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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스포츠 게시판 스크랩 노무현 대통령의 김대중 대통령 인물평
Blockmachine 추천 0 조회 1,028 09.08.22 22:23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YS와 마찬가지로 DJ를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나는 '참으로 아까운 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DJ야 말로 내가 말한 지도자의 3대 요건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권력 장악 능력', '살림살이 솜씨', '역사의식'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다만 DJ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내가 본 DJ는 성장하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공부하는 사람, 그래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사람이었다. DJ에게는 모든 문제들을 항상 미리 앞서서 깊이 생각해 두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정말로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을 손꼽으라면 나는 DJ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DJ는 결코 포기가 없는, 또 결코 좌절하지 않는 강한 집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분석하고 규정하면서 가장 적당한 용어와 문장을 찾고 개발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대변인을 하고 있을 당시, 성명이나 논평을 내야 하는데 상황이 애매하여 어떻게 해야 할 지 고심이 될 때에는 DJ를 찾아가면 해결이 되었다. DJ가 즉석에서 이야하는 것을 받아 적기만 하면 그대로 정리된 성명서가 될 정도였다.

 

이렇게 강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DJ에게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허점은 허점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너무 완벽하고 또 그 완벽성에 대해 너무 자부심과 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에게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논쟁을 하면 항상 이겨 버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꺼내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니 남의 머리를 빌리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떨어진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특히나 YS가 남북 문제, 북한 핵 문제, UR 문제 등을 놓고 죽을 쑤고 판을 망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DJ에게서 특별히 감동을 받았던 일이 한 가지 있다. 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이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국민 연합과의 정책연합을 표방했었을 때의 일이다.

 

사실 이 전략은 심사숙고 끝에 택한 전략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분위기나 상황을 고려하여 이해 득실을 따져보면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것이었다. 나 자신도 그런 이유에서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정책연합은 이루어졌다. 그러자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인공기 위에다 DJ의 얼굴을 그려 넣은 그림이 나돌았고, 여당은 북한 방송을 인용하면서까지 민주당을 좌경 용공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힘겨운 선거전에 치명적인 악재가 등장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변명으로 꽁무니를 빼었고, 서로 네 탓이라며 당내 갈등까지 생겼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인 DJ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단호하고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왜들 변명하려 하십니까? 그 사람들 말이 옳으니까 정책 연합한게 아니었습니까? 선거전이 불리해진다고 해서 우리가 옳다고 주장했던 것까지 뒤엎어야 합니까? 우리에게 불리한 건 불리한 거지만 또 옳은 건 옳은 게 아닙니까? 당당하게 나갑시다."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서 DJ만큼 단호하게,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동자 등 서민에 대한 정책을 강력히 옹호하고 피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론이 아무리 불리해도 어물쩍 어물쩍 물러서는 일은 없었다. 그건 반대로 운동권이나 노동자들을 나무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DJ의 그런 태도가 단순히 고집이 아니라,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애정이 그의 철학으로 가다듬어진 것이 아닐까.

 

나는 YS를 탁월한 정치인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를 '지도자'로 인정한 일은 없다. 그러나 DJ에 대해서는 '지도자'로 이름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역사의 인물이 된 김구 선생을 제외하고는 역대 대통령이나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서 내 마음 속으로 지도자로 생각해 본 사람이 없고 보면, 나로서는 그 분을 특별히 존경하는 셈이다.

 

그러나 가끔 집회 등에서 정치인들이 그 분을 '민조의 위대한 지도자로 추겨세울 때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그건 8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끝내 사퇴하지 않은 데 대한 실망, 그리고 89년 중간 평가를 무산시킨 데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구 민주당 때는 물론이고 통합 이후에도 곧잘 DJ를 비판하곤 하다가 여러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출처 - 노무현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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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8.22 22:35

    첫댓글 저도 동감합니다...특히 김구 선생님 이후로 '지도자'라는 명칭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분이 바로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라 생각합니다..

  • 09.08.22 22:53

    두분이 함께 하늘나라에서 대한민국을 살펴주시옵소서...

  • 09.08.23 11:33

    제발 보살펴 주세요 ㅜ/ㅜ

  • 09.08.22 23:49

    87년 대선때야 YS와 누가 낫네 마네 할 때고 85년 총선에서 신민당을 크게 도운 이가 YS였기에 DJ가 양보했어야 했다는 말이 많아서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릇이 다르죠. DJ로서는 훤히 눈에 보였기에 자신이 물러설 수 없었을 겁니다.

  • 09.08.23 03:10

    동감합니다. 그릇이 다르죠..

  • 09.08.24 08:27

    그래도 물러서야 했습니다. 최악을 피하는것도 정치에서 중요하죠

  • 09.08.23 10:51

    알면 알수록 더 반하게 되는 두분이군요..ㅜ.ㅜ

  • 09.08.23 12:43

    김구 장준하 이래로 최고 정치인

  • 09.08.23 13:08

    장준하 씨를 정치인으로 보기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 09.08.23 17:07

    장준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지 정치인은 아니라고 보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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