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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7308
”한재겸!!!“
온통 피로 낭자한 바닥에 그가 만신창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다.
팔다리는 처참하게 찢기고 잘렸으며 얼굴은 못 알아볼 정도로 다쳐서는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몸은 덜 훼손되어 있어 그가 입고 있던 옷을 보고서야 그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네가...‘
뭔가 이상했다. 이제까지 살아남으며 터득한 규칙에 의하면 나의 죽음으로 그를 살릴 수 있었을 터인데..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의 가슴팍을 확 끌어안은 채 펑펑 울기도 잠시,
“이게 뭐지..?”
그의 가슴 부근에 뭔가 결리는 것이 있어 안쪽 주머니를 더듬거리니 구깃구깃해진 종이 몇 장을 발견했다.
혹시 그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까 싶어 접혀진 종이를 펼쳐보니 빽빽하게 글이 쓰여있었다.
to. 재겸에게.
한재겸, 형이다.
네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그러지 않기를 바랐지만, 내가 평소에 귀가 닳도록 얘기했던 그 처음 보는 장소에서 눈을 떴기 때문이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지금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여기 적힌 대로 행동해, 까닥하다가는 뒤지기 십상이니까. 내용 하나하나 제대로 눈에 담아.
네가 눈을 뜬 그곳은 빛과 어둠의 저택이야. 아 명칭은 굳이 외울 필요 없지만, 이름을 들어보니 대충 어떤 느낌인진 알겠지?
눈에 보이는 게 온통 흰색과 검정뿐이라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
이 저택은 총 2층인데 어차피 2층은 지금 막혀있을 테니까 가려고 하진 말고.
너는 지금 1층에 있고, 주위를 잘 둘러보면 너 말고도 아마 한 명이 더 있을 거야.
그 사람 일단 찾아.
멀리 있진 않을 거니까 천천히 찾아도 될 거야.
아, 부디 네가 지금 이 종이를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있는 멍청한 짓거리는 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혼자서 읽고, 규칙서는 끝까지 숨겨야 해. 알겠지?
정확히 나도 어떤 기준으로 또 어떤 이유로 그곳에 가게 되는지는 몰라. 그리고 저택에서 탈출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올수 있는 기간 또한 모두 달라서 정확한 답은 해줄 수 없어.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불행하지만 넌 아마 짧게는 반년, 길게는 3년 동안 그곳에서 헤매야 할 거야.
그래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무조건 탈출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니가 거기 떨어진 이유는 뭔갈 잘못해서가 아니고 그냥 운이 조금 안 좋았던 것뿐이니까, 슬퍼하고 자책할 필요 없어.
네 잘못 하나도 없다.
남자 새끼가 질질 짠다고 해결되는 거 없으니까 눈물 집어넣고 이성적으로 행동해라.
1. 먼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알려주자면 어둠 즉 검은색은 피하고 무조건 흰색으로만 다녀야 해.
이곳에서는 빛이 절대적 선이고, 어둠은 절대적 악이니까.
저택은 비상식적으로 엄청 넓을 텐데, 네가 들어가고 난 후 초반에는 다행히 흰 색인 방이 많아.
문 하나하나 열어보면 그때그때 다를 텐데 안전한 흰색 방을 찾았다면 하루 정도는 머무르면서 잠도 자고 휴식도 취하고 해라.
이틀 이상 있지는 말고, 방도 변하더라.
회색은 괜찮냐 어떻냐 그런 개소리는 하지 말고, 위에 말했듯 이 저택엔 검은색과 흰색밖에 없으니까.
(맥락 파악 좀 해라)
검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라거나 검은색인 물건들,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면 닿지도 말고.
심지어는 흰색 공간에 생기는 그림자에도 닿으면 안 되니까 주의해.
밝은 곳으로만 다녀.
1-1. 저택엔 온통 흰색으로 도배된 방도 있고 검은색인 방도 있어.
