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세밑
거리엔 자선냄비가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눈에 띈다.
송년 모임도 열리고 있지만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다.
연말이면 누구보다 서글픈 사람들이 의지할 데 없는 불우이웃이다.
경기 침체를 타고 이들을 찾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고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인 이때를 표현하는 말로 '연말' 외에 '세밑' '세모'를 많이 쓴다.
'세밑'은 해를 뜻하는 한자어 '세(歲)'와 순 우리말 '밑' 이 결합한 형태다.
"세모(歲慕)는 해가 저문다는 뜻의 한자어다.
일본에서는 오세보라고 해서 12월 15일을 전후해 주위 사람들에게 지난 1년간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을 보내는 풍속이 있다.
백화점 등도 이때를 맞춰 선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일본 전체가 술렁인다.
추석 때인 오쥬겐과 더불어 1년에 두 번 공식적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행사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 때 세말에 그 지방에 특산물을 스승,친척,친구 등에게
보내는 세의라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세모'라는 단어다.
일본과 달리 우리에겐 원래 익숙한 말이 아니다
'세말' 외에 세종,세저,연종 등의 한자어가 있지만 '세모'는 일본식 한자어라는 얘기다.
국립국어연구원도 '세모'를 우리식으로 '세밑'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왕이면 '세모' 보다 '세밑'으로 쓰는 게 낫다.
그 '세밑'도 끼리끼리 주고 받고 인사하기보다 불우이웃과 따스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중앙일보/배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