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는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에서 한방은 현대의학에 종속된 대체의학적인 범주로 취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서구권은 현대의학의 한계성에 대한 대체적으로 보완적인 측면에서 한방의 필요성을 인정할 뿐이지 한방 자체를 독립된 의료분야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화권을 비롯 서구권에서의 공통적인 현상은 중의학과 보완대체의학(CAM)개념이 다르다 하더라도 현대의학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활발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의학을 갖고 있는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이 의료전달체계의 모든 수준에서 동등한 위치로 양립하고 있다.
중국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협진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중의사를 양성하는 중의학원과 서양의사를 양성하는 서의학원의 교과내용에 서의학 과목과 중의학 과목을 포함시키고 있다. '
또 서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일정기간동안 중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중서의를 겸할 수 있는 중서의 결합의사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신현규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중서의 결합제도가 있어 양쪽 면허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의사가 3만여명에 이르는 등 제도적 정책적으로 양성화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여서 영역분쟁의 소지가 없다"며 "양의사와 한의사가 이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양방병원에서 처방된 40%는 전통의학 처방이며, 마찬가지로 중의학 병원에서 처방된 40%는 서양의학의 약으로 충당되고 있다.
일본은 정규 한의과대학이나 한의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다. 명치유신(明治維新) 이후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전통의학이 현대의학에 완전히 흡수 통합됐다.
일본은 그 대신 의과대학에서 한의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국 80여개 의과대학중 30% 가량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한의학 과목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이중 10여개 대학은 한방을 필수과목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의사들은 의사면허 취득과 함께 별도의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자유롭게 진찰조제, 침, 뜸등 한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연 박사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체제여서 우리나라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의학이 소멸된 국가"라며 "침, 뜸등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것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고, 의료체계내세서의 역할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는 중의학과 현대의학이 양립하면서 민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국가가 시행하는 중의사 및 의사면허 시험을 자의로 선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두가지 면허 소유자도 1천여명이나 된다.
대만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중국의학학원은 교육기간 7년중 5년은 중서의 병용교육을, 후반기 2년은 실습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만에서 한의사가 배출되는 방법은 2가지이다. 유일한 한의과대학인 사립중의약학을 졸업하는 경우와 학력 구분 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한의사특고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한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의사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있어 의사로 진로를 바꿀수 있는데 졸업생의 80%가 양의사로 전환하고 있어 한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의과대학생들도 일정한 한의학 학점을 이수하면 한의사국가고시 응시자격을 갖게 된다.
신현규 박사는 "대만은 선진국이라고 볼수 없고, 한의과대학은 2개, 한의사는 2500여명에 불과해 벤치마킹을 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실체가 어느정도 인정되는 동양권과는 달리 구미 선진국은 현대의학의 보조적 개념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92년 미 국립보건원(NIH)은 산하에 대체의학 담당부서를 개설하고 대체의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그 후 1998년 보완 대체의학(CAM)센터로 승격돼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전통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의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연구기관으로 급성장했다.
의과대학에서의 교육 현황을 보면 미국 의과대학중 64%가 카이로프랙틱, 침, 동종요법, 약초요법, 심신의학등의 CAM을 교육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우리나라의 의료는 독특해서 중국등 다른 나라와 별개로 봐야 하고 선진국에서도 대체의학은 제도권 밖의 얘기"라며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조 박사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양한방 의료일원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양한방 동시면허가 인정되어 물꼬를 트고 그에 따른 학제개편을 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