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대양식당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음식타박을 하는 친구가 있다. 어떤 때는 동행한 내가 미안할 정도로
주방장에게 이래저래 잔소리를 한다.
'그냥 대충 먹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벌교출신이다. 왜 그리 잔소리를 해대었는지 벌교음식을 먹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늘 이런 음식을 대하다가 성의 없는 음식을
보면 눈에 거슬리겠지
남도 한정식이야
푸짐하고 맛있는 것은 알지만 서민에게는 이래저래 주머니 사정을 고려 해야
한다. 그러니 가난한 서민에게는 밥맛이 좋을리가 없다. 값 싸면서
남도음식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 없을까? 그렇다면 벌교의 대양식당을
꼭 가보라.
벌교시내에 들어서면
간판이름이 참 재미있다. '뉴청춘라사' 양복점 간판이 보인다.
이름에 '라사'라는 영어 이름도 있는데다 '뉴'라는 세련된 접두어를
붙였고 청춘이란 단어를 썼음에도...세련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저고리에 넥타이를
멘 느낌이랄까? 그런 맛으로 벌교를 봐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대양식당'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당당히 서있다. 원래 '태양식당' 인 듯하다....작데기
하나가 떨어져 나간 듯 그 부분만 접착제 때가 묻어 있어 까맣다. 왜
이름을 바꾸었을까?
건물도
낡아서 조만간 수리해야 할 듯하다.
아무렴 어떠냐? 간판보고 밥 먹으러 온 것도 아닌데... 음식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신발을 벗고
침침한 방에 들어갔더니 밥상만 횡하니 놓여 있다. 메뉴도 오직 백반
한가지다. 반찬이 나올 때까지는 마냥 기다려야한다. 빨리 달라고
사정해도 주인은 무시한다.
은근히 부화가 오른다. 명색이 식당인데
내가 이런 대우를 받다니.....
그러나 쟁반에 가득
들고 오는 반찬을 보는 순간 나의 분노는 고마움으로 뒤바뀐다.
장어구이, 굴무침,
쭈꾸미 불고기, 홍어찜, 갈치구이, 생선구이, 가재미 생선찌개, 벌교꼬막,
더덕무침, 해물파전, 게장, 파래무침.....등등 남해안 바닷가에 나온
해산물을 모두 한 상에 집결해 놓은 것이다. 상이 모자라 접시를 겹쳐서
놓을 만큼 푸짐하다.
"와-"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 고민한다. 어느 것부터 맛을 볼까?. 그 많은 음식 중에 첫 젓가락이
선택한 것은 굴무침이다. 쏴하는 남해의 싱싱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대부분의 조개는
그 껍질이 매끈거리게 마련인데, 꼬막의 껍질은 수 없이 많은 골이 패어
있었다. 기와지붕과 똑같은 골이 쥘부채의 살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벌교 꼬막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찬바람 불면 핏물이
고이도록 살짝 데쳐진 그 쫀득한 맛을 어찌 잊으랴?
"왜 이리 밥이
늦게 나옵니까? 반찬만 계속 먹었네"
방금 해온 밥솥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침에 밥을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손님이
오는 대로 새로 밥을 하기 때문에 늦은 것이다. 그런 정성 때문인지
밥맛이 무진장 좋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숟갈에 게장살을 찢어
얹고 한 입 밀어 넣어 보라. 캬.....
일 인당 생선조림
한 토막은 책임져야 한다. 가시를 발라가며 양념이 잘 베인 두툼한 가자미살을
씹어 먹는 맛이 참 고소하다. 이 참에 지역소주인 잎새주 한병 시키지
않을 수 없다.
주거니 받거니..하다
보면
마지막으로 누룽지가
기다리고 있다. 어찌나 뜨거운지..훌훌 불어 마셔야 한다. 벽에 등을
기대고 누룽지로 맘껏 호사를 부리면 태백산맥의 염상구가 부럽지 않다.
반찬 수로 놀래고,
맛으로 놀랬으면 나갈 때 가격으로 놀래야 할 차례다. 백반 일인당 5천원씩이다.
대신 2명이 와도, 3명이 와도 기본은 4인 한상 2만원인 것이다.
혹시 인원이 모자라서 아깝게 생각되면 길가는 사람에게 밥 한끼
대접하는 것도 좋으리라.
난 벌써 남도여관
할머니를 모실 계획을 하고 있다.
식당을 나와서 일행과
애기를 나누었다.
"저 집 주인장은
돈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선을 베풀려고 하는 것 같애"
워낙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4인 한 상 2만원
벌교 우체국 근처
061-85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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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날 우리 어머니들께서 밥 지을때 쌀을 미리 한줌씩 덜어내어 부뚜막의 단지에 모아두었다가 남을 도왔던 <좀도리>에서 따온 부녀회 이름이 아닐까요?
맞아요..그걸 지적한 메일이 몇개 왔네요..제가 잘 몰라서...수정했습니다.
맛있겟네요 아~~~~~~~으 배고파라
이 깔끔한 사진에 반해서 벌교에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대양식당,, 문을 닫았더라구요.. 아예 폐쇄.. 정말 정말 아쉬웠네요.. 대양식당 부근에도 백반집이 몇 군데 있던데,, 어째 좀 선뜻 문 열고 들어가기가...... 결국엔 TV에 나온 곳이라고 광고한 집으로 들어갔었는데,, 반은 실망.. 반은 만족...
대양식당 혹시 제가 갔을때만 문을 닫았던것일까요?? 전화도 안 되고,, 밖에서 보기엔 이미 문닫은지 오래된 집 같았는데.. 어쨌든 정말 정말 아쉬웠습니다.. ㅠ.ㅠ
서울의 따님집에 가신건 아닐까요? 올봄에 저도 밥을 못 먹을뻔 했다가 운이 좋아서 먹을수 있었는데... 따님댁에 며칠 갔다 오셨다는군요...