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1041호(3월 24일자)의 첫 페이지 톱기사로 "강사 논문게재료 징수 부당하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19면으로 이어져서 길게 보도되었습니다.
요지는 현재 학회에서 논문집을 내는데, 바꾸어 말하면 학자들이 논문을 학회지에 투고하여 게재하는 데
학회 회비 이외에 논문게재료와 심사비를 별도로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회비를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 것이라면, 논문게재는 권리로서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전임교수들은 적든 크든 학교나 연구기관으로부터 연구비 보조 등을 받는 경우가 많고
월급을 받으니까 게재료를 조금 부담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시간강사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살기가 어려운 형편인데
논문을 쓰면 쓸수록 더욱 가난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교수들의 배려가 부족하다, 학회 운영의 문제가 있다는 등의 여러가지 비판적인 이야기로 기사가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인터넷판(인터넷 법보신문)에 달린 한 댓글에서, 우리 연구소에 대한 근거없는 오해가 표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불교학연구회는 게재비 안내면 원고 돌려보내고, 회비도 내야 하고 -- 일본불교사연구소는 회원 되려면 3만원 의무로 내야하고(인터넷 까페인데도) ---- 원고료, 게재비 오히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함."(밑줄은 인용자)
하지만, 이것은 오해입니다.
첫째, 인터넷까페에 가입하여, 회원으로서 글을 읽고 쓰고 하는 데는 당연히 회비 안 내도 됩니다. 다음 회원으로만 가입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연구소의 연구회원이 아니더라도 우리 까페에서만 회원으로 가입하여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둘째, 우리 연구소는 다음에 인터넷 까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 연구소 방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인터넷까페에서 연락을 하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엄연히 오프라인의 활동도 상당히 많이 합니다.
지난 1년동안의 활동만 보더라도, 2회의 학술세미나, 1회의 "일본불교사연구" 논문집 발간, "나무아미타불" 역주 스터디 운영(이상은 연구회원들이 참여하는 활동입니다.)
연구회원이 대중들을 교육하는 한일문화교류아카데미 운영(5개월), "일본불교사 공부방" 1회 발간, 일본불교사 강좌기행 1회 실시 등이 있는 연구소를 어떻게 간단히 '인터넷 까페'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오해는 더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강사를 비롯한 박사과정 수료생들이 논문을 발표하게 되면,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 연구회원이 논문을 발표하게 되면
논문게재료와 심사비를 받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보신문이나 댓글에서 주장되는 바를 이미 먼저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연구소의 입장표명은 이미 "일본불교사 연구" 창간호 권두언(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밝힌 바 있고, 그대로 실천해왔습니다.
박사과정 재학생이나 수료생 50만원, 박사학위 취득 후 시간강사 70만원, 그리고 전임교수 100만원의 원고료를 드리고 있습니다. 서평의 경우에는 30만원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벌써 "일본불교사 연구" 창간호 만들었고, 이번의 2호 역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여 만들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서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그렇기에 당연히 연구회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과 자립을 위해서는 년회비 3만원은 반드시 내야 한다고 봅니다.
회원으로서 그 정도의 '의무'는 해야, 1년에 논문집 2권 받고, 공부방 2권 받고, 논문 발표하면 게재료도 안 내고, 심사료도 안 내고, 원고료는 오히려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회비가 좀 비싸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만, 점차 후원회비가 많이 들어와서 재정이 충실해지면 인하를 검토하겠습니다.) 논문집에 논문을 발표하는 회원들 보다 회비를 내는 회원이 훨씬 많을 때, 우리는 일종의 회비제도를 '계'나 '보험제도'처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돌아가면서 '계를 타는' 것처럼, 혹은 '보험을 타는 것'처럼, 논문게재료나 심사료를 더 부담하지 않더라도 논문발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정도는 해야, 이렇게 자조(自助)를 하면서 불교대중들로부터 후원회비라든가 재정지원을 받더라도 명분이 서리라 봅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연구소는 가능하면 심사료를 통하여, 우리 공부하시는 연구회원들 회비를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려 합니다. 심사료를 회비와 동일하게 3만원으로 맞춰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것도 저희 연구소의 재정집행 원칙은 원고료 지급시기는 원고들어오면(논문의 경우는 '게재확정되면 즉시', 서평은 들어오는 즉시) 드립니다. 