위에 이미 말한 내용으로 짐작 가겠지만, 전부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덮여있는 방에 기어들어간다는 건 미친 짓이야.
그 저택 생존자한테 듣기로는 자기랑 같이 다니던 사람이 어쩌다가 들어갔는데 한참을 안 나오더니 나중에 툭 하고 능지처참한 시체 한 구가 나왔다더라. 그 검은 방이 퉤하고 뱉어낸 거 같다나 뭐라나..
어쨌든, 반반 섞여있다거나 그런 방도 있을 텐데 자다가 실수로 팔이라도 검은 부분에 올려놨다가는.... 팔이 통째로 잘릴수도 있으니까 웬만하면 흰색 방 찾아라.
너도 과다출혈이나 쇼크로 뒈지고 싶진 않을 거 아니냐.
1-2. 아, 그리고 손가락 정도의 신체 부위 조금 잃는 건 너무 신경 쓰지 마.
아프기야 존나 아프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되살릴방법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진 말라고.
대신 팔은 몰라도 다리는 꼭 조심해.
계속 돌아다니고 나중엔 도망도 다녀야 하는데 다리 없으면 그냥 뒤진 목숨이니까.
1-3. 검은 부분에 살짝 닿거나 스친다고 해서 바로 그 부분 잘리거나 그런 건 아니고 한 3초 정도는 괜찮더라. (그 이상은 장담 못 해.)
조심은 해야겠지만 너무 호들갑 떨진 말라고.
니가 이거 읽고 겁먹어서 네 몸에 있는 검은색 부분 모두 도려내겠다고 지랄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 말해두는 거야.
이런얘기 말해주면 몇몇 예민한 새끼들은 갑자기 칼 들고 난리 치더라.
어차피 니 몸 일부분은 이미 너한테 동화되어서 상관없으니까 개지랄 떨지 말고. 저택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이입돼서 어둠에 대한 공포가 점점 증식할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어. 버텨야 된다.
2.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너랑 동행하는 그 사람한테 네가 가진 규칙서는 언급하지 말 돼, 그 사람 죽지 않게 네가 잘 챙겨주고 같이 버텨.
그 사람이 너에게 의지하면서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된다.
만약 동행자가 여자라면 네가 마치 그녀를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란 말이야, 그 여자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굴라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하냐 할 수도 있는데 이따가 끝에 이유 말해줄 테니까 걍 닥치고 계속 읽어. 보채지 말고.
3. 어두운 부분에서 가끔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을 수 있는데, 너에게 해를 끼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해.
대신 아까 말했던 2번 항목처럼, 누가 쳐다보는 것 같으면 더더욱 그녀를 사랑하는 척해.
니가 그 사람을 진짜로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겉으로는 그런 척하라고.
어둠 속에 사는 그것들은 이런 진부하고 절절한 사랑 얘기를 좋아하니까, 네가 마지막에 탈출하는 그 순간이 더 쉬워질거야.
아 그리고 이건 조언인데, 가능하면 진짜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길 바라. 정도 너무 붙이지 말고.
사랑하는 척을 하랬지 진짜 거기 가서 아련한 사랑놀이나 하고 앉아있으면 답 없어.
4. 이런 경우는 드물긴 한데 어두운 공간에서 가끔 인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은 아닌 것들이 기어 나올 수도 있거든?
그새끼들 처음 보면 겁먹어서 몸 굳고 막 덜덜 떨리고 그럴 수도 있는데 최대한 소리는 지르지 마라.
네가 그들에게 겁먹었다는 걸 들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니까.
너한테 와서 말 걸면 그냥 적당히 대꾸해 줘. 대신 정중하게 대해야 된다.
그 자식들이 말한다고 해도 영유아 수준의 어휘력을 구사하거나, 조현병 환자들같이 맥락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할 거야.
걔네들은 아직 언어체계가 잘 잡히지 않았거든.
