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서일까, 안정된 삶을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소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된다. 문필활동이 생계를 위한 직업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소로는 측량사 일을 겸해야 했다. 물론 글을 쓰는 일은 버릇처럼 계속되고 있었다. 1854년 <월든>을 출간한 이후로 소로는 어떤 책도 출간하지 않고 오직 집필에만 몰두했다. 그는 초월주의에서 벗어나 실천적인 노예제 폐지 운동을 펼쳤다. 1854년에 행한 강연 <매사추세츠의 노예제>는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에 신랄한 고발이었다. 이렇게 부지런하게 활동하는 사이에 몸이 약해졌던 것일까? 1859년 노예폐지론자 존 브라운이 하퍼스페리 마을 습격을 주동했다가 처형당할 때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 아직 젊은 사람의 몸에 결핵이 찾아온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소로와 에머슨의 삶을 함께 정리한 하몬 스미스는 소로의 마지막 장면을 매우 감동적으로 그렸다. 스미스는 소로가 밀려오는 피로 속에서 생의 최후를 보냈지만 마지막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고 전한다. 1862년 5월 6일, 소로는 여동생 소피아에게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의 마지막 장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나슈아 어귀를 지나쳤고, 곧 새먼 부룩도 지나칠 즈음, 우리의 배를 가로막는 것은 바람밖에 없었다.” 이때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제야 멋진 항해가 시작되는군.” 그리고 잠시 후 숨을 거두었다.
5월 29일 소로의 지인들이 모인 장례식에서 에머슨은 조사를 통해 25년 동안 우정을 나눴던 친구를 회고했다. 에머슨의 이 조사는 소로와 소로의 문학에 대한 당시의 평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에머슨은 소로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작가로서의 업적은 적극적으로 칭찬하지 않았다. 에머슨은 자신이 좋아한 소로의 시 <연민(Sympathy)>과 <연기(Smoke)>를 언급했지만, 시인으로서 소로는 자연스러운 서정과 기교가 모자라다고 평했다. 소로의 월든 호숫가 생활을 얘기했지만 작품 <월든>은 지나가는 말로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은 큰 울림이 있었다. “가장 숭고한 사귐으로 자신의 영혼을 만들고, 짧은 생을 통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습니다. 지식이 있는 그곳, 덕이 있는 그곳, 아름다움이 있는 그곳이 바로 그의 영혼의 집입니다.”
아아, 최근 부드러운 소년을 알았다 너무나 덕스러운 용모를 지닌 그 소년은 원래 한갓 아름다운 피조물로 창조되었으나 마침내 스스로 미의 요새를 지키는 왕좌에 앉았도다
고백건대, 나는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신하로서의 예를 완전히 잊고 있었음을 그러나 지금 알게 되었느니, 그 동안 사랑의 마음이 부족했다면, 이제라도 더욱더 사랑하리
하지만 가까워지는 순간마다 존경의 엄숙함이 우리 사이를 더욱더 멀리 갈라놓으니 우리 서로 손이 닿지 않네 첫 만남의 순간보다 더 낯설기만 하네
영원은 우연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로되 분명 나 홀로 외로이 길을 가야 하네 우리 한때 만난 슬픈 기억 속에서 축복이 영영 떠났음을 알고
-소로의 시 <연민> 전문(윤규상 역)
겉으로 보면 소로의 삶은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에머슨의 조사가 말해주듯, 그의 시세계는 널리 인정받지 못했고, 심지어 가장 평판이 좋았던 <월든>마저도 각광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민의 불복종>도 19세기 말에야 널리 읽혔고 간디 같은 위대한 인물의 정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소로가 그만큼 뼛속까지 혁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혁명적인 정신은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에도 제대로 이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 박홍규 교수(영남대, 법학)가 지적하듯이 소로는 여전히 자연예찬론자이자 환경운동가의 선구자쯤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은 인생을 단지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사람일 뿐이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이 그의 소중한 가치였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는 때로 고립을 자초했고 사회와 싸웠고 글을 썼다. 필자는 소로를 앞에서 말했던 대로 ‘문학적인 혁명가’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혁명가나 종교적 혁명가가 주로 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꿈꾼다면, 문학적(예술적) 혁명가는 (맹목적으로)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혹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