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범람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현장에서 독서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아침 자습 시간에 독서 시간을 넣도록 하고 있지요.
그래서 읽을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대부분이 만화책을 꺼내서 읽습니다.
"만화책은 안 돼요." 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이건 학습 만화인데요.." 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을 하죠.
집에서 엄마들이 학습 만화에 대해서는 관대하는 것을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엄마는 되는 것을 선생님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어서,
"학교에서는 안 돼요."라고 말하고 가져오지 못하게 하니 아이들은 뭘 읽어야 할지 몰라하더군요.
그래서 어도연의 추천 목록에서 제 학년 수준, 저학년 수준, 고학년 수준을 섞어
한 사람이 한권씩 가져오게 해서 학급 문고를 조성해고,
일주일에 두 번씩 독서릴레이를 했답니다.
"읽지는 않더라도 책 제목만이라도 봐라." 하는 심정으로요.
그런데 어도연에 칼럼도 내시는 저희 옆반 선생님...
학기 초, 학습 만화 보는 아이들을 그냥 놔두시더라구요.
그 상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넌지시 여쭈어 보았지요?
"선생님, 애들이 만화를 보네요~ ^^"
"지금들은 보지만, 제대로 된 책맛을 알게 되면 알아서들 그만 두게 돼 있어. 두고 보라고.."
그 이후 정말 그 반 아이들이 학습 만화 읽기를 그만 두었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 10년 이상 그 방법으로 독서지도를 해 오셨던 분이라 매년 검증된 듯 했구요.
저희 반만 보더라도, 꽤 긴 책을 탐닉하는 아이도 종종 생기더군요.
물론 가끔씩 저 몰래 만화책을 보는 것 같기는 했지만, 깊이 빠져 읽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아이들이 책 보는 수준이 확 달라져 있음을 저도 느낄 수 있었구요.
학습 만화에 빠지는 아이들...
정말 책 맛을 모르는 아이일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아이들이 학습 만화의 얕은 재미에 빠지지 않는 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마구 쏟아지는,
원색적이고 별 의미없는 재미로 사탕발림해서 교훈이나 지식을 살짝 던져주는 많은 전집들..
그걸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는 모습을 보며..
그 전집들이 학습 만화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푸름이닷컴에서 학습 만화에 관대한 것이 아닐까요?
첫댓글 예. 저도 그렇다고 봅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책들과 학습만화는 마찬가지죠. 어린이책 만드는 출판사들의 양식을 절대 높게 보시면 안 됩니다. 문방구에 아이들 먹고 쓰라고 불량식품, 불량 화장품 만들어 파는 장사꾼들 있잖아여, 그런 사람들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습니다. 출판사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출판사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만들 것이다, 하는 생각은 하지 마셔야 해요.
잘 읽었슴다.^^
이곳은 ...스스로 검증도 거치지 않은 고정관념, 환상 ...이런 것들을 여지없이 깨주는 곳이로군요 크핫!~
우리집 꼬맹이는 책 읽기 좋아해요. 학습만화도 집에 있지요. 마법천자문도 있고, why도 있고... 또 그밖에 몇 권 더 있어요. 그래도 만화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어요. 동화책 읽다가 가끔 만화책 읽는 정도? 여기까지가 작년 이야기예요. 올해 3학년 들어와서 담임선생님이 학습만화를 허락하시는 분이세요. 아이들이 아침독서시간마다 만화책을 본다더군요. 우리 아이도 덩달아 만화책을 봐요. 아침독서시간마다! 그러더니 만화가 재미있다며 동화책으로 돌아오지를 않네요. 그냥 밤에 제가 읽어주는 책이 다예요. "가끔 책도 봐라."라고 말하며 지켜보고는 있지만 살짝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