그거 듣고 또 소름 끼쳐서 가까이서 무섭다고 티 풀풀내지 말고, 어차피 니가 적당한 리액션만 해줘도 만족하고 돌아서니까 듣지 말고 그냥 흘려.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더라.
4-1. 어둠 속에서는 저런 인간 형체를 한 놈들뿐만 아니라 검은 벌레 같은것도 때때로 나오는데 징그럽다고 밟아 죽이거나 그러진 마.
그냥 걔네 가는 길 비켜줘. 그러면 그냥 자기들 갈 길 가니까.
니가 밟아서 터지면 그 검은 피 신발이든 바지든 뭍을 거고 그 새끼들은 그거 보면 눈깔 돌아간다.
이 새끼들은 벌레 주제에(벌레가 맞긴 한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의리는 있어가지고 죽기 살기로 너한테 덤빈다고.
한두 마리 정도야 어떻게 처리하겠지만, 수백 마리가 덤비면....X발..상상도 하기 싫다.
걔네는 생각보다 개체 수가 엄청 많으니까, 적어 보인다고 방심하지 마라.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많은 놈들이 우글거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그나마 우리한테 별 관심 없는걸 다행으로 여겨.
5. 거기 있는 이상 아무리 굶어도 아사하진 않을 거고, 물 안 마셔도 탈수증상으로 죽진 않아.
다만 그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허기진 상태로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
이래저래 체력관리가 중요한데 탈진해서 누워있으면 불리하니까.
복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커다란 방도 보일 텐데 그 방문 열면 커다란 식탁 하나랑 의자들이 몇 개 보일 거야.
먼저 그 방 가구들, 바닥, 천장 모두 흰색인지 확인하고 괜찮으면 들어가서 앉아.
음식들도 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일 텐데, 뭘 먹어야 하는지는 알겠지?(모르겠으면 그냥 뒤져라, 산소 아깝다.)
평범한 음식 색이랑 달라서 살짝 식욕이 떨어지겠지만 맛은 똑같으니까 그냥 눈 딱 감고 먹어. 그것도 나중엔 적응돼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
동행자도 같이 챙겨주면서 염장 좀 떨어주면 더 좋고.
왜 너 잘하는 거 있잖아. 막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이런 거.
그녀에게 애정을 주는 걸 매일매일 습관화해.
왜 계속 얘기하나 싶겠지만 중요하니까 강조하는 거다. 띨빵한 새끼야.
자꾸 말해줘야 니가 아차 싶어서 뭐라도 할 거 아니냐.
5-1. 혹시라도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라면 그게 하얗든 어떻든 간에 그냥 손도 대지 마라.
저번에 그거 먹으려다가 골로 갈 뻔했으니까.
겉은 흰색이어도 반 갈라보면 안엔 온통 검은색이다.
진짜 X발새끼들 별 지랄을 다해요 지랄을.
안 그래도 신경 쓸 거 투성인데 어떻게든 한 번 낚아보려고..개새끼들..
윽, 그때 생각하니까 아직도 오한이 도네.
내가 말해줬으니까 너는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 알겠냐?
내용 안 적어놨다간 신기하다고 한 입 처먹고 저세상 갈까 봐 굳이 굳이 써놓는다.
5-2. 만약,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혹여 실수로든 자의로든 검은색이 체내로 들어가게 된다면... 어둠이 순식간에 네 몸을 장악할 거야.
그럼 그냥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테니까..유리조각 같은 거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그냥 목 긋고 죽어라.
더 나은 방법 따윈 없으니까 괜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지 말고, 어차피 소용없어.
이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자만하지 말고 혹시 모르니 항상 대비해야 해.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니까.
종이 간수 잘 하고 자주 읽으라고. 너 대가리 빠가인거 너도 알잖냐.
6. 여긴 시계가 없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곧 탈출할 때가 다 되어가면 저택은 더더 위험해질 거야.
