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4-36, 빛나는 별
“아저씨, 내가 아파서 며칠 일을 쉬어야겠어요. 아저씨도 집에서 쉬고 계세요. 다시 일할 수 있을 때 연락드릴게요.”
아프기도 아팠지만, 그보다는 여러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 사정들을 일일이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냥 아프다고만 했습니다. 닷새가 지나고 다시 만난 아저씨는 “이제 괜찮아요? 아프다고 해서 걱정했어요.”라고 하며, 씨익 웃어주셨습니다. 그날은, 유난히도 더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마치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했습니다.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 숙연해졌습니다.
아저씨는 작은 체구에 비해서 손이 크고 손마디가 굵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얼굴의 주름도 그의 삶을 보여 주는 그림자 같았습니다. 아저씨의 삽질에는 뭐랄까, 몸으로 익혀온 반복과 반복으로 만들어진 노련함이 있었습니다. 허리의 힘만이 아니라 요령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고되었을 삶이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사일이라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가 어떻게 치유와 돌봄이 되겠습니까? 사과밭에서 아저씨가 하는 일은 힘든 일입니다. 무거운 사과 상자를 나르고, 셀 수 없을 만큼 삽질할 때도 있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사과 꼭지 따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힘든 일 뒤에는 함께 마시는 막걸리에 시시덕 웃는 날들도 있습니다. 함께 고생한 사람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정이 있습니다. 그런 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균적으로 70세 전후로 농사일은 은퇴합니다. 아저씨와 함께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5년 남짓 남았을 겁니다. 그때까지 다치지 않고, 우리 농장에서 정년퇴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날 작은 꽃다발 하나 안겨드리며,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제가 즐겨듣는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자기가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똥벌레라서 슬퍼하는 어른들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알고 보니 빛나는 별인 것 같습니다.
-2024년 12월에 숲속에사과 이상호-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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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백춘덕 아저씨를 생각하는 대표님의 마음이 너무 귀하고, 애틋하고...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아 뭉클하며 눈물이... 월평~고맙습니다. 또 고맙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백춘덕 아저씨께서 참 귀한 분을 만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