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치다. 지금도 음정을 잘 모른다.
그런 내가 '노래 잘하는 법'을 쓸 자격이 있느냐 생각하면, 역시 난 자격이 있다. 노래 잘하는 것하고 잘하는 법을 아는 것하고는 다르니까.
노래 잘하는 법을 '두뇌 이야기'에 올리는 것은 이것도 결국 두뇌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노래를 잘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니 좌뇌 편향이 지나치기 때문인 듯하다. 난 좌뇌로만 구성돼 있다. 그럼 좌뇌 편향이면서 노래 잘하는 김성봉1005은 무엇인가. 그는 마이크만 잡으면 노래방이 무너져라 불러제낀다. 아래서 말하는 2단계 수준이다. 김성봉0625은 국악기를 다루면서 리듬에 몸을 맡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같다.
이에 비해 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풍금소리에 맞춰 계이름을 대는 시험에서 매번 틀렸다. (언제 0160 등 몇몇 좌뇌파의 노래 솜씨도 들어봐야 이 이론이 정립 가능한데...) 작년에 노래 잘하는 0345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긴 좌우뇌 소통도 잘 되지만 따로 배워서 잘하는 것같았다. 내 동생은 0325인데 어려서부터 음감이 좋아 남이 부르는 노래를 곧잘 따라부르곤 했다. 내 딸은 0705인데 뛰어나진 못해도 제법 감정까지 살리며 노래를 잘하는 편이다. 계이름 정도는 다 안다.
계이름도 모르는 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다 보니 원하지 않은 때, 원하지 않은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야 할 때가 있다.(난 무작정 술 먹이고 노래 시키는 문화가 싫다.) 그렇다고 '고음불가'처럼 할 수는 없고, 무작정 버틸 수도 없다. 처음에는 갖은 망신 다 당했지만 나름대로 꾀를 냈다. 비법은 모두 세 가지다.
첫째, 1단계 기본!
노래는 기본적으로 폐에서 내뿜는 공기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소리의 일종이다. 그러다보면 폐활량이 적은 사람은 노래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음치들이 폐활량 때문에 고생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단 심호흡을 넉넉히 해서 폐에 산소를 많이 가둬두어야 한다. 노래 때문만이 아니라 평소 심호흡을 해서 폐를 가득 채워두면 기억력도 좋아지고, 피로도 쉬 가신다. 숲 같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호흡을 하면 더 좋다. 아마도 매일 30분씩 호흡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목소리는 저절로 올라간다. 이런 걸 성량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일반 대화에서도 자신감이 넘치고, 연설을 하거나 강연을 할 때도 힘이 넘치게 된다. 그때 노래를 해보면 확실히 달라진다.
좋은 가수가 되려 해도 마찬가지다. 호흡법은 매우 중요하다.
난 강연이나 연설을 앞두고는 가만히 앉아 20회 정도 심호흡을 하고 나간다. 그러면 애를 쓰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아도 목소리 내느라 힘쓰는 일없이 자연스러워진다.
둘째, 2단계 응용!
목소리가 틔면 7할은 성공한 것이다. 어떤 유명 작곡가는 호흡이 9할이라고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회사에서 배우는 가수들에게 두어 달 매일 호흡만 시키기도 한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기준에서는 7할 정도로만 본다.
이제 남은 건 얼마나 음악적으로 노래를 불러주느냐다.
내가 30년 전 대학생전용훈련소인 문무대에 입소해서 외줄타기를 해보았는데, 우리 대학 입소자 중에서 줄을 끝까지 타는 사람을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 내버려두면 탈 수도 있는데, 조교들이 양쪽에서 줄을 흔들어대기 때문에 대부분 중간에 미끄러지고 만다.
그때 나는 어떻게 하면 줄을 끝까지 탈까 연구해보았는데, 몸을 줄에 아주 맡기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줄에 올라 눈을 감고는 좌우 진동에 따라 몸을 완전히 맡겨버렸다. 그러자 조교가 아무리 흔들어도 도리어 재미가 날뿐 결코 미끄러지지 않았다.
남사당 줄타기를 봐도 어름산이들이 그 리듬을 잘 이용하는 걸 볼 수 있다.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노래 못하는 이들은 음악을 머리로 자꾸 계산하기 때문인 것같다. 나는 노래하는 걸 즐기지 않아 꼭 악보를 봐야만 음을 아는데, 악보를 보고 노래하면 반드시 틀린다. 빠져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노래는 할 수없고 아는 걸 고르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나서 노래 부를 때 연주 음악에 몸을 던져버려야 한다. 눈을 감고 리듬따라 움직이다가 그대로 올라타면 된다. 그러면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머리 따로, 몸 따로 되면 반드시 엇박자가 난다. 좌뇌는 잠시 꺼두고, 몸으로, 우뇌로 노랠 부르면 자연스러워진다. 특히 좌뇌 코드들은 반드시 그렇다. 지금도 나는 악보 보면 반드시 틀린다. 좌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럼 연습들 해보시길...