어둠 속에서 가끔 나오던 그 인간 형체랑 벌레 같은 새끼들이 훨씬 자주 나오게되고, 더 이상한 것들도 돌아다닐걸? (이건밑에 추가해놨어)
그리고 그쯤 되면 완벽하게 흰 색인 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대부분 섞여있거나 아예 검은색인 방이 많아지겠지.
그러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돼.
아 지금쯤이면 그 같이 있는 여자는 니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녀도 너를 사랑하고 있을 수 있지.
내가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다면 말이야.
지금이 연기에 박차를 가할 때야.
더욱 그 여자를 사랑해 줘.
물론 겉으로만.
6-1. 이젠 밤에 그나마 안전한 방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둘 다 편안하게 잘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
무조건 한명이 잘 때 다른 한 명이 망을 봐줘야 된다.
이제 그들은 너네를 더 많이, 더 자주 지켜보고는 둘 다 방심하는 그 순간을 노리려고 하겠지.
원래 열렬한 사랑엔 방해물이 필수적이라나 뭐라나.. 그 미친놈들..
이럴 때일수록 그녀를 더 위하고 같이 곤경을 헤쳐나가는 것처럼 행동해야 돼.
7. 둘 중 한명이 잠에 들면 다음 말하는 우산 소녀, 천사, 검은 재앙 셋 중 하나가 근처를 돌아다닐 테니까 잘 읽어보고 대처해라.
7-1. 먼저 복도에 물에 흠뻑 젖은 장화가 질퍽질퍽하고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면 그건 우산 소녀야.
이름만 소녀지 모습을 보면 진득진득해 보이는 검은 액체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흐르고 있어. (약간 초코 분수..같은 느낌)
그 검은 물은 머리에서부터 떨어지는데 이 새끼는 좀 모자른지 우산 쓰고 걸으면서 검은 액체를 질질 흘리고 다니더라.
그래도, 셋 중 가장 안전한 애야.
그냥 복도 걸어 다니면서 검은색 묻히고 다니는 게 다니까 얘를 봤다면 안심해도 괜찮아.
다음날 다시 복도 지나갈 때 걔가 흘린 거 밟거나 묻지만 않게 조심하면 된다.
7-2. 네가 운이 나름 좋은 편이라면 천사를 만나게 될 거야.
이 자식들은 이름과 다르게 엄청 피곤한 작자들인데..
솔직히 이름만 천사지 생김새 하며 하는 짓 하며 다 악마 같은 놈들이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시선들도 나 얘네가 너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그랬던 거거든.
그래도 니가 앞서서 그 여자랑 세기의 사랑을 하는 연기를 했다면 너에게 이상하게도 호의적일 거야.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척하라 했던 첫번째 이유야.
(첫 번째라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단 뜻이겠지?)
걔네들이 찾아오면 둘 중 깨어있는 사람에게 옆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뭐 그런 것들을 물어볼거야.
왠진 모르겠는데 그 자식들은 사랑 이야기에 환장하거든.
너한테 물어본다면 적당히 그들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랑에 빠져버린 순수한 소년처럼, 니가 그 여자를 사랑한다며 구구절절 떠들면 돼.
아 혹시나 연기인 걸 알아차리면 엄청 분노하면서 그 자리에서 걔네가 니 목을 반대로 돌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절대 들키진 말고.
네가 한 5시간 정도 그들이 만족할 만한 사랑 얘기를 해주면 만족하고는 돌아간다.
위험한 편은 아니지만 엄청 피곤한 작자들이지.
7-3. 만약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까마귀 몇 마리가 너네 머리 위에서 빙빙 돈다면....그건 아주 ㅈ비슷한 게 돼버렸다는 뜻이다..
당장 옆에 있는 동행자 깨워서, 니가 만약 자고 있다면 미리 그 여자한테 너 깨우라고 해서 당장 그 방에서 벗어나야 돼.
그 까마귀는 검은 재앙 하수인인데 계속 머리 위를 맴돌면서 너네 위치를 알려줄 거야.
