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휘 숙휴 진목공 배위 숙부인 흥해배씨 -- 불사이군 고려망조에 충성을 다한 절의파 집안의 따님

[주원(周遠)]

인재공의 둘째며느리가 되시며 휘 숙휴 (叔畦)  진목공 (晋牧公=진주목사공, 晋州牧使公)의 배위가 되시는 숙부인 (淑夫人)  흥해배씨  (興海裵氏)는  총랑 (摠郎, 정4품) 을 지낸 배상경 (裵尙絅)의 따님이요,  군부판서  (軍簿判書,  정2품)를 지낸  흥해군 (興海君)  배전 (裵詮;  혹은 배전, 裴佺)의 손녀이십니다.  숙부인은 당대 명문가에서 곱게 자란 귀한 따님이셨습니다.

[역사적 고찰 하나:

숙부인의 진외증조부 (陳外曾祖父;  할머님의 친정아버지= 아버지의 외조부)되시는 분이  삼중대광  판삼사사 (三重大匡  判三司事,  종1품 ) 벼슬을 지낸 복천부원군 (福川府院君)  정평공 (靖平公)  손홍량 (孫洪亮; 1287, 충렬왕 13 ~1379, 우왕 5)인데  일직손씨 (一直 孫氏)의 시조가 되시는 분입니다. 숙부인의 조모되시는 타양군부인 (陀陽郡夫人) 일직손씨는  정평공의 2남 2녀중 장녀 (長女)가 되십니다.  숙부인의 이모되시는 정평공의  차녀는  통례문 부사 (通禮門副使) 경주인 (慶州人) 김오 (金珸)에게 출가하였습니다.

정평공 손홍량은 경북 안동 일직의 타양서원 (陁陽書院)에  김자수 (金自粹),  류중엄 (柳仲淹 )과 함께 위폐 (僞幣)가  배향(配享 )된 출중 (出衆)한 인물인데,  충선왕 (忠宣王)때 문과에 급제한 뒤 여러 요직을 거쳐 6조 (충렬-충선-충숙-충혜-충목-충정)를 섬겼으며, 65세되는 1351년에  치사 (致仕 = 정년퇴직) 하였습니다.

정평공이 20여세때쯤에 손수 심었다는 안동 일직 송리동의 수령 680년정도의 은행나무. 경북기념물 44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있음.

1361 (공민왕 11)년 말 추운 겨울에  홍건적의 난 (=紅巾賊之亂)으로 공민왕 (恭愍王)과 노국대장공주 (魯國大長公主眞)및 왕과 왕비를 호종 (扈從)하는 목은선조 (牧隱先祖) 일행이 복주 (福州 : 지금의 안동)로 피난할 때 정평공은 중도 (中道)에서 평복 (平服)으로 왕을 맞았습니다.  그때 왕이 탄 수레앞에 나아가 절을 하며 왕에게 인사하니, 공민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그대는 진실로 일직 (一直) 사람이로구나!” 하였다 합니다. 정평공과 그 식솔 (食率)들이 물심양면 (物心兩面)으로 몽진 (蒙塵)한 공민왕 일행을 잘 보살폈을것이라는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이 일로 공민왕과 호종공신들은 정평공의 충성심에 크게 감하하고 왕은 공의 노고를 높이 치하 (致賀)하였습니다.  공민왕 일행은 1362년 2월까지 안동에서 전세가 역전되기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2년후인 1364년에 난 (亂)의 평정 (平定)을 축하하기 위해 개경 (開京)에서 열린 연회 (宴會)에 참석하여 공민왕에게 하례 (賀禮)하였는데,  그때 왕이 나이가 들수록 깊어가는 공의 충직함에 더 기뻐하며 궤장 (几杖= 안석, 案席)을 하사하고 왕이 손수  정평공의  초상화 (=영정, 影幀)을 그려 주었다 합니다. 이때 공민왕이 공의 두 아들 밀직좌대언 (密直左代言)  손득수 (孫得壽),  전공판서 (典工判書) 겸 진현관 (進賢舘) 대제학( 大提學)  손득령 (孫得齡)에게 말하기를, “자네들도 나를 따르겠는가? ” 하였다 합니다.  이때  왕이 정평공에게 구절산호용장  (九節珊瑚龍杖; 용을 아로새긴 아홉 마디의 산호 지팡이) 지팡이를 내려주며, “자식이 지팡이 보다는 나을것이나 그래도 그대는 지팡이를 의지하여 고향에 내려감이 어떻겠는가?” 하였다 합니다. 그리고 두 아들들에게 명하기를 공의 날개가 되어 편히 모셔 나아가라 하였습니다.

