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엽, 평안도 방면 국경 수비 대장으로 있던 이괄이 반란을 일으킬 틈을 엿보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곧장 서울로 쳐들어갔으면 싶은데, 아무리 보아도 묘향산이 마음에 걸렸다.
이괄은 묘향산부터 손아귀에 넣고 서울로 가기로 작정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 묘향산 큰절 뒷방에 거처하던 노장스님이 불공 보는 부전스님에게 일렀다.
"내일쯤 손님이 올 것이다. 그 손님이 '부처가 밥을 먹느냐?'하고 묻거는 '네, 잡수십니다.' 그래라.
'얼마나 잡수시느냐?'하고 묻거든 '한 분이 오백 석씩은 잡수십니다.' 하고 대답해라."
'이 노장스님이 느닷없이 무슨 소릴 하시나?'
부전스님은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이튿날 꼭 그맘때였다. 사시 마지를 하느라고 부처님께 밥을 지어 바치고 종을 땡땡 치던 참인데, 불쑥 국경사 이괄이 나타났다. 이괄은 법당 문턱에 떡 버티고 서서 불경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부처가 밥을 먹느냐?"
스님이 가만히 생각하니, 어제 노장스님이 일러 준 말이 떠올랐다.
"네, 잡수십니다."
'옳지, 잘 되었다. 등상 부처가 밥을 먹긴 어떻게 먹나. 이젠 트집 잡을 일이 생겼구나.' 이괄은 내심 좋아하였다.
"한 부처님이 오백 석 씩 잡수십니다."
"그렇다면 곧 쌀 이천 오백석을 씻어 밥을 지도록 하여라."
이괄은 이제 트집 잡을 일이 생겼으니 묘향산을 샅샅이 뒤져 다 때려죽이고 서울로 향하면,
먼저 서울로 가서 밀고할 사람도 없을 것이니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천오백 석이나 되는 쌀로 밥을 지어설랑 불기에 담아 법당에 가져갔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등상 부처가 입을 딱 벌리더니 손을 뻗쳐 불기를 톡 쳐서 밥을 쏟아 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꾸 집어 삼키는데 삽시간에 오백석이 거의 다 없어졌다. 쌀만 손해봤지 일은 틀린 셈이었다.
이괄 일행은 그냥 가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떠난 뒤, 노장 스님이 뒷방에서 나와 말하였다.
"큰 불공이 들었지 뭐냐. 아주 잘 됐어.
그러나 이제부터 한 삼년은 찬밥을 먹어야 되겠으나, 밥 때 되거든 물을 끓여 놓고 법당 뒤에 가 보거라.
우리 먹을 만큼씩 있을 테니, 그걸 갖다 끓여 먹도록 해라."
그래서 그 절에서는 삼 년 동안 대중이 찬밥을 먹었다.
묘향산 다섯 부처님 앞으로 들어온 밥으로 스님들에게 삼 년 동안 먹인 그 노장은 대체 어떤 분이었을까?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절에 모셔져 있는 등상불이 영험한 것이 아니라,
도인이 계신 절의 부처님이 영험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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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마하 반야바라밀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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