딱 그 방을 나온 순간부터 죽음의 술래잡기가 시작되는 거지.
검은 재앙은 3M 정도에 팔다리가 엄청 길고 온통 검은색이라 눈, 코, 입은 찾아보기도 힘들어.
근데 그 새끼한테 잡히잖아?
그럼 작았던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는 널 통째로 잡아먹을 거야.
엄청나게 많은 이빨로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고.
X발..진짜 피 튀기고 뼈 갈리는 소리 들리고...욱...
나도 모르고 싶었어.
여기까지 와놓고 허무하게 뒤지기 싫으면 까마귀 본 순간 죽을힘을 다해서 도망쳐라.
다행히 그새끼, 우리가 걷는 것보다 빠르진 않더라.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으니까 그냥 생각하지 말고 뛰어.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는 거야.
아 참고로 니가 진짜 위험해도 그 여자를 떠밀거나 죽게 놔두면 안 돼.
그 천사 놈들(천사라고 부르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계속 보고 있을 텐데 그거 보면 자기들한테 거짓말한 거 알아차리고 니 목 꺾는다.
8. 이렇게 몇 주 정도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막혀있던 계단이 올라갈 수 있게 개방되는 순간이 올 거야. 여기까지 왔다면 정말 다 왔어.
탈출이 이제 눈앞이야. 그래도 안심하거나 긴장 놓지는 마.
그리고 곧 탈출할 수 있다는 건 너만 알고 있으니까 괜히 그 여자 앞에서 헤실헤실 웃으면서 의심살 짓 하지 말고.
8-1. 계단이 개방되면 그냥 올라가면 돼.
아마 그냥 흰색 카펫 같은 거 깔려있고 주변엔 환한 전등이 배치되어 있을 거니까. 둘이서 손잡고 올라가.
아 주의할 점이 있어.
만약 계단이 개방됐는데 검은색으로 도배돼있다?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지?
괜히 계단은 괜찮니 어쩌니 하면서 들어갔다가 지금까지 노력한 거 다 허사로 만들지 말고 하라는 대로 좀 해라 알겠냐?
검은색 계단은 몇 주 지나면 알아서 흰색 계단으로 바뀌니까 성급하게 올라갈 생각 말고 바뀔 때까지 기다려라.
9. 계단을 올라가면 딸랑 방 하나만 있을 거야.
일단 거기 들어가.
아 그리고 방에 들어가면 이제까지 느껴졌던 시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따가운 느낌이 이곳저곳에서 느껴질 텐데 그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가 드라마 마지막 회 집중해서 보는 것처럼 걔네도 너네를 그렇게 보는 거니까.
들어가면 그 안에 네모난 문이 2개가 있거든?
온통 새까만 문이랑 온통 새하얀 문.
중간에 테이블 위에 고급스러운 봉투가 놓여있을 텐데, 먼저 그걸 열어서 읽어.
내용은 대충 이럴 거야.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아쉽지만 보내드릴 시간이 왔나 보군요.
귀하의 앞에 보이는 두 문 중 한곳으로 들어가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단, 한 입구에 한 명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한 분은 검은색 입구로, 한 분은 하얀색 입구로 나가주시면 됩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인사 올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제까지 잘 살아남았다면 너도 짐작 가겠지만...요약하면 한 명은 죽고 한 명만 산다 이 뜻이지.
망할 개새끼들..사랑 어쩌고 지랄할 땐 언제고 이딴 술수를 부려?
어쨌든 지금부터가 중요하니까 잘 읽어. 앞에 내용보다 몇 배는 중요해.
10. 일단 네가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 너와 동행한 여자 역시 알고 있을 거야.
둘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둘 다 살수 있게 해주려면 같이 갈 수 있게 해주겠지, 굳이 인원 제한을 넣을 이유는 없잖아?
한 명 한 명 따로 나가라고안내하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그 여자도 혼란스러워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겠지.
