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마지막 장면 그 고개길
양평 설ㆍ매ㆍ재
영화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관람객이 1월 31일 현재 850만 명(배급사 집계)을 넘어섰다.
현재 상영 중인데 관람객 숫자로 보면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에 이어 역대 3위가 됐다고 한다.
조선 연산군 때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선 시장통을 뒹굴던 광대패가 뜻하지 않게 궁궐에 머물며
왕과 중신 앞에서 광대놀이를 한다.
이를 위해 스크린에선 궁중과 시장통 등을 실감나게 되살렸다.
영화 속 장면은 실제 어디에서 촬영한 것일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말 나들이 삼아 구경하러 갈 만한 곳들이다.
흙길 이어지는 장쾌한 산비탈, 양평 유명산 ㆍ 대부산
영화는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 그리고 '육ㆍ칠ㆍ팔' 패거리(유해진 등) 등의 광대들이 산속에서
흥겹게 길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광대들이 궁에 들어가기 전에 누리던 무한한 자유를 상징한 것인가.
스크린 속에는 초원 같은 산비탈이 드넓게 펼쳐지고 흙길이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도대체 어디일까, 아직도 저런 곳이 남아 있던가.
'왕의 남자' 의 흙길은 영화 '서편제' 의 길놀이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서편제에서 극중의 소리꾼 부녀가 신명나게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돌담길(전남 완도군 청산도) 말이다.
'서편제' 의 돌담길은 96년에 시멘트로 포장되는 '호사'를 누렸다.
이후 임권택 감독 등 그 길을 흠모했던 사람들이 이를 매우 서운해 한 덕에 길은 2000년에 시멘트 포장을 벗어버리는
기연을 경험했다.
비록 영화에 등장한 200m 구간에 그치긴 했지만, 아쉽게도 길은 지난해 다시 흙 빛깔의 시멘트로 포장됐다.
'왕의 남자' 의 흙길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의 유명산(862m)과 대부산(742m)의 정상 사이에 있었다,
두 멧부리 사이는 직선 거리로 2km 남짓하며 해발 고도가 700m 정도 된다.
특이하게도 바위와 나무가 거의 없으며 고원처럼 경사가 완만하다.
송전탑 같은 인공적 시설물이라곤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일대는 인근 설매재 휴양림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수년 전 고랭지 농사를 위해 개간했던 땅이라 한다.
사정상 농사를 짓지 못하다 보니 초원 같은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왕의 남자' 에 나오는 장면 중 여기서 찍은 것은 마지막 길놀이 장면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몸담던 광대패에서 도망쳐 나온 장생과 공길이 산을 내달리던 장면, 소나무 밑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익살스럽게 '소경 놀이' 를 하던 장면도 이곳에서 찍었다.
소나무(이제 '장생ㆍ공길이 소나무' 로 불러도 좋겠다)는 세 그루 정도가 오붓이 어깨를 겯고
휑한 벌판을 지키고 서 있다.
사방이 트여 상쾌한데 맑은 날 소나무 아래에 서면 남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지형이 이렇다 보니 주말이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올라온다.
소나무 가지 밑에는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추모비가 두엇 누워 있다.
장생과 공길이 산을 뛰어오르던 장면은 지난 6월 말에 찍었다 한다.
당시 이곳은 하얀 개망초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길놀이를 찍던 지난 9월 말에는 가을 억새가 바람을 따라 춤을 췄다.
알고 보니 제법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었다.
드라마 '다모' 의 여형사(하지원)가 이곳을 지나다 땅밑 동굴(동굴은 실제로는여기 없다)에 빠졌고
한성부 좌포도청 사람들이 그녀를 찾기 위해 이곳 산언덕을 누볐다.
또 산적들을 토벌하는 장면도 여기서 촬영했다.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 과 드라마 '서동요' 의 제작진도 여기에서 '큐' 를 외첬다.
저작진들이 어떻게 이곳에 올라와 촬영할 엄두를 냈을까.
방법이 있었다. 대부산과 유명산 자락을 스쳐 지나는 351번 지방도로,
지방도로가 지나는 배내미 고개 정상에서 임도를 다라 줄곧들어오면 된다.
임도는 '왕의 남자' 중 길놀이 장면을 찍었던 구간을 지나 장생ㆍ공길이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닿는다.
왕복 11km 정도다.
흙길은 제법 넓직해 SUV가 능히 들어갈 만하나 평소에는 배너머 고개 쪽의 철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지 못한다.
산행객은 철문 왼편으로 돌아가면 임도를 만날 수 있다.
여행정보 >
■ 서울에서 찾아가는 길 : 양평 방향 6번 국도→옥천 교차로에서 옥천 방향으로 좌회전→
옥천 냉면으로 유명한 옥천면 소재지를 지나친 뒤 351번 지방도로를 따라 직진→
37번 국도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351번 지방도로를 따라 계속 용천 방향으로 진행→
설매재 휴양림 입구 지나치면 배내미 고개 정상.
■ ATV로 둘러보는 촬영지 : 배내미 고개에서 걸어가도 좋지만 ATV(4륜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촬영지에 이르는 임도 입구(배내미 고개 정상)에서부터 ATV를 탄다.
운전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강사가 앞장서 '왕의 남자' 촬영지로 안내해 준다.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되며 참가비는 ATV 배기량에 따라 1인당 4만~5만원.
'왕의 남바' 입장권을 가져 오면 5000원을 깎아준다.
겨울에는 예약제로 운영한다. 문의는 '엑스라이프'(www.x-life.co.kr) 011-796-9901.
# 그 외 의 촬영지는 어디?
영화 속에 등장한 궁궐은 전북 부안영상테마파크(부안군 변산면 격로리)에 있다.
드라마ㆍ영화 등을 유치하기 위해 전라북도와 부안군, KBS 아트비전이 함께 돈을 대 만들었다.
1단계로 왕궁ㆍ양반가ㆍ한방촌ㆍ공방촌ㆍ저잣거리 등을 재현한 촬영세트장 '부안민속촌' 을
지난해 7월 개장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을 이곳에서 찍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왕의 남자' 에서도 궁궐 장면을 전부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테마파크에는 조선후기 궁궐의 전각을 재현해 인정전ㆍ사정전ㆍ교태전 등을 만들어 놓았다.
이 중 사정전에는 연산군과 장녹수의 처소가 만들어졌고 장생 등 광대들이 교태전 안에서
궁연회를 벌였다.
실명한 장생과 공길이 마주보고 마지막으로 이줄을 탄 것은 인정전 앞뜰의 허공이었다.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는 지금 '왕의 남자' 촬영 장면을 전시하는 특별 사진전도 열고 있다.
입장료 어른 5000원, 문의 063-581-0975.
영화 중 연산군과 중신들이 짐승으로 분장한 광대들을 목표물로 모의 사냥을 하던
울창한 대숲은 어디일까.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 안이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때 쌓았는데 성곽이 온전하게 보존된 덕에
관광명소가 됐다.
성내에 소나무가 빽빽하며 그 안에 대숲(맹종죽림)이 울창하다.
입장료 어른 1000원. 고창읍성 관리사무소 063-560-2313.
이외에 영화 첫머리에 반가에서 광대들이 공연하는 장면은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nsc.kofic.or.kr) 내 운당에서,
육갑이 도박을 하는 장면은 종합촬영소 내 취화선 세트장에서 찍었다.
입장료 3000원. 031-57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