* 김화연 시인
전북 순창 출생, 공주사대국어교육과졸업,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수료
2015년 『시현실』 등단
시집 『내일도 나하고 놀래』 『단추들의 체온』
현재 단국대평생교육원시낭송과 시창작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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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며 입지 않았던 봄옷을 꺼내본다.
지난 봄꽃의 “얼룩이 옷의 살점”으로 남아있고 “풀어져 있는 단추들이 내 몸을 끌어당긴다”.
단추들의 온도는 “오늘의 날씨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지난 먼지 묻은 옷을 빨아 빨랫줄에 걸어 놓으면 풀린 단추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말라가는 단추들의 체온 햇볕으로 달여진 옷은 몸의 체온을 기다린다”.
오래된 옷에서 “실뿌리 같은 실밥을 끊고 툭 떨어지는 단추”. 단추는 고집이 없다.
거꾸로 매달아도 옷감을 끌어당기지도 않고, 사계절 맨 앞에 달려있으면서도 “급행열차의 두 번째 칸의
무심한 이야기”가 있을 뿐. “이별의 전조 속 뚝뚝 흘리는 눈물”이 있는 “단추의 매무새”. “단추들의 체온”은
“오늘의 날씨에 오르락내리락” 할뿐.
단추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사람의 체온이다.
함께 함으로써 서로에게 온기 되는, 옷으로 인해 “몸의 체온”이 높아지듯
“몸의 체온”으로 단추들 또한 따스해지는, 이렇게 서로에게 온기가 되는 관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 권경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