너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최대한 슬픔을 참는 표정으로 웃어주면서 말해.
니가 검은색 입구로 들어가겠다고.
이왕이면 눈물도 좀 흘리면 더 좋고.
그냥 그녀를 힘껏 안아줘도 돼.
누가 보든 그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희생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듯 그렇게, 지켜보던 모두가 너의 희생에 감동하도록 열연해야 돼.
무슨 유치한 삼류 영화 찍냐고 할 수도 있는데, 지금 너넬 지켜보는 그 새끼들한테 보여주자고 하는 행동이야.
중요하다고.
걔네들 입장에선 지금 이 결말 보려고 이제껏 너네 살려놓은 거란 말이야.
토 달지 말고 그냥 하라는 대로 해라.
너도 니가 보던 드라마가 기승전 잘 끌고 가다가 갑자기 결말 이상하게 마무리하면 빡치잖냐.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모두를 속이고 너 자신까지 속여.
여기와서 이제껏 네가 연기했다는 걸 들킨다면... 아까 언급했던 그 유리조각 쓸 때가 온거니까.
그냥 뒤지는 게 니 신상에 이롭다고.
어쨌든, 그 여자도 너를 사랑하게 됐다면 울고불고 눈물의 이별을 하겠지?
그녀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거야.
자기를 살리겠다며 니가 스스로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게 보이잖아?
너는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그녀에게 너를 사랑하기에 그런 것들은 상관없다며 설득시켜야 해.
절대 초초한 티 내면서 강요한다거나 억지로 밀면 안 돼.
이 입구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고 실토하는 꼴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그녀가 기나긴 시간 끝에 알겠다고 하면, 흰색 입구로 여자를 먼저 보내주고 네가 검은 입구로 들어가라.
아 검은 입구로 들어가면 죽는 거 아니냐고?
그건 걱정하지 마.
이 저택을 만든 새끼들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인 걸 잊지 말라고.
마지막 관문에선 이제까지 겪어왔던 모든 규칙에 반하게, 유일하게 검은색 입구만이 살길이야.
(진짜 X발새끼들)
그 천사 놈들..은 일부러 2사람씩 데려와 저택에서 탈출하게 내버려두고는 이렇게 양자택일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그 선택지의 답이 꽤나 명확한 상황일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즐겨보는 사이코패스 새끼들이니까.
여태껏 내가 시킨 대로 니가 매일같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노래를 불렀다면, 그들은 너와 그녀가 살아서 마지막 관문까지 가기를 원했을 테고 너에게 더 호의적으로 대해 줬을거란 이야기지.
그게 내가 이제까지 그녀를 사랑하는 척하라 했던 이유야.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에 그놈들 덕택에 죽을 위기를 꽤나 많이 넘겼을걸?
어쨌든 네가 그렇게 그녀 대신 죽겠다고 검은 입구로 들어가면 그걸 본 천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솔직히 많이 감동할 거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는 그 숭고함...그들은 네 희생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
그럼, 호의로 네가 잃어버렸던 신체들을 원상복구해 주고는 안전하게 진짜 입구까지 데려다준다고.
정말 니가 마음에 들었다면 오래전 등 뒤에 남은 진한 흉터도 어쩌면 없애줄지도 몰라.
이 저택에서 나갈 수 있는 진짜 출입구에 도달하면.. 아마 그 흰색 입구을 거쳐 나온 여자의 시체가 발밑에서 나뒹굴고 있을 거야..
징그러울 테니까 굳이 자세히 보진 마라.
그거 보고 너무 죄책감 가지거나 할 필요도 없어.
애초에 이러려고 너는 그 여자를 사랑하는 척했던 거니까.
이래서 정은 주지 말라고 한 거라고.
천사가 안내하는 마지막 출입구 열면 우리 집 안이 보일 거야.
문밖으로 나가면 어느 순간 문은 없어지고 너는 안전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지.
여기까지 잘 읽었지?