심사료 같은 경우도 한꺼번에 다 모아서 드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무처리는 편하고 일은 줄어들지 몰라도, "그것은 '고객중심'의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즉시지급을 원칙을 합니다. (이는 제가 평생 가난한 학인으로 살면서, 그 돈이 지금 바로 없어서 고통받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연구소 설립의 두 가지 목적 중의 하나인 '학문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명분에 걸맞는 살림살이를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비를 안 내는 '명자회원(名字會員)'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부터도 오래되다 보면 회비도 안 내고 실제로 열심히 활동하지도 않는 회원노릇하는 학회가 많습니다. 본인도 마음이 무겁고, 학회로서도 재정부담이 늘어납니다. 회비 안낸다고 바로 학회지 송부를 그만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법보신문의 어느 댓글에서도 그런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럴 경우에는 '탈퇴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 학계에서는 그렇게 '자퇴'할 수 있는 제도를 안 만들어 두었습니다. '명자회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원 숫자가 필요해서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유롭게 가입하고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에 시작할 때 '도와주는,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입해 주셨던 분들이 명예롭게 물러서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일본불교 전공이나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회원 가입 안 해도 될 터인데, '기리쵸코(義理Choco, 발렌타인데이 같은 때에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네 그 사람이 쵸코렛을 받지 못할 것같아서 그냥 의리로 주는 쵸코렛)'주듯이 가입해 주신 분들 많습니다. 저희 인도철학과 후배들도 그렇고요. 그런 분들께 우리는 깊은 감사와 함께 후퇴할 수 있는 길을 떳떳이 열어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저희 인터넷 까페에서 저는 이 원칙을 밝혔습니다.
"회원 가입해서 2년 동안 회비 내면서 책 받아보시고 하다가, 아, 이 연구소 학회지가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관하다"고 판단되면, 탈퇴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회비 부담은 쌓여만 가고, 연구소 측에서도 책 만드는 부수는 늘어가고, 책 값에다가 발송료에다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됩니다. 저희는 내년 부터 만 2년이 지나는 부터 시행하고자 합니다.(물론, 그때까지 연구소가 살아있고 논문집이 나온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난 2년 동안 회비 내신 분에 한해서 1년 치 회비 3만원을 돌려드린다"는 것도 공약(公約)했습니다. 이는 결코 회비를 꼭 받기 위한 협박이 아닙니다. 학회나 연구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바를 고안해서 학계의 관습을 고쳐보자는 시도입니다. 어떤 회원이 물었습니다. "2년을 회비 내고 탈퇴시에 2년 동안 낸 회비를 다 돌려주는 것은 어떤가?" 물론 그 역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생각으로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아직 우리 연구소 재정형편이 그렇게까지 되기 전에는 '상징적'으로 1년 회비를 환불하자는 것입니다. 정말 아무런 눈치 보지 말고, "내 공부와 도움이 안 된다면 자유롭게 탈퇴해 주십시오. 내년 이후에는 말입니다." 이렇게 2년의 유예를 둔 것은 그 안에 많은 후원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럴 수 있는 재정능력을 갖추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연구소를 유지할 것인가?
그래서 "후원회원 제도"를 하는 것입니다. 1구좌 5만원의 후원회비를 내어주시는 후원회원을 모시는 것입니다. 이 분들의 후원회비를 내주시는 덕분으로 어렵게 공부하시는 불교학 후속세대들이 논문게재료 안 내고, 심사료 안 내고, "논문 쓰면 돈이 한푼 생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 수 있습니다. 얼마나 낼 것인가는 자기가 정합니다.
20구좌까지 내시는 분이 계십니다. 매년 2000구좌의 회비가 , 즉 1억이 들어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역시 '화주'이긴 합니다만, 제가 절로 절로 스님들을 찾아서, 재력있는 신도들을 찾아서 "개별적으로 우리 연구소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저 대신 하시는 분이 따로 있습니다.
그 분이 하시고, 저는 모으는 것이 전공이 아니라 쓰는 것이 전공입니다.
멋있게 쓰는 것을 연구합니다. 이 후원회원 제도를 만든 것 이상으로, 돈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분이 신경쓰십니다.
그 분이 우리 연구소의 재무이사이십니다.
우리 연구소에 지금까지 1원이라도 시주하신 분들 중에 어느 한 분도 이 분의 말씀을 듣지 않고서
내신 분은 안 계십니다.
우리는 이분께서 열심히 활동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우리도 부처님 법에 맞게 열심히 하고, 엄정하게 관리(good dovernance)한다면 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불기 2554(2010)년 3월 27일
일본불교사연구소 소장 김호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