[참고: 공의 장남 손득수는 고려가 망하자 자취를 감췄다하고  차남 손득령 역시 끝끝내 절의를 지키며 조선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 목은선조 및 익재 (益齋) 이제현 (李齊賢) 선생,  초은 (樵隱) 이인복 (李仁復) 선생등 당대의 석학들이 치시 (致時)를 지어주며 공을 전송하였습니다. 공민왕이 정평공에게 하사한 지팡이는 오늘날 전해지지 않지만 초상화는 남아있고 이 초상화에 대하여서는 박팽년 (朴彭年;1417~1456)이  1444년에  쓴 진권서 (眞券序) 등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의 부인되시는 분, 즉 숙부인의 진외증조모되시는 분이 타양군부인 (陀陽郡夫人) 양성이씨 (陽城李氏) 인데,  첨의평리 (僉議評理) 개성윤 (開城尹)을 지낸 양성군 (陽城君) 이천 (李梴)의 따님이셨습니다. 양성군 이천은 바로 휘 종학 (種學) 인재공 (麟齋公)의 장인되시는 문하시중 (門下侍中) 이춘부 (李春富)의 조부가 되시는 분입니다.  양성군 이천의 장남이 “사나이”의 어원이 된 이나해 (李那海;  임금에게 하사받은 이름. 원래 이름은 이수방, 李守邦)이셨고 이나해 선생의 장남이 이춘부이셨던것입니다.  문하시중 이춘부 선생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고모께서 일직손씨집안에 출가하여 난 2남2녀중  장녀, 즉 자신의  고종사촌이 나중에 흥해배씨 집안에 출가하여 본 손녀딸, 즉 자신에게는   내재종손 (內再從孫)/ 6촌 손녀딸이  이춘부 선생 자신의 외손자 며느리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숙부인과 진목공은 무촌 (無寸)의 부부관계이면서도 혼인전엔 8촌 친척관계 (親戚關係 )에 놓여있기도하였습니다.

정평공은 만년 (晩年)을 고향 일직에서 목은 선조, 익재선생등과 교유하며  시작 (詩昨)등으로 소일하시다가  천수 (天壽)를 누리시며  향년 (享年) 93세에 서거하셨습니다. ]

숙부인의 조부되신 흥해군 배전 (~ 1361,  공민왕 10)은 훌륭했던 본인의 장인어른에 반해  고려말 충숙-충혜-충목대의 대표적인 간신 (幹臣)중 한 명으로 혹평 (酷評)을 받는 인물인데,  흥해배씨의 득관조 (得貫祖)가 되는 분입니다.  공이 흥해군에 봉 (封) 해진 까닭에 후손들이 경주배씨에서 분적하여 관향 (貫鄕)을 흥해 (興海; 현 경북 포항시 북구 지역)로 삼았습니다. 공의 처가가 안동인 까닭에 나중에 공은 안동으로 이가 (移家)하였다 하고 이 연유로  안동 흥해배씨의 입향조 (入鄕祖)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흥해군 배전은 밀직사사 (密直司事), 전리판서 (典理判書),  평양윤(平壤尹) 등을 지낸 배영지 (裵榮至)와 검교대장 (檢校大將)을 지낸 지원 (池遠)의 따님 충주지씨 (忠州池氏)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모친이신 충주지씨는 궁의 노비 (=궁비, 宮婢 )였다고 전해집니다.