잘한다는 말을 듣지는 못해도 분위기는 깨지 않을 것이다.
세째, 3단계 완성!
사실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난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될 때까지 한글을 알지 못했다. 국어책을 통째로 외우기는 하는데 정작 한글의 제자 원리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말은 받아쓰기를 하지 못했다. 읽지도 못했다. 깜짝 놀란 어머니가 부지깽이를 잡고 날 앉혀 놓고는 가갸거겨 하면서 가르쳤는데 십여 분만에 다 깨우쳤다. 그렇게 쉬운 걸 학교 선생이 안 가르쳐준 것이다.
X10들은 무조건 원리로 설명해야 알아듣는데, 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은 그러지 않았거나 내가 그 시간에 결석했거나 한 모양이다.
이후에 학교에 가보고는 나도 깜짝 놀랐다. 나만 한글을 몰랐던 게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한글 원리는 모르고 앵무새처럼 외우기만 하고 있었다.(산간벽지라서...) 2월에 개학하여 2학년 교과서를 받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책을 다 읽어냈다. 아이들이 다 신기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난 5학년인 형 책까지도 척척 읽어냈다. 국어신동이 난 것이다. 2학년 때부터 6학년 졸업 때까지 장학사가 오면 나는 자동으로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책을 읽는 단골 학생이 되어버렸다. 장학사가 저만치 오면 선생님이 나를 가리키고, 그러면 나는 산들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제꼈다.
원리 때문에 하는 얘기다.
노래를 하다 보면 고음 부분에서 소리가 막혀 애먹는 일이 많다. 또 저음에서 소리가 숫제 사라져 마이크가 꺼져버린 듯한 일도 자주 생긴다. 노래 못해서 속상한 마음만 갖고 있다가 결국은 내가 알아서 해결했다. 머릿속에 숙제를 안고 있으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음악대학을 다녔더라면, 혹 어려서 피아노학원이라도 다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난 음악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라서 더 그렇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음악 시간 아깝다고 그 시간에 수학이나 영어를 배웠다.
몽골에 가면 허미라는 전통 창법을 보고들을 수 있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허미는 남자들이 부르는 노랜데 어떤 고음이든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이유가 있다. 이들은 목구멍을 좁혀 목구멍 자체를 퉁소나 피리같은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입술을 도구로 사용하면 저음을 내기 쉽고, 목구멍을 도구로 사용하면 고음을 내기 쉽다. 저음일 때는 입술을 앞으로 밀어내며 발성하고, 고음일 때는 목구멍을 좁혀 발성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음관이 길면 저음이 나오고, 짧으면 고음이 나는 법이다. 그러니 음관을 줄이려면 목구멍에서 짧게 소리를 만들어내야 고음이 나오는 것이고, 소리를 입술 끝까지 끌어내서 길게 내뱉으면 저음이 되는 것이다.
짧은 악기인 날라리는 고음을 잘 내고, 호른이나 전쟁 때 쓰는 긴 뿔나팔은 저음을 잘 내는 이치다.
이렇게 성대와 입을 악기로 보고 해석하니 고음과 저음 창법의 기술을 알 수 있었다.
난 중학교 1학년 때 소리가 색깔이라는 걸 처음으로 경험했다. 한 야생동물 울음소리를 듣고 짙노란 색깔이 되어 이 노란 소리가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그뒤 무슨 소리가 들리면 무슨 색깔일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대략 색깔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계기를 통해 화가나 음악가가 탄생하는 모양이다.
글쓰기에도 호흡이나 색채, 기타 진동 문제 등 매우 복잡한 원리가 있듯이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원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 당장 연습 한 번 해보시길... 고음, 저음 번갈아 가면서... 성공하신 분은 나한테 검사 받아보시길...
첫댓글 노래방 문화가 싫은 사람중에 한사람 추가요^^ 반드시 연습 해봐야 될듯.....
한 달 여유 드립니다. 노래방에 가서 검증합니다.
한때 제 별명이 "페스티벌 여인" 이었다면 믿어지실까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그립고나, 그시절~!
'페스티별 여인' 올해 안에 검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