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내 위에는 '주문진'이라는 조그만 항구가 있다.
오징어, 멸치, 고등어 등 각종 신선한 해산물이 사시사철 모여드는 곳으로서,
동해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주문진을 꼭 언급하곤 한다.
바다로 인해 크고, 바다로 인해 존재하는 주문진에는 버스터미널도 자리잡고 있다.
항구가 바다로 인해 숨통이 트인다면 버스터미널은 육로로 인해 숨통이 트이는 존재인데,
주문진터미널은 그런 숨통의 폭을 활짝 넓힌 존재이다.
유독 '서울가는 고속버스'가 눈에 잘 밟히는 곳.
규모는 작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는 해내는 터미널인 것 같다.
강릉의 최북단에 위치한 주문진.
새벽이면 오징어잡이 배가 먼 바다에서 환하게 물결치는 곳이다.
터미널에서 내려 남쪽을 바라보니 바다 냄새가 폴폴 풍기는 다리가 가장 눈에 띈다.
반대편에는 끝없이 이어진 도로와 양 옆의 저층 상가들이 눈에 띈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이 아닌 2~3층짜리 건물들로 쫙 깔린 모습이 다소 시원시원한 인상을 풍긴다.
짭짤한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읍내의 한복판에,
'서울가는 고속버스' 간판을 커다랗게 걸어놓은 조그만 공터가 보인다.
일반 차량들도 많이 들어와있지만 엄연히 버스가 정차하는 버스터미널 승차장이다.
간판에 번호를 붙여 구분하는 여타 터미널들과 달리,
주문진에서는 버스가 서는 곳에 '강릉' '동서울' '속초' 등등의 행선지를 써 놓았다.
타려는 버스가 어디로 들어오는지 확인하려고 바닥을 보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상가쪽의 승차장 말고도 건물 뒷편엔 주차장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강릉-양양-속초라인의 한복판에서 이 곳을 종점으로 하는 버스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미 버스가 드나드는 공간을 제외하곤 승용차의 밭으로 변한지 오래인 것 같다.
승용차밭 주차장과 바닥행선지 승차장 사이로, 낡고 오래된 2층짜리 벽돌건물이 하나 있다.
저 곳이 바로 '서울가는 고속버스'로 유명한(?) 주문진 버스터미널 건물이다.
'터미널'이란 이름을 압도해버리는 일부 간판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터미널 건물인지조차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한 듯, 내부는 의외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은은한 색감 덕분에 좁디좁은 대합실도 아기자기해 보이고,
건물 끄트머리에 놓인 2층 계단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비좁은 공간에 매표소는 무려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거진, 간성, 속초, 양양, 강릉 등으로 가는 완행 표는 왼쪽에서,
동서울로 가는 무정차 시외버스(동해운수)의 표는 오른쪽에서 판다.
주문진의 주력 노선은 역시나 양양, 속초 등으로 가는 동해안권 노선이다.
강릉과 속초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시간당 2~4대 간격으로 꽤 자주 드나드는 덕택에,
주문진터미널에선 버스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다만 속초 이북으로는 유동인구가 적어지기 때문에 간성, 거진으로 가는 노선은 다소 적은 편.
고성, 속초, 양양쪽에서 내려오는 모든 노선은 강릉을 경유한다.
말하자면 주문진은 강릉으로 가기 위해 잠시 들리는 관문의 입지라고나 할까.
주문진 자체가 강릉시에 속하기 때문에 좌석버스가 꽤나 자주 다님에도 불구하고,
강릉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가 절찬리에 수시로 운행중인 곳이다.
동해안라인을 제외하고는 딱히 볼 것 없어보이는 곳이지만, 또 한 가지 시선을 끄는 노선이 있다.
'쿠폰 10회 이용시 1회 무료승차'를 외치는 동해고속이,
무려 주문진에서 서울가는 노선을 절찬리에 홍보중이기 때문.
승차장 위에도 대문짝만하게 홍보해놓더니 대합실 곳곳에도 이런 홍보문을 붙여놓은 것이 제대로 눈에 띈다.
주문진 사람들이 강릉터미널로만 몰리는 것을 막으려고 이렇게 구석구석 걸어놓은 것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울가는 노선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홍보해놓은 모습을 보니,
힘없는 작은 터미널이 먹고 살 길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이용객에서 나름대로의 조그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맥시멈님의 글,항상잘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천안에 살고 있지만,,, 요즘 제고향 춘천을 비롯 강원도쪽 터미널들을 소개해 주고 계심에,,, 더 큰 관심이 가게 되네요,,, 건승하십시오,,, ~
시간 순서대로 올리다보니 강원도쪽이 상대적으로 자주 올라오게 되네요. 앞으로는 다른 지역이 올라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십시오~
저도 춘천 소양중학교.성수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춘천에대한 각별한애정을가지고있는사람중하나인데 세상은 정말 좁군요.
오랜만에 글 보게 되어 반갑네요. 예전에 양양에서 강릉갈때 버스가 주문진을 경유 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나네요. 떠나고싶군요 ~
저도 다시 떠나고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
대체 제가 보고 싶은 동네는 언제 오시려는 겁니까!! ㅋㅋ 글 꽤나 기다렸습니다~그래도 예전보다 동해안 완행의 횟수가 줄어들었네요. 그런데 저 주문진-동서울 무정차는 정말 무정차인가요?
님께서 보고 싶은 곳은... 남해안인가요 -_-? ㅋㅋ 정말 오랫만에 글을 올려서 그런지 조금 얼떨떨하네요. 동해안 완행 횟수가 생각보다 적어서 저도 조금 놀랐더랬죠. 아마 주문진-동서울은 무정차와 강릉경유가 공존하는걸로 알고있는데, 저기에 나온 버스들은 무정차로만 운행하는 버스들일겁니다.
강릉터미널 기행후 아주 오랫만에 맥시멈님님 글 잘보았습니다 건승하십시요
정말 오랫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렸네요... 다음 지역은 어디가 될지 기대되네요...^^
주문진과는 거의 연관이 없는 곳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같은 강릉이여두 분위기가 틀리군요.. 버스쿠폰제도.. 제가 자주타는 금호고속에도 도입됬음 합니다(서울-대전간 금호우등 주로이용)... 그러고 보면 동서울-동해안은 거의가 동해고속이 점유한듯 합니다.(하긴.. 대전도 구간은 모르지만 들어온다 하니까여)
대전-강릉-동해-삼척노선으로 서울고속과 운행을 하고 있어요.
동해고속이 동해안권에서 동서울가는 노선 거의 대부분을 잡았죠. 자세한건 잘 모르겠지만 동해고속이 영동을 대표하는 강릉시의 업체라는 점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
터미널 사거리(? 오거리?) 지나다보니 '서울가는고속버스' 노란 간판이 눈에 확 띄더군요 ^^
무엇보다도 눈에 잘 들어오는 문구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