충혜왕은 희대 (稀代)의 패륜아 (悖倫兒)로 조선시대의 폭군 연산군 (燕山君)에 그 악행이 비교되기도 하는데, 자기의 어머니뻘인 부친  충숙왕의  제 3비인 경화공주 (慶華公主)와 제 4비인 수비권씨 (壽妃權氏)를 겁탈하였다고 익히 알고 있습니다. 수비권씨는 휘 종덕 (鍾德) 문양공 (文襄公) 의 배위되신 정경부인 진주류씨의  이모님이 되시는 분인데 자신의 아들뻘에게 겁탈당한 수치심으로 어린나이에 세상을 뜨신 비운의 여인입니다. 충혜왕은 이 뿐만이 아니라 과부가 된 자신의 외숙모, 즉  외삼촌 홍융 (洪戎)의 처 황씨(黃氏)도 욕보였습니다. 자신의 골육도 상관치 않던 금수 (禽獸)만도 못한 자라 대신들과 백성들의 아녀자 (兒女子)들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얼굴이 반반하다면 닥치는데로 누구의 처든 딸이든 가리지 않고 강제로 욕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흥해군 배전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이 기회를 노려 충혜왕은 흥해군의 처를 범 (犯)하였다 하고 흥해군의 처제 (妻弟)되는 김오의 처 또한 범하여 남편을 버젓이 둔 자매 둘을  강간 (強姦)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실록에 실린 충혜왕의 포악한 강간 건수들은 적잖은데, 기록되지 않은 그 밖의 사건들까지 합치면 그 수가 상당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나중에 충혜와은 원나라에 압송되어 유배지로 쫓겨나는데,  30세의 나이에 죽습니다. 독살에 의한 죽음으로 보는 역사학자들이 많으며, 충혜왕의 부고 소식을 들은 고려의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였고 이제야 갱생의 때가 다시 왔다하였다 합니다.

여하튼 충혜왕 (忠惠王)의 총애 (寵愛)를 받아 흥해군은 충혜왕조에는 여러 관직 (官職)을 두루 거친 후에1339 (충숙 8)년 8월에 역신 (逆神) 조적 (曺頔)이 천여명의 반란군 (反乱軍)을 거느리고  난을 일으키자  충숙왕을 모시고 호종 (扈從)하는데 큰 공을 세워 익대좌명공신 (翊戴佐命功臣)에 봉해졌고 삼중대광 첨의평리(三重大匡 僉議評理)가 되었으며,  흥해군에 봉해지게 되었습니다. 조적이 난을 일으키게 된 배경엔 충혜왕이 욕보인 경화공주의 복수심이 일조 (一助)를 하였습니다.

 흥해군은 1342년 6월에는 군부판서(軍簿判書)로 승진하며 일등공신(一等功臣) 이 되어 도형벽상공신(圖形壁上功臣)에 봉작되었습니다. 이때 공의 부모되신 밀직사사 배영지와 타양군부인 충주지씨  (=숙부인의  증조부모님)및 부인되신 타양군부인 일직손씨 (=숙부인의 조모님)에게는 삼등작 (三等爵)이 내려졌고 공(公)의 장남(長男)되신 =숙부인의 백부님) 배상도 (裵尙度)에게 칠품직 (七品職)을 제수(除授)하였습니다. 또한 급전백결 (給田百結) 과 노비 십구 (十口)를 하사받았다고 합니다.

1346년에  도첨의참리 (都僉議參理)  최유 (崔濡; 본관 해주, 海州. 몽고 이름은 티무르부카 , 帖木兒不花)가  총목왕 (忠穆王)  왕위옹립 (王位擁立)에  자기보다 공이 많은 사람이 없음을 자부하고 벼슬에 불평을 품어,  흥해군 및 민사평 (閔思平; 조카되는 여흥부원군, 驪興府院君, 민제, 閔霽는  태조 이방원의 장인이 됨)과 대립한 적이 있었습니다.

흥해군 배전이 불평을 늘어늫는 최유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육재 (六宰)가 된 것은 내가 천거했기 때문이다.”  하였더니, 최유는 발끈 화를 내면서,

“내가 그대 힘을 입었단 말이냐?” 하고는 주먹질로  흥해군을 때리며  욕보였습니다.

또  최유가 충목왕에게 말하기를,  

“왕을 도와 옹립한 공이 신보다 큰 자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도첨의 (知都僉議, 종2품)에서 겨우 참리 (參理), 정2품)로 승진하였을 뿐입니다. 윤시우 (尹時遇)는 무슨 공이 있다고 밀직부사 (密直府事)에서 삼재 (三宰)로 임명되었습니까?  그 아버지 윤신계 (尹莘係)와 숙부 안숙 (安淑)이 모두 일찍이 삼재가 되었으니, 삼재가 어찌 그들의 가전 (家傳)의 관직입니까?” 하였다 합니다.