네가 저 저택에 발 들인 순간부터는 정말 위험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으니까, 내가 써준 이 글들 매일같이 읽으면서 복습해.
니 머리 돌대가리라 한 번에 다 기억 못 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내가 번호까지 달아가면서 설명하잖냐.
내용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정보가 많은 거니까 좋게좋게 생각해라.
외울 거 많다고 생각없이 칭얼대지 말고.
진짜 조심 또 조심해야 돼.
니 옆에 그 여자는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야.
깊게 생각하지 말고, 깊게 마음 주지 말고.
진짜 사랑하지도 마라.
이성적으로 생각해.
찰나의 감정에 못 이겨서는, 멍청한 선택 같은 거 하지 말고.
니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이거뿐이니까.
꼭 안전하게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기다릴게.
from. 사랑하는 형이
이렇게 글은 끝이 났다.
“말도 안 돼....”
조금 전 나와 재겸은 이 쪽지에 나와있는 그대로 검은색 입구와 하얀색 입구를 마주했었다.
나는 이 저택에서 살아남는 동안,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주고 항상 나를 지켜주었던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재겸 또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가끔 재겸이 너무 자세한 정보까지 알고 있는 탓에 정보의 출처가 궁금해질 때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신뢰로 상쇄시키곤 했는데..
이제야 모든 것들이 설명된다.
둘 중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하얀 입구.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는 대신 죽으려고 했다.
어차피 나는 재겸이 없었다면 저택에서 살아남지도,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몸이니까.
그래서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검은 방으로 들어가겠다는 재겸을 순식간에 흰색 방으로 밀어버렸다.
이제 죽은 목숨이겠지만, 그를 위한 죽음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검은 입구로 들어갔는데..
나는 마지막 입구로 안내하며 손짓하는 천사의 모습을 텅 빈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내가 이토록이나 그를 사랑하는 동안, 그는 그저 나를 탈출의 수단으로 보고 철저히 이용하려 했구나.
아,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오늘까지.
그는 날 사랑한 적이 없었다.
첫댓글 이거 무슨 ㅇㅇㅇ이 내게 키스한 이유? 이거랑 글이 너무 비슷한데 글쓴이가 표절한건가? 정확한 제목이 기억안나네 ㅠㅠ
예넥 로하이트가 내게 키스한 이유?
나도 비슷하자고 느끼긴 했는데 나폴리탄 괴담 형식이 비슷비슷해져서..표절까진 아니고 그 글 보고 그런거 쓰고싶어서 써본게 이거 아닐까 싶은..
그거 표절한거 아니냐는 걸로 좀 시끄러웠던듯
근데 원작자가 너그러이 넘어갔대
형은 왜이래 자세히 알아 설계자 같게
진짜 예넥 영향 받은거 같네
와 진짜 흥미돋... 다 정독했어 ㅋㅋㅋ 그런 이유였구나 읽으면서 여자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여자가 살았군 진짜 재밌다.. 마지막엔 남자가 여자 진짜 사랑해서 바꾼건가 했는데;;
존잼이다.. 역시 여자만 남자를 사랑하나봐 희생하려하고
으으 살려고 연기하면서 얼마나 마지막을 기다렸을까..ㅉ
아 샹 난 여자 사랑하지말라고 당부해놓고 지가 사랑에 빠져서 디졋구나 하고 읽어서 눈물 그렁그렁햇네 염~병 그럼 그렇지... 이름 제대로 안본 죄다
진짜 진심인 사람만 살아남는다!!! 좋은 엔딩이야... 맘에들어
아 재밋다 ㅋ 재기염~~ 재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밍 센스
굿다이노 ㅋ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Love wins all …
굳재기~ 행복하세요!
굿다이노!!!
재밌다 남자가 찐사해서 바뀐건줄알았는데 아니었구만
아름다운 결말
해피엔딩이네요 ^^
근데 형은 저거 다 알고 죽은건가 그것도 궁금하네 재밌다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