민사평 (閔思平)이 꾸짖으며 말하기를,

“너는 초노 (抄奴)의 후손으로 육재 (六宰)만으로도 너에게는 최상이어늘 어찌 만족을 알지 못하는가?” 하였는데,  최유가 노하여 민사평도 때렸습니다. 왕이 결국에 최유에게 화를 냈지만 내치지는 못하였다합니다.

민사평 (閔思平)이 최유와 서로 싸워 맞은것에 분해하여 소유(所由)를 보내어 최유 집의 계집종을 붙잡아 왔었는데,  최유가 자기 종을 시켜 소유를 때리고 계집종을 빼앗아 갔다 합니다. 감찰사 (監察司)와 도첨의사 (都僉議司)에서도 이것으로 인해 최유를 탄핵하였습니다.  나중에 아우 판도판서 (版圖判書) 최원 (崔源)과 함께 원나라로 도망하였습니다.

이 당시에 윤시우 (尹時遇;  충목왕은 충혜왕 (忠惠王)과 덕녕공주 (德寧公主)의  아들이었으며, 윤시우는 충혜왕의 비인 희비윤씨 (禧妃尹氏)와는 내외종간의 왕실외척. 충목왕은 8살에 왕위에 올라 12살에 병으로 죽었는데 이때 덕녕공주와 충정왕의 생모인 희빈윤씨를 싸고 간신과 외척들이 설쳤다 함)는 왕의 측근에 있으면서 정권을 휘둘렀다 하고 그를 사람들이 윤왕 (尹王)이라 지목하였다 합니다.  흥해군 배전도 공주궁 (公主宮)에 있으면서 덕녕공주의 총애를 받아 옛날과 다름없이 권력을 쥐고 비행을 일삼았다 합니다. 벼슬 청탁 (請託)하는 자들이 모두 윤시우에게 붙지 않으면 반드시 흥해군 배전에게 빌붙었다고 합니다. 조부 흥해군은1351(공민왕 1)년에 공민왕이 즉위하며 익재 이제현(李齊賢) 선생이 권성(權省)이 되자 행성옥(行省獄)에 갇혔으나 공민왕이 흥해군을 석방하였고 이로 인해 백성들의 비난을 받았다 합니다.  

최유는 원나라로 도망간 뒤 원나라의 권세를 업고 여러모로 고려 조정을 소란케하며 그의 악행이 극에 달했는데,  고려조정에 불만을 품고있던 기황후 (奇皇后) 을 충동하기도 하고 고려를 침략하였다가  도순무사 (都巡撫使) 최영(崔瑩) 및 이성계 (李成桂)에게 크게 패한적도 있었습니다. 재차 고려를 침략하려고 원조정에 원정군을 신청하였는데 결국 원나라의 감찰어사 (監察御史) 유련 (紐憐) 등이 그의 간사하고 황만함을 폭로하여 원정군을 정지할 것을 간언하였습니다. 원제 (元帝)가 이를 받아들여 그를 잡아서 칼을 씌워 고려로 돌려보내니 마침내 본국 고려에서 사형에 처하여졌습니다.

충신 (忠臣)과 간신의 이분법적 (二分法的) 구별은 시대와 관점에 따라 모호한 때가 적잖고 또 그 차이는 종이 한 장정도일뿐이라는 말이 맞는듯, 아이러니하게 반면에 흥해군 배전의 아들 넷은 모두 기개 (氣槪)가 높고 고려조에 끝까지 충성을 다한 절의파 (節義派)의 인물들로  역사속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죽주 (申叔舟)의 말따나, “…썩은 풀엔 빛이 없지만 그 곳에서 나온 반딧불은 여름밤을 빛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란 구절이 맞는가 봅니다.

숙부인의 친정아버지 총랑 배상경은 흥해군의 2남 (=중남, 仲男)이신데 공민왕때에 문과 (文科)에 급제 (及第)하여 출사 (出仕)하였다는 기록만 있을뿐 아쉽게도 다른 어떠한 사적 (寺蹟)이 전혀 전해져 내려져 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의 형제들처럼 학식 (學識)과 인품 (人品)을 두루 갖춘 훌륭한 분이 아니셨겠나 추측할 따름입니다.

숙부인의 백부되신 배상도 선생은 일찌기 목은선조의 제자로서 공민왕때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중현대부 보문각 직제학  (中顯大夫  寶文閣  直提學) 에 이르렀습니다. 허나 그때  정국 (政局)이 혼란 (混亂) 해지므로  치사 (致仕)하고  그 후론 두문불출 (杜門不出)하였다 합니다. 선생의 후대에서 나중에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숙부되신 백죽당 (栢竹堂) 배상지 (裵尙志) 선생 또한 목은선조의 제자였는데 음사 (蔭仕)로 벼슬길에 나아가  벼슬이 판사복시사 (判司僕寺事)에 이르렀습니다. 고려가 망하자 비분강개 (悲憤慷慨)하여 벼슬을 단념하고  두문동 (杜門洞)에 다른 71현과 들어가 살았는데 이씨왕조의 박해가 심해 결국 외조부 정평공 손홍량을 생각하며 안동으로 낙향하였다 합니다.  금계촌 (金溪村, 현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으로 옮겨가 집을 짓고 살았다 하고, 두문동72현으로 후세에 추앙받았던 인물입니다.  목은집 (牧隱集)에 실린 시 “유증선생형직학공 (有贈先生兄直學公)”에  선생의 학문 연원이 잘 나타나 있으며 시집 한 권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애석하게 전하지 않습니다.

백죽당 선생은 집 주위에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꿋꿋한 절개를 보여주는 잣나무와 대나무를 심어 자신의 뜻을 나타내었고 그 집을 백죽당 (栢竹堂)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선생의 닉네임이 되었습니다.  조선이 건국된 후, 여러 차례 출사의 명이 내려졌으나 자신의 뜻을 그대로 지켜 나갔으며 은거 중 금오산 (金烏山)에 숨어 살던 야은 (冶隱)  길재 (吉再)와 교유하였습니다.  아들 넷을 두셨으며,  공의 자제들이 모두 뜻을 돈독히 하고 학문에 힘써서 문아 (文雅)로 세상에 이름이 남겨져 “배문 (裵文)”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배문남무 (裵文南武)"라는 말이 이때 생겨났는데, 흥해배씨집안은 문학으로 이름이 높았고 흥해배씨집안과 인척관계에 있던 영양남씨 (英陽南氏) 집안은 무과에 합격자가 많이 나오게되어 생겨난 말입니다. 백죽당 선생집안에서는 모두 여섯 명의 아들들과 손자들이 과거에 합격하게 됩니다. 비록 백죽당 선생 본인은 조선 정부에 협력하지 않고자 했지만, 선생의 후손들은 조선의 중앙과 지방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죽당 선생과 아드님들 (=숙부인의 사촌형제들)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전해져 내려져 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께서 한 번은 둘째, 세째, 네째 아드님들을 죽림사 (竹林寺)란 절에 글공부하라고 보내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한동안 자제분들로부터 아무 기별이 없자 궁금하신 백죽당 선생은 마침내 죽림사를 직접 찾아가시기에 이릅니다. 근데, 이때 세 자제분들은 여가를 즐기려 마침 기녀 (妓女)까지 불러서 한바탕 흥겹게 술판을 벌이고 있었던 때입니다.  갑작스러운 부친의 방문에 자제분들은 엄청 놀라며 당황했고 얼른 기생을 이불에 감싸 방구석에 밀쳐두고 선생을 맞았습니다. 이때 선생은 아드님들에게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잠시 않으셨다가 시 한수를 쓰시고 그것을 벽에 붙히시고는  자리를 뜨셨다고 하는데 그 시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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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배일배부일배 (一裵一裵復一裵)/

삼배회처춘풍회 (三裵會處春風廻)/

명시죽림비단죽 (名是竹林非但竹)/

죽림심처도화개 (竹林深處桃花開)"

나중에 세 자제분들은 크게 깨닫고 더욱 학문에 정진해 제일 큰 형님처럼 모두 문과에 급제하였다는 일화입니다.

퇴계선생 (退溪先生)이 탄생하기 전 이렇다할 큰 인물이 배출되지 않았던 안동에서 흥해배씨,  특히 백죽당선생의 가계는 조선초에 명문가로 자리잡았던 것이며, 안동의 흥해배씨는 백죽당선생에게로부터 내려온 후손들이 많습니다.

사가정 (四佳亭) 서거정 (徐居正) 선생의 시에서,

“…출처는 분명하여 전현과 같이 고매하고/ 천 수나 되는 시편은 몇 대나 전했던고/ 백죽은 이미 시들고 경치는 오래되었건만/ 풍류와 높은 운치는 아직도 어렴풋이 남아있네.”라며 선생을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서애 (西厓) 류성룡  (柳成龍) 선생 또한 선생을 “백죽당선생실기 (栢竹堂先生實記)”에서 높은 절개와 원대한 식견을 가진 인물로 칭찬하였는데,  “선생이 야은 길재 선생과 더불어 도의로 사귀고, 고려가 망함에 모두 절의로 항거하며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으며, 또 창수 (唱酬)한  많은 작품이 “야은집 (冶隱集)” 중에 나타나는구나,” 라고 하였습니다.   백죽당 선생은 경광서원 (鏡光書院)에 배향되셨습니다.

                            백죽당 선생의 종손이 사는 백죽고택

숙부인의 계부되신 배상공 (裵尙恭) 선생은  공민왕때에 문과에 급제한 후 벼슬이 가선대부 공조전서 (嘉善大夫 工曹典書)에 이르렀습니다.  고려가 망하자 선생 역시 형님 백옥당 선생을 따라 외가 안동으로 낙향하였는데, 선생의 절친이 공조선서 (工曹典書)  류종혜 (柳從惠) 선생이었습니다.  같이 하회 (河回)에 자리잡고 살았는데 류종혜 선생이 자신의 전토 (田土)  반을 떼어 주며 땅을 같이 개간하고 집을 지어 살게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배상공 선생은 흥해배씨 하회 입향조가 되었으며,  류종혜 선생은 풍산류씨 (豊山柳氏) 하회 입향조가 되었는데, 이들 두 사람을 일컬어 “하회 ( 河回) 이전서 (二典書)”라고 불렀다 합니다.  류선생은 겸암 (謙庵) 류운룡 (柳雲龍) 선생과 서애 류성룡 선생의 6대조부가 되십니다.

흥해배씨의 인구는 현재 약 3만여명에 이릅니다.

남편되신 진목공에 대한 기록이 많이 손실되어  지금  많이 전하진 않지만 제천군수 (堤川郡守) 및 진주목사를 지냈으며 주로 외직으로  관료생활을 전전하신듯 합니다.  진목공 또한 부친 인재공의 뜻을 받들어 한동안 벼슬길에 뜻을 두지 않은 까닭입니다.

숙부인께선 진목공과의 사이에 5녀를 두셨는데  아들이 없어서 시제 (媤弟)되시는 휘 숙당 (叔當) 총제공 (摠制公)의 장남 휘 사 (思) 현감공 (縣監公)이 진목공께 출계하여 대를 이었습니다.  1녀는 군사 (郡事) 서령인 (瑞寧人)  류쟁 (柳諍) 에게,  2녀는  현감 (縣監)  현풍인  (玄風人)  곽분 (郭汾) 에게,  3녀는 현감 (縣監) 언양인 (彦陽人) 김극경 (金克敬)에게, 4녀는 호군 (護軍) 흥양인 (興陽人) 이사남 (李思南)에게,    5녀는  능직 (陵直)  합천인 (陜川人) 이효박  (李孝朴)에게  각각 출가 하였습니다.

[참고:  숙부인의 막내 사위 이효박의  조모님이  목은선조의  스승인 익재  경주인 (慶州人)  이제현 선생의 손녀따님이십니다.]

이상 내멋데로 풀어본 우리 할머님네집 이야기였습니다.

[주원(周遠)]

귀여운 오타 및 오류 몇개를 이제 거의 다 정정한것 같은데요. ~~ ^^

[주원(周遠)]

백죽당 선생과 자제분들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있어서 추가하였습니다.

[주원(周遠)]

충혜왕실록에 실린 흥해군 배전과 충혜왕에 관한 기사를 다시 읽고, 올린 글 내용중 일부를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